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수경이 주방에서 물을 마시고 있을 때, Ryan이 들어와 수경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 커피빈을 갈기 시작했다.
“Ryan, I know that you are doing great for us. I always thank you.” (라이언, 당신이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아. 나는 늘 고마워.)
수경이 잠시 흐르는 침묵을 깨고 Ryan을 바라보며 말했고 그는 수경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Thank you.” (고마워.)
“I love you, that’s why kids and I want to spend time with you more. That’s it. I didn’t mean that you are not enough.” (사랑해, 그래서 나와 아이들은 당신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거야. 당신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었어.)
수경의 말에 Ryan은 하던 일을 멈추고 수경에게 다가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I know it. I am sorry that I was cranky yesterday. I will try to spend more time with you guys.” (알아, 어제 심술궂게 굴어 미안해. 너희들과 더 많은 시간 보내도록 노력할게.)
수경은 그렇게 말하는 Ryan을 두 팔로 힘껏 안아주었다.
“Thank you. Ryan.”
수경이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짓자 Ryan도 웃었다.
“I need to put some test sheets together, so do you mind that I am leaving?” (나 학생들 시험지 좀 만들어야 하는데, 가도 될까?)
“Of course. Do you want some cereal or apple?” (물론이지. 시리얼이나 사과 좀 줄까?)
“Cereal would be great.” (시리얼이 좋을 것 같아.)
Ryan이 서재로 들어갔고 수경은 특별한 날에만 사용하는 그릇을 꺼내 시리얼을 준비했다. 그리고 각종 과일을 먹기 좋게 썰며 소소한 기쁨을 느꼈고 그 기쁨이 사랑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매일이 평생 반복되는 그저 사소한 날이라고 생각했기에 하루를 대충 살던 지난 시간들. 죽음은 저 멀리 있다고 생각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지루하게 여기고 내일로 미루었다. 주어진 시간과 환경에 감사하기보다는 버거워했고, 자신에게 없는 것들만 소망했기에 마음은 결핍으로 가득 찼다.
트레이에 정성 들여 준비한 시리얼과 과일을 담아 그의 책상 위에 트레이를 놓고 그의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 Ryan은 그녀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수경은 주방으로 나와 재스민 티백을 찻잔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었고 베란다로 나가 뒷산을 바라보며 아침 공기와 함께 차를 마셨다.
‘시한부가 선물일 수 있을까?’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은 수경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지루해했고, 집안일을 하면서도 한숨을 내쉬는 일이 많았다. 아이들을 사랑했지만 고단한 날에는 인내심 없이 아이들을 신경질적으로 야단치기도 했었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새벽까지 쓸모없는 인터넷 검색으로 스트레스를 풀었고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갔을 때는 드라마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홀로 있던 소중한 시간들을 충분히 쉬거나 보람된 시간으로 활용하지 못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었지만 육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남편을 이기적이라 미워했다.
엄마가 되기 전에 수경은 운동으로 자신을 가꾸고 언제나 스타일리시한 엄마가 되리라 자신했다. 커리어를 쌓으며 가정을 잘 꾸려 나가는 부지런하고 똑 부러진 엄마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었다. 커리어와 끊임없는 자기 계발이 곧 자식 교육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은 육아와 집안일하는 것조차 버거워하며 그저 하루를 버티는 것 마냥 살아왔다.
수경은 다시 ‘시한부가 선물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되돌아갔다.
‘내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게 만드니 선물일 수 있다.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었으니 그렇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사랑만 하면 된다. 첫째, 내 병이 내게 주는 의미를 생각하고 사랑하자. 둘째, 나를 사랑하자. 셋째, 남편을 사랑하자. 넷째, 아이들을 사랑하자. 다섯째, 내 인생 전부를 사랑하자. 사랑. 사랑. 사랑만 하자.’
그때, 아이들이 일어나 엄마를 찾았고 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밝은 목소리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