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체온에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오래된 혓바늘이었다
빈 잔이 바닥을 치는 소리마다
적막이 멍처럼 들었다
젓가락 끝이 허공에 머물 때 말문이 막혀,
서먹함이 헛기침을 했다
그건 마치
누군가의 안쪽으로 들어서기 위해 신발을 벗는,
멋쩍은 고해성사 같았다
알코올이 몸에 돌자
높았던 울타리 대신 핏줄이 먼저 건너갔다
빛바랜 말들이 다시 생기를 얻어
너의 눈동자 속으로 유영해 들어가는 시간
우리가 소주잔에서 마신 건
투명한 별빛이 아니라
비워야만 살 수 있는 각자의 지독한 허기였다
잔이 비워질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공허를 조금씩 나눠 마셨다
별빛을 닮은 막막한 위로를 안고
우리는 내일 아침, 다시 삶이라는 줄다리기 위로
각자의 맨발을 내디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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