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선호의 습관, 해주의 습관
어느새 서로의 습관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선호는 공부할 때 펜을 돌리는 버릇이 있었다. 집중이 안 될 때 특히 심했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펜을 끼우고 빙글빙글. 해주는 그걸 보면 속으로 웃었다. '저 사람 또 막혔구나.'
해주는 생각할 때 머리카락을 만지는 버릇이 있었다. 귀 뒤로 넘겼다가, 다시 앞으로 내렸다가. 무의식적인 동작인데, 선호는 그걸 볼 때마다 심장이 뛰었다. 너무 귀여워서.
“선호 씨.”
어느 날 점심, 해주가 물었다.
“혹시 라면 좋아해요?” “네, 좋아해요. 왜요?” “어떤 라면이요?” “음… 신라면이요. 매운 거.”
해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기억해 두는 표정이었다.
“해주 씨는요?” “저요? 저는 짜파게티요.” “짜파게티요?” “네. 근데 꼭 계란 프라이 올려서 먹어요. 반숙으로. 안 그러면 뭔가 허전해요.”
선호는 그 모습을 상상했다. 해주가 좁은 고시원에서 짜파게티를 끓이고, 프라이팬에 계란을 깨고, 노른자가 반쯤 익은 걸 면 위에 탁 올리고, 호호 불며 먹는 모습.
“왜 웃어요?” “아니, 그냥…” “뭔데요.” “상상하니까 귀여워서요.”
해주의 얼굴이 빨개졌다. 귀까지.
“갑자기 왜 그래요.” “사실인데.” “……밥이나 먹어요.”
해주가 고개를 푹 숙이고 김밥을 먹었다. 목덜미까지 빨간 게 보였다. 선호는 피식 웃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쌓여갔다. 퍼즐 조각처럼. 그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이런 거구나. 이름 석 자보다 중요한 것들. 말투, 습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그런 것들이 모여서 ’그 사람’이 되는 거구나.
* * *
“선호 씨는요.”
해주가 다시 물었다.
“영화 볼 때 팝콘 먹어요?” “아니요. 안 먹어요.” “왜요?” “바삭거리는 소리가 영화 집중 안 되게 하거든요.” “아, 예민한 스타일이구나.”
선호가 살짝 찔렸다.
“예민한 건 아니고…” “그런 거 아니에요.”
해주가 웃었다.
“칭찬 들으면 꼭 부정해요. 그것도 버릇이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방금도 그랬잖아요.”
선호는 입을 다물었다. 해주가 깔깔 웃었다.
“괜찮아요. 귀여워요.”
선호의 얼굴이 빨개졌다. 이번엔 자기 차례였다.
*19화 이어서 보기
이 글의 행간에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그림과 소박한 기록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언제든 편히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