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는 운동법-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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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극 초기 시절, 하루에 5개도 채 안되던 택배 물량이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도 못하게 터져서 하루에 500개씩 며칠 동안 택배를 보내야 했던 날이 있었다. 이때는 평소 물량이 너무 적어, 3PL(외부 물류 회사에 일정 비용을 내고 일부 물류 업무를 아웃 소싱하는 것)은 꿈도 못 꾸던 때라 일일이 박스 접고 완충재 넣고 직접 송장 출력해서 붙이고 보내던 상황이었다. 직원들도 그때는 다 파트 타이머라 오후 시간 정도 외에는 다 내가 직접 해야 했다. 심지어 3일째에는 예비군 훈련이 잡혀 있어 이틀 동안 1,500개를 혼자 다 해내야 했는데, 첫날 새벽 4시까지 작업하고 3시간 자고 그다음 날은 밤을 꼴딱 새워 마무리 한 뒤 집에 가서 군복만 갈아 입고 바로 예비군 훈련장으로 갔던 기억이 난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매 끼니를 편의점에서 사 온 빵과 삼각 김밥을 입에 물면서 박스를 접고 패키징을 했었다. 많이 팔린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었지만 그 며칠 동안 정말 일 말고 다른 것을 할 새가 1초도 없었다.
헬스장에 오고 가고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상황과 공간에서도 가능한 하루 20분 운동 정도면, 솔직히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한다는 변명을 할 수는 없지만 창업자들의 캘린더에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급작스러운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있는 날들 중 이따금씩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일어나자마자 일하기 시작해서 눈감을 때까지 일하다 침대에 쓰러지는 날들도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런 경우는 심심치 않게 있다. 앞서 소개했던 일화는 창업을 하고 8년 동안 딱 한 번 있었던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이 외에도, 오프라인 이벤트가 있는 날은 필연적으로 시간이 없다. 심지어 한 번은 명동에 팝업 스토어 매장을 오픈하던 날에 부산의 모 백화점에서의 팝업 스토어도 동시에 준비해야 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 날은 명동에서 밤새도록 팝업 스토어 설치를 마치고 근처에서 후다닥 국밥 한 그릇 하고 잠 한숨 못 자고 부산으로 바로 향했다. 이 정도의 날에는 운동은 커녕 잠시 숨 돌릴 틈도 없다.
운동은 2-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라도 규칙적으로 매일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앞선 케이스들에 더해, ‘매일’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부담감이 불편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이 다 같은 루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세 번 독서 모임, CEO 조찬 모임 등등으로 인해 요일별로 다른 루틴이 있다면 매일의 운동이 다소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격일 근무를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삶에는 항상 예외적인 경우들이 생길 수가 있는데 매일 운동하는 것으로 목표를 세웠다가 하루를 빼먹으면 일주일 전체가 무너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쉽게 포기하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당연히 월수금, 화목토 이렇게만 해도 괜찮다. 일주일에 5일 또는 6일 운동할 것을 3일로 바꾸니 일수가 줄은 만큼 하루 운동 시간도 두배로 늘리는 것이 좋긴 하겠지만, 하루 중 운동에 소비해야 하는 시간이 30분을 넘어가면 심적인 부담이 생길 수 있으니, 운동 일수를 줄이더라도 운동 시간을 늘리지는 말자. 이렇게 말하면 어딘가 모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앞 챕터에서는 일주일에 최소 150분 정도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했으면서 하루 2-30분 정도의 월수금 운동도 괜찮다고? 이에 대해 정확히 말하자면, 최선은 아니지만 제한된 시간 조건 안에서는 최대의 효율을 가질 수 있다.
관련해서, 비록 사람에 관한 실험은 아니지만 인간에게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실험이 있다. UC어바인 의대의 칼 코트먼 교수는 쥐를 대상으로 매일 쳇바퀴 운동을 하는 것과 이틀에 한 번씩 운동을 하는 것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운동의 효과와 관련해서는 앞서 기적의 성장 인자라고도 소개된 신경 세포 성장 인자(BDNF)의 수치를 기준으로 측정하였다. 실험 결과, 확실히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신경세포 성장 인자의 수치가 훨씬 빨리 늘어났다. 실험을 시작하고 2주 뒤, 매일 운동을 한 쥐는 신경 세포 성장 인자 수치가 150% 임에 반해 이틀에 한번 운동을 한 쥐는 124% 늘어났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한 달 뒤에 측정을 해보니 두 집단의 신경 세포 성장 인자 수치가 비슷해졌다.
즉, 매일 운동을 하든, 하루 걸러 운동을 하든, 신경 세포 성장 인자는 늘어나고, 매일 운동하는 경우 가 더 빨리 늘지만, 약 한 달 정도를 규칙적으로 수행할 경우, 하루 걸러 운동을 하더라도 매일 운동하는 그룹의 효과성을 어느 정도 따라잡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매일 운동하는 것이 좋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면 일주일에 3번 정도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매일의 운동이 부담된다면, 운동 시간은 매일 운동할 때처럼 짧게 하면서 주 3회 운동으로 목표를 세우는 것을 회의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없다. 과감히 그렇게 하자. 혹은, 매일 운동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사실에 바탕하여, 월수금은 유산소 운동, 화목(또는 화목토)은 근육 운동으로 세팅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할 경우 유산소 운동이 주는 좋은 효과는 그대로 누리면서도 조금 더 형태적으로 원하는 몸매를 가지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무산소 운동의 잠재적 효능(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성장 호르몬 분비는 확실하다.)도 취할 수 있다.
그 외에 부수적으로, 유산소 운동 안에서도 조금 더 효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운동의 복잡성과 관련이 있다. 쥐를 대상으로, 단순 달리기를 하는 집단과 사다리나 평균대 등을 걷거나 올라가는 등 불규칙성이 포함된 운동을 한 집단을 비교해 본 결과, 복잡한 운동을 한 쥐의 신경세포 성장인자가 35% 더 늘어났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학자는 이를 통해, 유산소 운동과 복잡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적용 가능한 복잡한 운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 춤이나 테니스, 농구, 풋살 등이 대표적이다. 춤은 한 가지 동작만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리듬과 기분에 맞춰 다양한 동작들을 하도록 만든다. 동시에 산소를 많이 쓰게끔 만드는 운동이다. 테니스 역시 볼이 어떻게 날아올지 예측할 수 없는 불규칙성을 가지고 있고, 큰 코트를 이리저리 달리며 호흡을 거칠게 만든다. 다만 이런 운동들은 매일 수행하기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어, 매일의 루틴으로 삽입시키는 것은 추천하지 않고, 주말이라거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해도 좋다. 만약 일상적으로 조금이라도 효과를 보고자 한다면 계단 오르기를 할 때에 한 걸음에 오르는 계단 수를 그때그때 랜덤으로 바꿔서 오르는 등 기존의 운동에 불규칙성을 추가하는 정도가 가장 적당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