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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수 Jun 12. 2018

도쿄에서 즐기는 하와이안 햄버거

오다이바 해변가의 쿠아 아이나(KUA AINA)를 소개합니다.


쿠아 아이나(KUA AINA)는 바다 건너 하와이에서 온 패스트푸드 브랜드로, 정작 본국인 하와이(2개)보다 일본(30개)에 더 많은 점포를 두고 있는, 일본인이 사랑하는 체인이다.


도쿄에서 하와이까지는 직항 기준 7~10시간 정도 소요된다. 거리상으로는 그리 가깝지 않은데도, 일본에 와 보면 하와이가 한없이 가깝게 느껴진다. 여름이면 도쿄 시내 여기저기서 하와이안 페스티벌이 벌어진다. 알로하 티셔츠도 워낙 흔하게 보인다. 작년 한해에만 150만명이나 되는 일본인들이 하와이에 방문해서, 미국에서 오는 국내 여행객을 제외하고는 제일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거리도 멀고 비행기삯도 만만치 않다보니 일본인에게도 하와이는 '아코가레(동경한다는 의미)'의 여행지라고 한다. 하와이에 이미 다녀온 사람이라면 서핑 후 바다 냄새를 맡으며 먹었던 그 맛을, 아직 안 다녀온 사람이라면 언젠가 가볼 그 날을 생각하며 이 곳을 찾는 게 아닐까?


아보카도가 들어간 버거를 시켰더니, 아보카도 반개를 통째로 썰어넣어 줘 감동했다.


일단 제일 중요한 맛. 기본에 충실하고 아주 맛있는 햄버거였다.


하와이안 햄버거라면 모든 메뉴에 파인애플이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게 구워진 빵에 불향과 잘 어우러져 향기로운 패티, 야채를 잔뜩 넣었는데도 축축하지 않은 속까지.


사진에 보이는 감자튀김도, 얇은 감자를 짜지 않고 바삭하게 튀겨 내 곁들이기에 좋았다.


서퍼를 위한 버거 스탠드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살린 매장 인테리어!


여러 지점 중에서도 오다이바 지점은 특별하다.


도쿄에 놀러온다면 한 번쯤은 일정에 넣을까 말까 고민할 법한 곳 오다이바. 여의도의 절반 면적의 매립지, 인공섬이다. 어떻게 이런 곳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한창이던 시절 더 이상 도쿄 도심에는 건물 지을 공간이 없어 매립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1990년대 경기 침체기에 잠시 개발이 주춤하다가, 2000년대 업무 및 관광지구로 재개발이 되어 오늘날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오다이바 관광은 어릴 적 과학상상화에나 등장했을 것 같은 비쥬얼의 유리카모메 라인을 타고 레인보우 브릿지를 건너 오다이바에 입성해, 도쿄 도심의 오밀조밀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이 시원시원하게 잘 정비된 관광지구를 걷고, 쾌적한 대형 쇼핑몰에서 몰링을 즐기고, 창 밖으로는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도쿄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하고, 뭐 이런 식이다.


오래된 나무 질감의 창틀과 창 밖의 미래도시. 여유와 긴장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신선한 풍경이다.


쿠아 아이나 오다이바 지점은 해변가의 쇼핑몰 아쿠아시티(AQUA CITY) 4층에 위치해 있다. 창 밖으로 자유의 여신상, 레인보우 브릿지 등 오다이바를 대표하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사실 쿠아 아이나 자체가 인기있는 체인이라 어느 지점에 가나 피크타임에는 3~40분 이상 줄을 서서 먹어야 할 만큼 인기지만, 정말정말 운이 좋으면 창가를 바라보는 바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햄버거 집 바깥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걸까? 매장 인테리어와 어우러져,  어느 휴양지의 바다에서 실컷 놀고 배 채우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도쿄는 도쿄도 기준 인구가 1,300만명이나 되는 메트로폴리스이지만, 정작 이 곳에 와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도심 속 녹지와 공원이 워낙 잘 갖춰져 있고, 도심에서 30분만 벗어나도 이렇게 탁 트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주차비가 비싸서일까 거리에 차도 많지 않다. 내 고향 서울에 비하면 훨씬, 숨 쉬기 편한 도시라고 느낀다.


나도 진짜 하와이에 놀러갔으면 좋겠지만 그건 좀 나중으로 미뤄두고 일단은 오다이바의 해변 풍경을 바라보며 하와이에서 온 햄버거라도 먹어볼까 하는 심정으로 다녀왔다가, 예기치 못한 평화를 얻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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