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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수 Aug 06. 2018

우리, 도쿄역에서 만나요

일본 전역으로 연결된 철도와 고속버스의 출발점, 여행의 설렘을 간직한 곳

신칸센 타고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때나, 나리타 공항에서 '천엔버스'를 타고 도쿄 도심으로 넘어올 때, 또는 멀리서 온 손님을 맞이하러 올 때 등등. n십년을 서울에 살면서 서울역에 갈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도쿄에 살면서는 도쿄역에 올 일이 꽤나 자주 있다. 그때마다 세월의 흔적을 흠뻑 머금은 이 오래된 역사가 참 예쁘다는 생각에 감탄하는데, 이동의 목적만 가지고 스쳐지나가다보면 자칫 이 아름다움을 발견 못 할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소개해본다.


도쿄의 관문, 도쿄의 중심, 도쿄역.


TMI. 희한하게도 도쿄역에는 메트로(사철)이 마루노우치선 하나밖에 없다. 교통의 허브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부분. 마루노우치선 입구의 모습.


도쿄역은 참 넓다. 그래도 시부야나 신주쿠, 이케부쿠로처럼 복잡하기로 소문난 역에 비하면 비교적 구조가 심플한 것 같기도 하다. 내 감각으로는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예쁜 쪽이 마루노우치 출구, 고속버스 정류장과 백화점이 있고 다소 특색없는 쪽이 야에스 출구라고 이해하고 있다. (니혼바시 출구도 있기는 하지만, 신칸센을 이용하는 경우에만 통과할 수 있으니 논외로 하자.) 역사 안을 관통해서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도 5분은 넘게 걸릴만큼 두 출구 사이는 거리가 꽤 있다.


도쿄역 1층의 지도. 크게 니혼바시출구, 마루노우치출구, 야에스출구로 나뉜다.


보통 나리타에서 천엔버스를 타고 내리면 야에스 출구 근처 어딘가이기 떄문에, 내 친구들은 대부분 도쿄역이 어디가 예쁘다는거야, 정도 감상으로 다른 장소로 이동하고 그뿐이었던 듯. 안타까운 일이다.


도쿄역은 1914년에 처음 지어져 어느덧 백 살도 넘은 건물이다. 백 년을 그 모양 그대로였던 건 아니고,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당해 무너진 부분을 복구했다거나 2000년대 들어서도 일부 리노베이션이 있었다거나 등, 시대에 맞게 조금은 변해왔다고. 어쨌든 여기가 유럽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유럽 어느 도시의 기차역을 연상시키는 모양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던데. 과연 별로 싫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고층빌딩과 '삑사리'를 내며 힘겹게 조화를 이룬 모습이 그 나름대로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새 것도, 완전히 낡은 것도 아닌 근대의 감성이 느껴져 좋다.


옆 건물 마루비루의 테라스에서 내려다 본 도쿄역 역사. 주차장만 없었으면 완벽한 포토스팟인데...


이런 도쿄역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마루노우치빌딩(마루비루) 5층과 킷테(KITTE) 6층에 각각 꾸며져 있는 테라스가 그 곳. 마땅히 앉을 자리는 없지만 무료다. 마루비루도 킷테도 테라스 층에는 이런저런 식당들을 마련해놓고 있어,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테라스에서 도쿄를 상징하는 뷰를 구경하면 딱 좋다.


http://www.marunouchi.com/e/feature_jp/tokyo-view/

https://jptower-kitte.jp/floor_info_en/6F.html


참고로 킷테(KITTE, 일본어로 우표라는 뜻이다)는 일본 우정국이 운영하는 쇼핑몰로, 1913년에 지어진 우체국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살려 개조한 건축물이다. 눈처럼 흰 피부에 정갈한 아날로그 시계가 붙어있는 모양이 마루노우치 주변 풍경과 잘 어울려서 좋아한다.


킷테는 이렇게 생겼다. 오른쪽의 시계를 보며 방향을 찾곤 한다.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킷테의 내부 인테리어. 일본 각지의 특산품을 비롯해, 뭔가 일본적인 것을 모아놓고 있어 구경하기 참 좋은데 막상 살 건 잘 없다.


도쿄역의 외모는 이만하면 구경할 수 있고, 내부도 소개하고 싶다. 사실 도쿄역 자체가 워낙 크고 잘 갖춰져있기 때문에 공항 가기 전 시간이 남는다면 역사 안만 둘러봐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먼저 라멘 스트리트.


위 사진에서 '야에스남쪽출구'를 찾은 후, 거기서 지하1층으로 내려가면 라멘 스트리트가 등장한다. 전국 각지에서 좀 날린다는 라멘집들을 모아놓은 곳이라 그 안에서는 어느 집에 들어가도 기본은 한다.


왼쪽 아래 빨간 글씨로 표시된 블럭이 라멘 스트리트. 출처는 구글 이미지.


다음은 에키벤 마츠리. 새벽 5시반부터 밤 11시까지로 영업시간이 길기 떄문에, 아침 일찍이나 밤 늦게 도쿄역에 오게 되더라도 도시락을 사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0분짜리 나리타 익스프레스만 타도 주변에 도시락 먹는 사람이 한명쯤은 꼭 있는판에, 1시간 넘게 신칸센이라도 타려고 하면 10분 정도는 기차역에 먼저 도착해서 에키벤을 사 놓아야 주변 도시락 냄새로 고통받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에키벤을 사가지고 기차에 타서, 창 밖을 바라보며 주섬주섬 까먹는 것 자체를 너무 좋아한다.


에키벤(기차역에서 사 먹는 도시락) 전문점으로, 일본 각지의 특산품을 사용해 무려 200종류의 도시락을 팔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역사안을 헤매다보면 오미야게 전문점은 물론 유니클로, 도큐핸즈, 도쿄바나나, 다이마루 백화점까지 이런저런 익숙한 이름들을 발견할 수 있다. 늘 사람이 많은 게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그 정도야.


그리고 잊지 말 것, 용건이 끝나기 전에는 절대! 개찰구를 나가서는 안 된다. 한 번 찍고 들어온 순간 나가면 무조건 기본요금이 발생한다. 지하철 탄 것도 없는데 참 치사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뭐... 그게 규칙이라고 하니.


봄비 내리던 새벽 일찍 도쿄역의 모습. 출근시간이 되면 횡단보도 앞이 정장을 입은 직장인 무리로 가득 찬다.


마지막으로 습기를 머금어 색이 조금 더 붉어진 도쿄역의 클로즈업 사진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여행의 설렘을 간직한 곳 도쿄역, 이 곳에 갈 일이 있다면 그 인연을 그냥 스쳐지나가게 두지 말고 부디 꽉 잡아서, 도쿄역의 매력을 한껏 느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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