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평 정적을 수직으로 세워 올린 아파트
나는 거대한 콘크리트 상자 속에 갇힌 낱말이다.
벽에 등을 기대면 웅크린 그림자가
주름진 이마 위로 마른 세월을 덧칠한다.
심장은 제 혼자 비정형의 박동을 치고
시계 초침은 정교한 작두날이 되어
남은 생의 허공을 얇게 저며내고 있다.
창밖의 소음은 단지 너머로 흐르는 검은 강물,
세상은 모래알 같은 단어들이 땅벌처럼 소란한데
어쩌자고 나의 거실은 이토록 소름 끼치게 투명한가.
단 한 조각, 빵 부스러기 같은 언어의 허기조차
내 마른 손가락 사이로는 내려앉지 않는다.
나를 홀로 버려두고 월담해 버린
모음(母音)년들과 자음(子音)놈들.
야속한 그놈들은 지금쯤
어느 불 켜진 이웃집 창가에
몸을 섞으며 나를 비웃는 문장을 새로 쓰고 있는가.
나는 오늘 밤,
텅 빈 원고지라는 감옥에 홀로 남겨진
마지막 문장부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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