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리뷰: 나쓰메 소세키 <마음>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근대 문학의 대가라고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작품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고양이의 시각으로 인간의 행태를 관찰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번에 내가 읽은 <마음>은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를 그린 작품으로 총 3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음>의 첫 부분에는 은 한 선생님을 조용히 흠모하는 학생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주인공(화자)은 학생으로 인간에 대한 관심이나 욕심도 없는, 염세적인 경향이 있는 선생님을 자주 찾아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다음 부분에서는 학생과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를 그려낸다. 마지막 부분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선생님의 유서를 읽는 학생의 모습으로 이루어진다.
소설 전반에 거쳐 선생님은 우울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사회로 나아갈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염세적인 태도가 특히 그렇다. 학생(화자)은 그러한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선생님을 자주 찾아가게 된다. 아마도 언뜻 느껴지는 선생님 내면의 온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선생님의 삶의 태도는 마지막 유서에서 모두 설명되는 듯하다. 한 사건으로 인해 삶의 태도가 바뀐 선생님은 평생 죄책감으로 살아온 것이었다.
선생님의 아내와 결혼을 할 때의 사건이었다. 간략히 밝히자면 선생님이 우울증 때문에 힘들어하던 친구를 하숙집으로 데리고 들어와 함께 산다. 사정을 알게 된 주인집 아주머니와 그 딸(부인)은 그를 돌본다. 그러다 친구는 선생님이 사랑하는 하숙집 딸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선생님이 하숙집 딸과 결혼하게 되고, 친구는 자살을 한다(스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쓰지 않겠다). 언뜻 보면 삼각관계에서 실패한 것 같은 내용이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과정에서 선생님은 자신의 비겁한 모습에 실망을 하고, 자신이 가장 싫어하던 사람의 모습을 자신에게서 본다. 결국 남을 믿지 못하던 자신이 자신 조차 믿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소설의 묘미는 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된 선생님은 사회에 더 이상 당당하게 나아가지도, 사람을 사귈 수도 없다. 자신의 결혼이 순전히 친구의 죽음의 원인이지는 않았겠지만, 계기를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은 평생을 선생님을 괴롭힌다. 뿐만 아니라 '나 같은 사람은 자격이 없다'라는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선생님은 그 죄책감의 값을 자신의 자살로 치른다.
하나의 사건이 사람의 인생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이는 비단 소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만한 사건이 생기면,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사건으로 받은 마음의 짐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그 마음의 짐들이 수치심이나 죄책감이라면 말이다. 마음이 약할수록 설사 그 사건이 당사자의 잘못이 아니라 하더라도 마음의 짐을 스스로 지고야 마는 것이다.
소설을 읽으며 나는 선생님이 차라리 자기애가 강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랬다면 그 모든 마음의 짐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지웠을 터였다. 자신에게만 화살을 돌리고, 부인에게조차 사실을 말을 하지도 않은 채 혼자 그 짐을 지고 산다. 참으로 답답했을 것이다. 그 마음의 짐이 심리적인 에너지를 모두 내부에서 잡아먹어 버려서 바깥세상으로 선생님이 활발히 나가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우리도 선생님과 다르지 않다. 몇 명, 몇 번의 사건으로 인생에 대한 시각을 결정할 때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나의 경험이 전부라고 믿으며, 세상을 판단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나도 그러하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그 시각에서 빠져나오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완전한 선인도 완전한 악인도 없다. 나도 누군가에겐 선인이, 누군가에겐 악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우린 모두 마음 약한 죄인일 뿐이다. 그 사실을 받아드려야만 자신을 용서하고, 희망을 다시 가지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한다. 마음이 약한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바가 크다. 자신을 땅으로 끌어내리지 않도록 고개를 들자. 잘못한 오늘이라도 내일은 나아지자고,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주자.
[제목: 마음의 짐]
2019년 05월 01일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