건강검진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다. 신기하게도 결과를 아무도 믿지 않는다. 콜레스테롤이 조금 높은 것 빼고는 다 정상이다. 우리 오빠 왈,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제대로 한 거 맞아? 대충 한 거 아니야?”라고 물었다. 말수 적은 친오빠가 보기에도 내 상태가 메롱임은 분명하다. 정상이라는데 믿지를 않다니. 할 말이 없다.
살이 좀 빠졌다. 3kg 정도.. 살이 많은 편은 아니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자꾸만 물어본다. “살이 많이 빠지신 것 같아요..?” 얼굴이 안 좋기는 한 거다. 나는 내 얼굴이 조금 어두워진 것 빼고, 눈이 조금 들어간 것 빼고, 바지가 조금 헐렁해진 것 빼고, 없던 점이 얼굴이 생긴 것 빼고는 잘 모르겠다. 제대로 안 본건 지도. 마음이 더 어두우니 얼굴 어두운 건 보이지도 않는다.
신기한 건 내 몸에 이상이 있을까 두려운 느낌보다는 건강검진 센터 시설이 참 좋구나 하는 생경한 느낌이 더 강했다. 옛날과 달리 모두 전자식으로 이루어지고 기다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검진이 진행되었다. 생글생글 웃는 직원분들 덕분에 여기가 병원인지, 서비스 센터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의료계 경쟁의 결과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처음에 접수를 하자마자 숫자가 적힌 전자팔찌를 채워주었다. 알고 보니 옷을 보관하는 사물함부터 각 검사 방까지 전방위적으로 사용되는 팔찌였다. 검사 리스트가 적힌 작은 종이를 들고 다니긴 하지만 각 검사 방 입구에 전자팔찌를 찍으면 되기에 굉장히 편리하면서도 신기했다. 조금만 시대가 지나면 검사할 때도 사람이 필요 없을 것만 같았다.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모든 검사가 끝난 뒤에는 죽도 제공되었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서 더 신기했다. 이래서 비싸게 받는구나 싶었다. 검진비를 생각하면 그나마 죽이 맛있으니 다행이었다. 아니면 화가 났겠지.
아무튼 난 정상이란다. 내 몰골은 순전히 스트레스 때문임이 밝혀졌다. 이제 내가 해야 할 것은 내 마음의 평안을 찾는 거라는 결론이 났다. 검사를 제대로 했냐는 오빠의 물음을 잘 기억하는 걸로.
2019년 4월 3일 수요일 부산
감사일기
1. 아무 이상이 없는 것에 감사합니다.
2. 죽이 맛있음에 감사합니다.
3. 프리미엄 버스를 즐길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4. 잠깐 조카들을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5. 새언니와 오빠와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선택일지
1. 프리미엄 버스 선택 - 책을 읽으면서 편안하게 즐김
2. 조카들 보고 가기 - 잠깐이라도 보니 참 좋다
3. 솔직한 감정 표현하기 - 용기가 필요했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