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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anf Mar 11. 2023

59. 기준의  궤도를 바꾸기 위해 일어나는 일

얼마 전, 개인적으로 좀 불편한 일이 있었다.

한글학교에서 첼로와 바이올린 연주하시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어린아이들을 모아 한국 동요를 들려주시면서 첼로와 바이올린 악기의 차이점을 보여주셨다. 나는 그 선생님이 아이들을 바라보시는 눈길과 소리의 차이점을 설명해 주심에 깊은 감동을 받아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선생님은 남자분이셨지만 감히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져 깊이 감동했다.


한글학교를 정리하고 아이들의 친구까지 슬립오버를 하느라 아이 셋을 챙겨 정신없이 차로 뛰어갔다. 비가 와서 정신없이 차로 뛰어들어가 모든 메시지를 읽지 못하고 연주 사진이 3장 정도 다른 선생님이 올려서 나도 감동받았던 사진들과 영상을 한꺼번에 급하게 올리고 운전해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 영상이  업로드가 되지 않은 상황을 보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재전송을 눌렀다. 다른 선생님들과 그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전화벨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다.

그런데 다짜고짜 짜증 섞인 목소리의 연주자 선생님이 “영상을 올리지 말라고 했는데 그렇게 다 올리시면 어떡해요?” 하셨다. 나는 놀란 상황에서 메시지들을 미처 읽지 못하고 사진과 영상을 올린 점을 사과하고 당장 삭제하겠다 했다. 그분은 아무 대답도 하시지 않고 전화를 끊으셨다.

깜짝 놀란 나는 그제야 메시지들을 읽기 시작했다.

단체톡으로 영상은 지워주시고 사진만 사용해 달라고 와있었다. 또 개인톡으로도 영상을 빼고 사진만 써줍시사 연락을 드렸다고, 오늘 연주 상태가 별로였다고 말씀하셨다.

아뿔싸! 그분 입장에서는 그 메시지들을 무시하고 이미 전화도 무시하고 영상들을 보냈던 셈이었다. 선생님은 내 영상이 계속 올라오자 단체톡에서도 이미  나가버리셨다.

내가  실수했음을 알고 그분을 다시 단체톡에 초대해 단체톡에 메시지를 읽지 않은 불찰로 영상이 올라가서 다른 분들께 지워달라는 요청과 함께 그분께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사과를 드렸다. 또, 내가 영상을 올리게 된 과정을 상세히 말씀드리며 죄송하다고 한번 더 개인 문자로도 사과를 했다. 그분은 화가 나셨는지  답을 주지 않으셨다.


그렇게 그분의 연주에 감동받고 아이들과 함께 노래 불렀던 장면이 너무 좋아 찍었던 영상으로 인해, 그것을 생각 없이 단체톡에 올린 이유로 그 선생님을 화나게 했다. 화난 선생님이 전화를 끊고 사과를 받아 주시지 않아 나도 좀 억울하고 불쾌했다.

선생님께 깊이 감동했다는 속 마음을 말하기도 전에 관계가 나빠져버렸다.

전화를 끊고 내 마음에는 많은 상충되는 생각과 감정들이 올라왔다.  그분이 예술가로 예민하신 점을 십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실수로 올리게 되었고 그게 그렇게 짜증 내며 이야기하고 중간에 전화를 끊을 만큼 예의 없게 행동할 일인가? 화도 났다. 내 입장에서는 억울하기도 했다. 다른 선생님들 중 피아니스트와 플루트 연주자가 있었는데 그분들 앞에서 영상이 창피하셨나? 하는 마음으로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하다가 내 의도와는 다르게 전개되는 일들에 마음도 상했다.

인간관계를 두려워하는 내 마음 깊은 곳의 Inner Child까지 쑤~욱 나와버려 감정은 더 요동치고 그 사람에게 의도치 않게 미움을 받게 돼 내 마음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아이가 엉엉 울기까지 했다. 마침 친구가 전화와 상황 설명을 하고 한바탕 울고 나자 마음이 뻥 뚫리며 뭔가 속이 시원해졌다. 처음으로 내가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했던 감정들을 누군가에게 고백했다.


나는 그러고 나서 두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는, 그분은 자신의 연주에서 소리가 좋고 나쁘고를 예민하게 생각하셨다. 소리의 좋고 나쁨에 더 마음을 쓰셨다. 하지만 그 연주를 보는 우리는 선생님이 그 악기를 수고로이 가지고 오셔서 아이들에게 차이점을 보여주며 설명해 주시는 모습과 함께 부르는 동요가 좋았다. 그 연주는 우리에게 명품 연주였다.

이렇듯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일에 기술적으로 완벽하려고 노력하고 예민하다. 그래서 시간과 모든 에너지와 노력을 거기에 건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기 때문에 타인의 눈을 의식한다. 하지만  정작 타인은 그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갖는 마음상태. 즉 타인을 향한 사랑으로 일하는 것에  더 감동할지도 모른다. 그 일이 비록 테크닉적으로는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사람들은 감동한다는 점, 그리고 사랑을 느낀다는 점. 그것이 음악이고 남을 위한 연주의 목적이 아니겠는가? 그런 연주들에 사람들은 위로와 감동을 받고 그 연주를 평생 마음으로 기억하며 살게 된다. 나한테는 그날, 그분의 연주가 평생 기억에 남을 수 있었던 연주였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에 사랑이라는 목적을 상실한 채, 테크닉만 높여 잘 보이려고 바쁘고 예민하게 살지는 않았나?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가 하는 일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한 도움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점을 간과하고 완벽한 테크닉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드러나는데만 몰두하고 있지는 않은가? 다른 사람 보기에 좋은 것에만 급급해 내 자신을 채찍질한다면 거기에는 보상심리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완벽한 것에 너무 급급하다 보면 쉽게 자신과 상대를 비교해 상대를 무시하기도 하고 교만함에 빠지기도 쉽다. 반대로 상대와 비교해 자신을 형편없이 여길지도 모른다. 나는 이번 일로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에만 매달리는 일은  다른 사람의 마음은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둘째, 이번 일을 통해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에게 화내는 사람, 나를 싫어하는 사람, 내가 상대에게 노력해도 나에게 관심 없는 사람,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사람들은 모두 지극히 개인적이라 개인적으로 해석하는 세상을 살아가기에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변화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사랑과 인정에 매달릴수록 나는 불행해진다. 모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사랑해 주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인정을 하고 나니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공평했고 또,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기준은 각 개인의 마음에 있기에 타인의 다른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사람의 마음은 그다지 정의롭지 못하다. 그 마음이란 늘 변화무쌍하고 상황과 시간 따라 다르고 장소와 관계 따라, 심지어 컨디션 따라 달라지는 것이란 걸 깨달으니 사람의 인정이나 마음에 매달려 사는 것 자체가 불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준 없이 변화무쌍하니 두렵고 그것은 결코 내가 잘 살면 나를 인정해 주고 사랑해 줄 것이란 전제가 되지 못했다.  기준은 변하지 않은 것이 되어야 하고 내가 못났거나 잘났거나 한결같이 사랑해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그분은 단 한 분, 우리에겐 예수님 한 분 밖에 없다.

인간들이 다른 인간들을 기준으로 두고 사는 일이 얼마나 갈대처럼 부서지기 쉬운, 힘이 없는 것에 의존하고 사는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렇다면 애초에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나 사랑을 받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 자신조차도 기준이 되지 못하는 변화무쌍한 마음을 가졌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들이 그렇다. 그 기준 없는 것에 기대어 받은 상처들이 우리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사랑받지 못할까 두려움이 되었다.

 그날 밤 내가 의도치 않게 미움받았다고 운 것은, 이제 그날이 마지막이 되어야겠다.

 내 기준을 사람에게서 옮겨 주님께 두고 내가 못났던지 잘났던지 한결같이 나의 존재 그대로를

사랑해 주시는 그분께 둬야겠다.


감사한 것은 비록 나쁜 사건처럼 보였던 그날의 일에서 얻은 큰 깨달음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작고 큰 시련과 고난들로 인해 마음 상하고 걱정하고 슬프고 두렵고 아프기도 하겠지만 내 기준의 궤도를 사람에서 주님께 옮겨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육신에 갇혀 있는 한 당장 내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마음을 둘 나를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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