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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anf Oct 27. 2022

49. 나의 가치


가을 아침 산책길의 하늘은 밤처럼 어둡고 달과 별이 반짝거려 마치 한밤중인가 하는 착각을 할 정도이다. 그래서 유난히 요즘 달을 더 많이 보고 있던 요즘, 가느다란 초승달을 예쁘다며 한참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초승달의 모습을 살펴보니 누가 파이 한 입 먹은 것처럼 고 부분을 남기고 먹었네. 생각해왔는데 오늘 보는 달은 동그란 달이 어두운 모양의 종이가 그 초승달 모양만 남기고 덮인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가느다란 빛이 원 주위로 새어져 나왔고 나는 동그란 달의 윤곽을 볼 수 있었다.


그 달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자니 얼마 전부터 내 마음에 들어온 다른 사람에 대한 질투가 스멀스멀 기억났다.

멋있게 커리어를 쌓고 좋은 엄마로 사는 친구들을 볼 때면, 직업 없이 , 출판된 글 하나 없이 글 쓴다고, 성경공부한다고 돌아다니던 내가 한심해 보였다. 세상적으로 성취한 것들이 없으니 자연스레 성공한 그녀들과 비교되면서 내가  별 볼일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누가 그렇게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그녀들이 사회적으로 멋지다는 내 생각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가 가치 없게 보였다. 그리고 그들도 나를 그렇게 무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발전하더니 갑자기 괜히 우울해졌고 내가 하는 일이 쓸모없는 일이니 사회에 나가 일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마음이 조급해지기까지 했다. 괜히 사람을 만나러 나갈 때, 내 콤플렉스를 감추려고 옷과 메이크업에 신경 쓰고 명품을 가지고 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그 달이 내게 “너는 원래 동그란 달이야. 지구의 자전축 때문에 모양이 다르게 보일 뿐이야.”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지구의 자전축이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판단으로 생각할 때, 보는 사람들의 각도에 따라 내 가치를 축소해 보는 사람, 반만 보는 사람, 다 보는 사람. 그것은 내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의 문제이지 내 권한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동그란 달이라는 걸, 애초부터 동그랗고 환한 달이었다는 걸 알고 있어야 했다. 나는 각도에 따라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려고 노력하거나 그들이 보는 나의 모양처럼 맞춰 관계를 맺고 행동했다.

때론 누구와 비교하면서 그들의 빛나는 면만 보고 나 스스로가 그 동그란 부분을 어둠으로 가리고 찌그려 뜨려 왔던 건 아닐까?



나는 보름달이다. 내 가치는 내가 잘 알고 있어야 했다. 각도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나와 상관없는 문제다. 그들의 각도를 내가 바꾸려고 잘 보이려 애쓰고 과장하고 꾸밀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각자 가치 있는 인간으로 강점과 약점을 모두 가지고 있고 그것은 비교하라고 다르게 만들어진 게 아니라 함께 강점과 약점을 보완하고 살라고 만들어진 것이다.


나는 보름달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 내 동그란 완전한 내 가치를, 충분히 빛나는 가치를 그 어떤 상황이라도 꼭 기억하고 나를 싫게 보거나 좋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매달리지 않겠다. 싫게 보는 사람은 나의 일부만 보는 사람, 나이 약점만 본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 강점만, 내 반만 본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나의 약한 점과 강한 점 모두를 알고 사랑해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 존재는 변하지 않는 그 강점과 약점 모두 다 가진 가치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나를 사랑하고 내 약한 점을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내 강한 점을 다른 사람의 약한 점을 가려주고 보완하고 도우며 살면 된다.

내가 다른 사람의 약점을 들춰내려 하거나 다른 사람의 강점을 무시하거나 질투하는 것은 보름달처럼 가치 있는 그 존재를 다 보지 못하고 오히려 그 존재를 아프게 하거나 내 강점을 내세워 교만하게 굴며 관계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

보름달인 남의 가치를  내 손으로 찌그러뜨리는 일이 되는 셈이다.


나는 비록 세상적으로 잘 나가고 있진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정보를 나누고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고 자식을 바르게 키우고 가정을 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친구들, 더 많은 사람을 도우려는 아이디어를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다. 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복음을 배우고 그것을 잘 전달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 나는 하나님 보시기에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하나님의 자녀로서 이 세상에 보내신 목적을 깨닫고 목적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하루를 살고 있으니 나는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

우리는 보름달이다. 우리의 가치는 남의 시선에 달린 것도, 내가 다른 비교대상을 들고 와 가린다고 가려지는 것도 아니다. 약점과 강점을 이해하고 약점은 강점이 있는 사람에게 보완받으며 살고 내 강점은 다른 사람의 약점을 가려주고 채워주는 것에 힘쓰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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