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manf Dec 29. 2021

17. 비록 내 눈에는 실패처럼 보여도....

크리스마스 불우이웃 돕기로 60개의 양초를 10시간 이상 만들어 팔았지만 11개가 남았을 때, 나는 목표에 달성하지 못했다고 처음에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많은 교훈으로 괜찮다고 나를 다독였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 지인과 만나 식사하던 중, 서로가 도와주고 싶은 예수님을 믿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나누게 되었고 나는 그때, 몇 달동안이나 고민하고 있는 옆집에 사는 우울증에 빠진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게 남은 양초를 들고 그 집을 자연스레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인께도 그 남은 양초를 도와주고 싶은 분께 전달하라며 드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그 양초가 왜 11개가 남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처음부터 그 양초를 11개 남겨주신 분이 하나님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23일에 옆집을 방문해 초인종을 두 번 눌렀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24일 아침에 또 방문해 용기를 내어 초인종을 눌렀지만 또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초와 내 전화번호가 남긴 크리스마스 카드를 옆집 우편함에 넣어두었다. 그날, 오후 옆집 부인으로부터 문자를 받았고 그녀는 양초가 너무 예쁘다며 마음에 든다고 고맙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차를 마시자고 집으로 초대했는데 코로나로 지금은 응할 수는 없어도 잠잠해지면 차를 마시자고 해 나는 진심으로 감동했다.

깊은 좌절과 우울을 겪고 있는 그녀라고 지인에게서 들었고 그녀를 위해 오랫동안 기도하고 원했던 것이기에 그녀의 답장은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26일, 오전 늦게 강아지를 산책시키기 위해 막 집에서 나오는데 누가 차에서 경적을 울리고는 우리 집 앞에 차를 세웠다. 옆집의 그녀였다.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내게 크리스마스 화분으로 장미를 내밀었다. 나는 그 절묘한 타이밍에 놀랐고 그녀의 활짝 열린 마음에 놀랐으며 주님의 임재를 느꼈기에 눈물이 났다. 정신없이 감사하다는 말을 그녀에게 했고 그녀도 수줍은지 금방 자리를 떴다. 나는 강아지와 산책하는 내내 예수님의 말씀.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의 이유를 온몸으로 깨닫고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 누구보다 정확한 타이밍으로 나를 감동하시는 주님, 내 마음을 아시는 주님, 이 만남을 위해 양초 11개를 남겨 놓으셨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남은 양초가 또 어떻게 주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양초 60개를 모두 팔지 못한 것은 결코 실패가 아니었다. 주님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왜 하필 12월 24일에 코로나 확정받아 모든 파티를 취소하고 우울하게 이러고 있어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그 누구보다 뜻깊은 주님 탄생의 기쁨을 옆집 부인으로부터 얻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격리되어있는 동안 친구들과 가족들의 사랑과 염려를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느꼈고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27일, 음성인 남편이 마스크를 끼고 잠깐 마트에 다녀왔다. 점원의 실수로 25센트를 더 결제한 일이 생겼는데 남편이 괜찮다고 가려는데 그가 레드 와인을 한 병 가져가라고 주었다며 와인을 보여 주었다.

나는 그것이 어쩐지 5일째, 독박 육아로 지치고 있는 남편에게 힘내라고 주신 하나님의 선물 같아 또 한 번 감동했다. 또, 남편이 마트 가 있는 동안, 나는 백 야드에서 아이들이 트램펄린에서 자신들이 지어낸 노래와 춤으로 아픈 나를 위해 공연해주는 것을 듣고 감동도 했다. 비록 아이들을 만질 수 없고 멀리서 바라봐야 했지만 오랜만에 아이들에게 완전히 집중할 수 있었고 아이들도 엄마가 지켜 봐주는 것을 기뻐하는 것 같아 행복했다. 거기다 오늘은 직접 뒤뜰에서 꽃을 꺾어 나에게 선물도 만들어 주었다.


때론 내겐 불행이나 실패처럼 보이는 일들이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내 삶이 얼마나 풍성하고 행복해졌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의 계획대로 인생이 되지 않아 얼마나 감사한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 안에서는 감사하지 않을 것이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16.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