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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수 May 17. 2018

도쿄라면, 자전거 여행

공유자전거 서비스와 함께 도쿄 도심 5천대의 자전거를 내 것처럼

'세계 자전거 도시 랭킹(Copenhagenize Bicycle Friendly Cities Index)'이라는 게 있다. 코펜하겐에 위치한 도시 디자인 회사가 격년으로 '자전거 타기 편한가?'라는 척도로 세계 여러 도시를 비교한 결과를 발표하는데, 2011년을 시작으로 제일 최근인 2017년이 4번째라고. 코펜하겐(1위), 암스테르담(3위) 등 유럽 도시들이 압도적인 상위권에 분포한 가운데, 2017년 처음으로 도쿄가 9위를 기록해 아시아 도시로서는 유일하게 순위안에 들었다고 한다.


http://copenhagenizeindex.eu/09_tokyo.html


사실 어렵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살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도쿄는 자전거 타기에 참 좋은 도시다.


유럽 어느 도시처럼 자전거 도로가 '끊김 없이' 도심 전체를 연결하고 있느냐 하면, 뭐 그렇지는 않다. (이 부분은 도쿄도로서도 2020년 올림픽 전까지 개선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자전거 도로가 많지 않으니 대부분의 경우 차도를 달려야 한다. 그것도 자동차와 같은 방향으로. 처음에는 조금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익숙해지니까 이보다 더 안전할수가 없다. 자전거와 자동차가 차도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자동차 운전자들로부터 충분히 배려를 받는 느낌이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로 도쿄 운전자들은 자전거족들이 차도 1차선을 거의 차지하다시피 하는 데 별로 불만이 없어 보인다. 클락션을 울리는 일도, 바짝 붙어 지나가는 경우도 없다.


어느 도시나 그렇겠지만, 자전거를 타고 보는 도쿄 풍경은 또 특별하다. 걷는 것보다 빠르고 대중교통이나 자동차보다는 느린 템포로 주위를 한눈팔아보는 재미, 때로는 미로 같아서 원망스럽기까지 한 도심 한복판에서 예기치 못하게 길을 잘못 들어 만나게 되는 우연적 장소들.


자전거 타고 가다 만난 풍선 전문샵. 파티용, 실내장식용 등 형형색색의 풍선으로 가득한 꿈 속 같은 가게다.


그래서 오늘은 단기 여행자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NTT도코모의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소개하고, 개인적으로 자전거 타고 다니기 좋겠다고 느낀 코스를 몇 곳 추천하려고 한다.



가고 싶은 장소의 우편번호를 미리 알아두자!


나는 일본 디자인에 불만이 참 많다. 텍스트가 넘쳐서 결국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모르겠는 광고지, 강조색이 너무 많아서 어디를 눌러야 할지 모르겠는 웹/모바일 디자인. 어쨌든 아시아에서는 트렌드 변화를 제일 먼저 받아들이는 도시 중 하나니까 뭐든 세련되어야 할 것 같은데 기대에 비해서는 실망이 크다. 그러니 부디, Bikeshare 웹사이트와 앱 모두 실망스럽더라도 그러려니 참아주시기를.


http://docomo-cycle.jp/chiyoda/


NTT도코모가 운영한다고는 하지만 통합 시스템 정도를 가지고 있는거고, 실제 자전거 구입과 관리는 입찰을 통해 각 구(区)별로 다른 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그래서 웹사이트/앱이 더 난잡하다) 참고로 위 링크는 치요다구.


그래서, 아이디를 만들기 전에는 내가 과연 어느 구에서 자전거를 주로 탈지를 생각해두는 편이 좋다. 반납시에 꼭 대여한 포트에 반납할 필요는 없지만, 그 구를 벗어나지는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회원등록을 마치면 구글 맵 기반의 '포트검색' 창이 뜬다. 가장 가까운 포트를 클릭한 후 원하는 자전거를 예약하고, 20분 내에 대여하면 된다.


도심 각 구별 특성 및 대표 관광지에 대해서는 아래를 참고하자.


* 치요다구(千代田区) : 고쿄(황궁), 히비야공원, 마루노우치

* 미나토구(港区) : 도쿄타워, 롯본기, 아자부주반, 시로카네다이, 오다이바

* 주오구(中央区) : 긴자, 츠키지시장

* 시부야구(渋谷区) : 시부야, 다이칸야마, 에비스, 나카메구로

* 신주쿠구(新宿区) : 신주쿠교엔(공원)


아이디 등록 시에 해당 구의 우편번호를 입력하게 되어 있으니, 구글맵을 이용해서 방문지의 우편번호(100-0000처럼 생긴 7자리 숫자)를 미리 알아두는 것을 추천한다.


우편번호를 적으라고 해서 '일본에 주소가 없으면 등록을 못 하는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 유효한 신용카드(비자/마스터카드 등)와 이메일주소가 확인되면 재류자격이 없는 외국인이라도 이용이 가능하다.



전기자전거를 빌려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이 시점에서 좋은 소식, NTT도코모에서 빌릴 수 있는 모든 자전거에는 전기엔진이 달려있다. 도쿄 도심에도 언덕이 꽤나 많기 때문에 전기자전거 없이는 아무리 튼튼한 다리를 가지고 있더라도 다니기가 좀 까다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전기자전거라면 운동치인 나도 세 시간은 거뜬히 탈 수 있다. 그간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경사가 꽤나 가파른 언덕을 여러 번 올라가보았는데도 다리 힘을 거의 쓰지 않을 수 있었다. 내 느낌이지만, 꽤나 힘이 좋은 엔진인 것 같다.


구글맵에만 의지해서 포트를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도쿄의 지하철역은 복잡하기로 악명높으므로, 역 안에 있는 포트보다는 주변 공원이나 독립된 건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예약시에 왼쪽 상단 전기엔진 충전량을 잘 확인하고, 혹시 선택지가 있다면 충전잔량이 넉넉한 자전거를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혹시 중간에 엔진이 멈추더라도 너무 당황할 필요는 없다. 주변의 포트를 찾아서 반납한 후 충전되어 있는 것을 다시 빌리면 그만이다.


요금제는 아래 그림을 참고. 1회권은 처음 30분에 150엔이고, 30분마다 100엔의 추가요금이 부과된다. 제휴 편의점(세븐일레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원데이패스는 하루에 1,500엔. 월 2,000엔을 내고 월 회원으로 등록하면 처음 30분은 무료지만, 30분마다 100엔의 추과요금이 부과되는 것은 동일하다.


요금은 미리 등록해 둔 신용카드로 추후에 청구되고, 청구내역을 이메일로 안내해준다.


치요다구에 등록할 경우의 요금제



자전거 운전도 운전, 이것만은 기억하자


자전거를 빌렸다고 마냥 신나할 것만은 아니다. 자전거 운전도 엄연히 운전이다.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만의 하나 교통사고라도 났다가는 즐거운 마음으로 온 여행이 엉망이 될 게 뻔하다. 자전거 운전 시 지켜야 할 '룰과 매너'에 대해 몇 가지 소개한다.


* 차도의 왼쪽으로 주행한다 : 일본은 핸들 방향이 반대이므로, 차도의 왼쪽은 자동차와 같은 방향이면서 보도와 제일 가까운 차선을 의미한다. 도로가 너무 좁거나 혼잡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보도에서 주행할 수 있지만, 이 때에도 보행자 우선 원칙을 지켜야 한다.


* 자전거에도 범칙금을 물린다 : 신호위반, 일방통행 미준수를 얄짤없이 잡는다고 한다. 특히 야간에 라이트를 켜지 않고 주행하는 경우가 주요 단속대상이라고 한다. 다행히 NTT도코모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는 자동 점등이 되는 듯. 도심 여기저기 코방(KOBAN)이라고 적힌 건물이 있는데 그게 바로 파출소다. 일본 신호체계가 익숙하지 않다면 주변 자동차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따라하는 것도 방법.


* 비가 와도 우산을 쓰고 달리는 건 NG! : 그럼 어쩌라고! 싶겠지만, 자전거로 반드시 출퇴근을 해야 하는 일본 직장인도 아니고, 비가 오면 자전거를 빌리지 않는 게 방법이다. 일본인들은 커다란 우비를 뒤집어쓰고 타는 경우가 많은데 자전거 타겠다고 우비를 살 수는 없으니...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주행중에 핸드폰을 확인하는 것도 주의집중을 해치기 떄문에 도로교통법 위반이라고 한다.


* 주차는 반드시 자전거 주차장(駐輪場)에 : 최근 도쿄는 자전거 주차위반을 예민하게 단속하고 있다고 한다. 5~10분 사이로 잠시 가게 구경하고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면 주차는 반드시 자전거 주차장에 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통상 유료라 자전거 대여요금에 주차요금까지 붙어 나오는 게 아깝긴 하다. 식사시간을 피해서 빌리는 등 동선을 짤 때 나름대로 고려를 해 놓는 것이 좋겠다.


좀 복잡하다 싶기도 하지만, 막상 이런 룰들을 기억하며 자전거를 '운전'하다보면 이 나라의 교통체계에 녹아드는 듯 해 나쁘지 않다. 현지 문화체험하면서 즐거워하는 이방인의 기분이랄까? 나도 조금은 이 도시의 일상에 가까워진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상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자.


http://docomo-cycle.jp/befreetokyo/


그렇다면, 어디를 가 보아야 할까?


그렇다면 자전거를 타고 어디로 가야 할까? 뭐 동선을 짜기 나름이기는 하지만, 내 경험을 토대로 몇 군데를 추천해본다.


먼저 고쿄(황궁) 주위. 히비야역에 내려 올해 그랜드 오픈을 한 핫플레이스 도쿄 미드타운 히비야를 구경하고, 건물 안 포트(A4-12)에서 자전거를 빌려 출발하면 좋을 것이다. 일본 황궁은 크기도 어마어마한데 그 주변을 폭이 넓은 해자가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어 참 아름답다. 도쿄 마라톤 정식 코스로도 채택되었을 정도라, 매번 걷다보면 조깅하는 사람들을 마주쳐 건강한 기분이 든다.


평소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조깅해서 한 바퀴 돌기에는 만만치 않은 거리. 햇살 좋은 날 해자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해자 너머로 드문드문 솟아오른 사각 건물들. 야경과 함께, 도시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에비스-나카메구로-다이칸야마 를 삼각형 모양으로 돌아보는 것도 추천할 만한 코스. 평소에 일드를 많이 봐 왔던 사람이라면 틈만 나면 일드 배경으로 등장하곤 하는 메구로가와(目黒川)를 따라가는 것도 방법. 이 구간은 사람도 많고 차도도 복잡해서 쉽진 않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의 낭만이 있다. 사실 이 주변은 언덕길이 많아서 걸어서 다니기에는 조금 버거운데, 전기자전거가 있다면 무서울 게 없다.


특히 에비스에서 다이칸야마로 가는 길(니시에비스)에는 유기농 카페, 수제버거 레스토랑 등 트렌드를 앞서가는 세련된 가게들이 많다. 특히 주말 오후쯤 되면 이 동네에 인스타그램용 인증샷을 찍으려고 온갖 포즈를 취해가며 몇 시간씩 줄 서 있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어 즐겁다.


다이칸야마에는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엄청 핫해진 츠타야(TSUTAYA) 서점 본점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긴자식스 점이 훨씬 조용하고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본점이기 때문에 한번쯤은 가볼 가치가 있다.


다이칸야마의 츠타야서점. 건물 3개를 통째로 쓰고 있고, 애초에 설계자의 의도가 '우리 서점을 한눈에 못 보게 만들겠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인증샷 찟기가 참 만만치 않다.


그 외에도 도쿄는 넓으니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지 않을까. 이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이용한 후 말 그대로 삶의 반경이 몇 배는 넓어졌다. 지하철역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까지 가야 할 때도 부담스럽지 않다. 역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두 뺨에 맑은 공기를 부딪히며 씽씽 달리면 그만이기 때문.


자전거의 천국 도쿄에 왔다면 단 반나절 만이라도 자전거 여행 일정을 넣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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