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긴 수경에게 가장 힘든 건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 줄곧 함께 자온 터라 홀로 누워있는 밤에 습관처럼 몇 번이나 깼다. 어둠 속에서 아이들을 찾으며 손으로 더듬대다 병원임을 자각하고 거의 매일 밤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과 함께 잔 것은 아이들이 엄마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뒤척임에 몇 번을 깨고 다시 잠들어도 살 부비며 잠드는 매일 밤이 좋았던 건 자신이었다. 혼자 적막한 병원 천장을 쳐다보며 잠들지 못한 밤은 수경을 힘들게 했다.
‘잠이라도 빨리 들면 꿈속에서라도 아픈 것을 걱정하지 않을 텐데....’
잠을 자려고 노력할수록 수경의 정신은 더 또렷해져 남은 날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놓아야 할지, 누구에게 어떤 부탁을 해야 할지 같은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했다. 오늘도 수경은 잠들지 못했고 길어질 밤을 이미 알기에 조심스레 일어나 앉았다. 4인실 병실이라 다른 사람들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용히 일어나 병실 밖 복도로 나갔다. 조심스레 걷다가 달이 보이는 큰 창가 곁에 앉아 물끄러미 달을 쳐다보았다.
벌써 병원에 들어온지도 삼일째가 되었다. 첫날, 아이들에게 엄마가 여기서 지내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엄마가 많이 아프다는 말에 아이들은 걱정과 두려움, 슬픈 눈으로 수경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들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불안해하는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볼을 비비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입 맞춰 주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 아이들은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한 차례 눈물 바람도 했다. 하지만 집에 가는 길에 좋아하는 장난감을 사준다고 달래고, 가지 않으면 엄마와 함께 큰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겁을 주면서 겨우 보냈다. 병원 밖을 나서면서도 아이들은 자꾸 수경을 돌아보며 울먹이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고 멀어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새어머니의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병원에서 자려는 새어머니를 설득하고 아버지의 슬픈 얼굴을 간신히 보낸 첫날이었다. 첫째 날도 둘째 날도 잠드는 게 힘들어 뜬 눈으로 새우다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다. 앞으로 이렇게 밤마다 잠들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홀로 적막한 병원에 남겨져 아이들과 남편을 그리워하며 고요하게 아침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미정과 오며 가며 마주쳐 혼자 병동에 덩그러니 남겨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수경이 머무는 병동에는 수경을 포함해 네 사람이 있었다. 70세쯤 되신 원점돌 할머니. 여든이 넘으신 이진태 할아버지도 있다. 또 한 사람은 20대 젊은 청년 김재욱이다. 당낭암, 췌장암, 직장암, 폐암 환자들의 병명도 다양했다. 수경이 병실에 들어와 짐을 풀던 첫날, 아이들이 올망졸망 엄마 곁에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점돌 할머니는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며 한동안 수경의 가족을 바라보았지만 자신을 더 안타깝게 보던 할머니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수경과 아이들, 젊은 남편을 가엾게 여기고 있었다. 재욱은 아이들이 귀엽다며 사탕을 건네주거나 말을 걸며 예뻐해 첫날부터 아이들은 그를 좋아했다. 진태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조금 시끄러웠는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영역해 수경은 눈치가 보였다.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서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더 솔직하다는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꾸미려거나 숨기지 않는 표정과 말투에 그들이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왔는지 금방 짐작할 수 있었다. 몸을 가릴 옷이 필요하듯 마음을 가릴 가면이 필요했던 살아있는 자들의 세상에서 죽음을 앞둔 자들은 가면을 벗어던졌다.
점돌 할머니는 늘 공감하는 인자한 미소로 많은 말을 하기보다는 남의 말을 더 많이 들어주었다. 가끔 상대의 말에 대답할 때면 그녀의 미소처럼 목소리도 부드럽고 차분했다. 수경의 아이들에게 손주 대하듯 군고마 껍질을 벗겨 주며 목 막힌다 우유도 챙겨 주었다. 그녀의 남편은 과묵하지만 할머니를 챙기는 손에 늘 정성이 있었다. 수경은 할아버지의 정성 어린 간호를 지켜보며 할머니가 사랑을 많이 받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을 거라고 장담했다. 점돌 할머니는 사랑받고 산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재욱은 마르고 얼굴빛은 어두웠지만 눈빛만큼은 빛났고 목소리가 맑은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는 아이들을 좋아하는지 첫날부터 보리와 준에게 말을 걸고 놀아 주었고, 아이들도 병원에 오면 벌써 그를 제일 먼저 찾았다.
진태 할아버지의 양미간은 내 천 자가 그려져 있었다.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드는 게 없는지 하루 종일 한숨과 투덜거림 뿐이었다. 그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 모든 것에 분노와 불만이 묻어 있었다.
그렇게 한 병실을 함께 쓰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자신은 어떻게 비칠까? 궁금해졌다. 가면을 벗은 자신의 원초적 모습은 남들이 보기엔 어떨까? 나는 과연 가면을 벗은 모습과 쓴 모습의 차이가 컸을까? 아니, 내가 지금 가면을 완전히 벗기나 했을까? 수경은 어두운 차창 밖으로 보이는 달을 물끄러미 보며 그런 것들을 한참 동안 생각했다.
“수경 선생님!”
생각에 빠진 수경을 반갑게 부르는 목소리는 미정이었다.
“어. 미정 선생님.”
수경은 예상치 못한 시간에 만난 미정이 너무 반가워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쩐 일이세요? 이 늦은 시간에 퇴근 안 하시고?”
수경은 반가운 나머지 너무 큰 목소리로 말한 것 같아 얼른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웃었다.
“당직이에요. 모니터 체크하다 여기 앉아 계시기에 한번 나와봤죠.”
“아~”
수경이 문득 천장에 CCTV를 발견하고 미소 지었다.
“잠이 안 오세요?”
미정이 수경을 걱정스레 보며 물었다.
“네. 잠깐 잠들었다 깼는데 그 후론 잠이 안 와서 나와 앉아 있었어요. 늘 아이들이랑 함께 자다 보니 혼자 자는 게 힘드네요. 아이들 없이 편하게 혼자 자는 게 소원이었는데. 하하하.”
수경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제 방에 가서 따듯한 우유 한잔 드실래요? 차도 좋고요.”
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미정의 사무실로 따라 들어갔다.
“앉으세요.”
수경은 Ryan과 처음에 병원에 들어와 미정과 상담했던 의자에 앉으며 그날을 떠올렸다. Ryan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미정은 유창한 영어로 수경의 상태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했다. 그동안 수경이 영어로 잘 설명 못했던 의학적인 부분까지 세세하게 Ryan에게 설명해주었다. Ryan의 눈은 슬펐지만 정확한 정보를 듣는 것에 감사해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의사에게 수경의 상태를 완전히 전해 듣고 이해할 수 있던 자리였다. 그동안 Ryan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생각하니 수경의 마음까지 가벼워졌던 날이었다.
“그제 남편에게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주어 고마워요. 미정 선생님.”
미정은 차의 티백을 꺼내다 돌아서 수경에게 미소를 지었다.
“제 할 일인데요. Ryan은 아주 스마트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라 설명을 드리는 내내 저도 편안했어요. 두 분 다 저를 믿어주시니 너무 감사했고요.”
“선생님 덕분에 호스피스 병동을 알게 됐고 제가 고통스럽게 아팠던 날도 미정 선생님이 있는 이곳이 가장 먼저 생각나 든든했어요. 정말 고통은 끔찍했거든요. 남은 시간 준비하고 떠날 시간을 벌게 해 주어 정말 고마워요. 미정 선생님 아니었으면 정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을 거예요. 고통에 그저 당황하며 두려워만 했을 테죠.”
미정이 테이블에 따듯한 차를 놓으며 수경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하나님이 주신 인연이에요.”
수경도 그 말에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병실은 어떠세요? 제가 처음에 2인실을 드리려다 4인실이 나으실 것 같아 그 방으로 드렸어요. 보호자가 안 계실 땐 서로 이야기도 하시고 서로 몸이 불편하시면 저희한테 바로 연락 주실 수 있으니까요.”
“네. 좋아요. 배려해주셔서 감사해요.”
둘은 차 한 모금을 마셨다.
“가족들을 떠나 있어 힘드시죠?”
수경은 촉촉해진 눈으로 미정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늘 보듬고 품에 아이들을 끼고 자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아이들이 가장 걱정되시죠?”
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많은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병들어 죽을 줄 알았다면 독신으로 살걸 그랬다. 부모님도 뵙지 않고 그냥 떠났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랬다면 타인에 대한 죄책감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10대 20대에는 삶이 너무 고달팠기에 죽음이 삶보다 어쩐지 더 쉬울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가족을 만든걸, 부모님을 다시 찾아뵌 걸 조금 후회도 했어요. 하지만 바보같이..., 자기 앞 날을 알고 준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 부질없는 생각일 뿐이죠. 남편을 만나 많이 행복했고 아이들을 낳고 세상 전부를 다 가진 기분도 느꼈죠. 암 덕분에 부모님을 다시 만나게 될 용기도 생겼고 두 분을 만나 너무 행복했어요. 아무튼. 가본길에 서서 가보지 않은 길에 미련을 갖기도 했고, 가보지 않은 길을 상상하다가 지금 온 길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결론 내렸어요. 산다는 것은 그렇게 조금씩 자신을 납득시키기도 하고 조금씩 후회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다들 그러고 사는 거겠죠?”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후회하죠. 하지만 시간이 있다고 해도 우리는 늘 후회를 만들죠. 완벽하지 못한 존재이니까. 그리고 인간이 몇 개의 선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사실 우리 모두는 시한부예요. 죽음이 언제 닥칠지 모르잖아요. 여기서 지내다 보면 결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아요. 한 50대 여자분이 암에 걸려 약 한 달간 남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계셨는데 친구가 문병을 왔었죠. 그 친구는 암에 걸린 친구가 가여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손을 잡고 많이 울었어요. 아픈 친구는 방문한 친구에게 건강할 때,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하고 좋아하는 일 하며 행복하게 살라고 조언했었죠. 그 방문한 친구는 암에 걸려 곧 죽게 된 친구에게 그러겠노라 약속을 했고요. 제 생각엔 정말로 그 친구분은 그렇게 남은 인생을 보내리라 다짐하고 돌아가셨을 거예요. 그런데 문병을 하고 돌아가는 택시가 빗길에서 마주 오던 트럭과 부딪쳐 그 자리에서 운전사와 그 친구분이 즉사를 했어요.”
수경이 미정의 말에 놀라 짧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 말씀을 전해주시면서 제 환자가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우리 모두 다 시한부다고. 누가 알았겠어요? 한 달 밖에 살지 못할 친구를 병문안해 위로했던 자신이 당장 그렇게 죽음을 맞게 될 것을요. 제 환자는 그 친구를 생각하면 무슨 선택을 하든 그저 하루 더 주어짐에 감사할 뿐이라고 하셨어요. 그저 오늘만 사는 것처럼 오늘에만 집중하셨어요. 그 말씀 들으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우리 모두는 시한부예요. 내일을 약속할 수 없죠. 하지만 사람들을 어리석게도 다음으로 미루거나 나중을 기약하죠. 평생 살 것처럼 많은 것을 욕심내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거나 대충 타협하고 지나간 날들을 후회하면서 살아요. 저도 그렇게 살구요.”
수경은 미정의 얘기를 멍하게 듣다가 긴 한숨을 쉬었다.
“정말 그러네요. 자기가 더 빨리 죽을걸 모르고 암에 걸린 친구를 위로하러 왔었네요. 우리가 진짜 그렇게 살고 있었네요.”
“죽음은 실패가 아니에요. 모두가 거쳐가야 하는 삶의 과정이죠. 죽음은 딱 한번뿐이며 마지막이니 독학할 수도 없어 오로지 타인에게 배울 수밖에 없죠. 사실 저에게는 여기 환자분들이 그래서 모두 스승이세요. 저 또한 저의 죽음을 생각하면 두렵지만 매일 어떠한 자세로 살지는 최소한 알게 되었거든요. 독일 속담 중에 “죽음의 신이 온다는 사실보다 확실한 것은 없고 죽음의 신이 언제 오는가 보다 불확실한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대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시한부예요. 삶 속에 죽음이 늘 함께 하죠. 태어나자마자 죽음은 그곳에 함께 있었죠.”
수경은 미정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공감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우리 아이들이나 Ryan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예요. 하루를 감사히 여기고 충실하게 살라고 말이에요. 하루는 진정 선물이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제가 수경 선생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 모두 시한부라는 것. 그래서 수경 선생님만 죽는 게 아니라는 것, 수경 선생님만 재수 없게 암에 걸리신 게 아니라는 것, 슬프지만 어린아이들을 두고 떠나는 것이 엄마로서 죄짓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에 포커스를 맞추시지 마시고 시간의 질과 오늘에 초점을 두셨으면 해요. 결국 누구나 죽을 거라면, 죽음이 늘 삶과 함께 한다면 결국 좋은 삶이 좋은 죽음이 아닐까요? 아프시고 나서 수경 선생님께는 하루하루 더 소중했을 거예요. 가족들을 더 사랑하셨을 거고 선생님 말씀대로 부모님과도 화해할 수 있었죠. 남은 시간들을 더 아름다운 시간으로, 아름다움 삶으로 꾸며보세요. 그것이 좋은 죽음이고 좋은 삶이죠. 수경 선생님의 그런 자세로부터 사랑하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죽음을 배우게 될 거예요. 사실 제 생각에는 우리가 찾는 행복이란 죽음을 먼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죽음을 처음부터 제대로 알아야 삶도 제대로 알게 되죠. 죽음과 삶이 늘 함께 있다는 인식을 바로 한다면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더 뜨겁게 사랑할 수 있어요. 선생님께서 삶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죽음도 불행인 것처럼 대하시지 마시고 삶처럼 소중히 대해 보세요. 그럼 내일부터 하실 일들이 더 많아지실 거예요.”
미정의 모든 말들이 수경에게 큰 위로와 도움이 되었다. 미정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병실로 걸어오는 수경의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미정 선생님 말대로 자꾸 죽어가는 내 시간을 세어가며 걱정하는 일을 그만두자. 죽음과 함께 남은 삶을 정말 더 풍성하고 예쁘게 꾸며보자. 그리고 내 죽음으로부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도록, 죽음을 배워 자신들의 삶을 더 완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좋은 본보기가 되자.’
수경은 억지로 자야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