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커피 한 잔의 온도[19화]

19화. 농담과 웃음

by 선비천사

19화. 농담과 웃음


“선호 씨, 이거 알아요?”

해주가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화면에 고양이 영상.

“고양이요?” “아니, 이 고양이가 선호 씨 닮았어요.”

선호는 화면을 자세히 봤다. 구석에 웅크린 회색 고양이. 사람이 다가오자 몸을 움츠리며 눈을 피한다.

“……저 닮았어요?” “완전요.”

해주가 깔깔 웃었다. 웃을 때 눈이 가늘어지는 게 정말 예뻤다. 선호는 표정이 굳었다가, 이내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해주 씨는요.” “저요?” “이것 같아요.”

선호가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틀었다. 해바라기 밭에서 사진 찍히는 시바견. 환한 햇살 아래서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 것처럼 보였다.

“저 시바견이요?” “밝잖아요.”

선호가 말했다.

“늘 웃고 있고.”

해주가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시바견 되게 좋아하는데.” “다행이네요.”


* * *


“선호 씨, 의외로 웃기다?” “……의외로요?” “첫인상이 너무 진지해서. 농담 못 할 줄 알았는데.”

선호는 살짝 찔렸다. 사실이었으니까.

“저 원래 재미없는 사람이에요.” “또 그러네. 자기 비하.”

해주가 손가락으로 선호의 이마를 툭 쳤다.

“어.”

선호가 이마를 감쌌다.

“방금 때렸어요?” “안 아프게 쳤어요.” “아픈데요.” “거짓말.”

해주가 혀를 내밀었다. 선호는 멍하니 그 표정을 바라봤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차분하고 담담한 해주가 아니라, 장난기 가득한 해주.

“뭘 그렇게 봐요?” “아니요.”

선호는 고개를 숙였다.

“그냥 새로워서.”

그날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 선호는 평소보다 말이 많았다. 별것 아닌 이야기. 강화도에서 갯벌에 빠졌던 일, 서울 올라와서 처음 지하철 탔을 때 헤맸던 일, 편의점 아르바이트하다 라면 육수를 쏟았던 일.

해주는 웃었다. 계속 웃었다. 선호는 그 웃음소리를 듣고 싶었다. 계속.



*20화 이어서 보기

캔커피 한 잔의 온도




이 글의 행간에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그림과 소박한 기록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언제든 편히 들러주세요.

작가 방철호의 블로그 방문하기

[전자책]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 | 방철호 | 알라딘

이전 18화캔커피 한 잔의 온도[1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