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 애찬가(우리 집 반려견)
그놈의 사랑이 뭔지.
말하지 않는데도 눈빛 만으로 수천 가지 단어로
너는 네가 무엇이 절실한지를 말했고 나는 외면할 수 없었다.
억수같이 오는 비를 맞고 결국 너를 데리고 산책길을 나섰지.
빗방울은 굵었고 난 추워서 후드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너는 웅덩이에 고인 빗물을 첨벙첨벙 밟으며
걷다 보니
빗방울이 부딪쳐 떨어져 내리는 나무 위, 지붕 위, 땅 위의 소리와
고인 물에 튀는 차바퀴 소리, 새소리가 화음을 이루기 시작하더니
내게 음악이 되어 들려왔다.
사랑이란 게 참 뭔지
비를 쫄딱 맞고 걷는 너와 내가 이 순간, 이 공간에서
이보다 더 특별해 보일 수가 없었다.
비에 흠뻑 젖어 걷는 네 뒷모습에 더 큰 사랑이 피어올라
내 가슴속은 이제 그 빗속에서
음악과 웃음으로 채워지는 기쁨을 느꼈다.
네가 걷다가 멈춰 땅 위에 생명체들의 내음을 맡으며 인사하는 동안
나도 멈춰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고개 들어 얼굴로 맞았다.
그렇게 빗속을 서있는 동안 우리의 오감은 완전한 생동감을 느꼈지.
돌아오는 내 발걸음은 이미 춤을 추고 있었고
가슴에는 장대한 오케스트라가 울려 퍼지고
내 얼굴에는 미소 한가득 품은 아침이 들려 있었지.
흠뻑 젖은 나는 세례를 받고 태어난 새사람이 되어
네게 특별한 아침을 선물 받고
더 크게 사랑하고 감사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주어진 어떠한 환경과 시간 속에서
그 무엇, 그 누구라도 지금보다 더 사랑하고 감사하며
나이와 타인의 시선을 더 잃어버리고 살라고 비는 추신까지 남겼다.
너의 절실한 눈빛의 요구가 아니었다면
오늘 이 대단한 메시지를 얻지 못했겠지.
걸리야, 사랑한다. 고맙다. 더 크게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