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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수 Sep 24. 2018

루이비통, 예술의 가치를 말하다.

도쿄 오모테산도에 위치한 Espace Louis Vuitton

도쿄에서도 제일 임대료가 비싼 거리 중 하나일 오모테산도-아오야마 거리. 비싼 임대료 덕분인지 각종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늘어서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목을 끄는 루이비통 매장, 길 걷다 흘끗대며 지나간 적은 있지만 내부까지 들어가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의외로, 가방을 사려는 게 아니라 현대미술 전시회를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통유리 너머로 햇빛이 따스하게들 내리쬐는 가운데, 아오야마 스트리트 뷰.


루이비통 매장 7층에 미술관이 있을 줄이야. 한편으로는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걸,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와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입장료 무료. 게다가 한껏 멋부리고 루이비통으로 현대미술 감상하러 온 도쿄의 패셔니스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이번 전시는 버틀란드 라비에르(Bertrand Lavier)라는 이름의 프랑스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아마도 작가는 전시회 오프닝 전 이 곳에 와서 과연 자기 의도에 맞게 전시되는 것인지 체크를 했을텐데, 추측컨대 기대 이상이었을 것이다. 일단 공간이 너무나 훌륭하다. 두 개 층을 통째로 터서 만든 듯 탁 트이는 높은 층고에 흰 벽을 드문드문 채운, 조금은 게으른 전시, 그리고 통유리 창 너머로 펼쳐진 오모테산도-아오야마 거리의 스트리트뷰까지. 좋구나.


전시회 팸플릿에도 쓰인  입술 친구.


재밌는 건, 이런 전시공간이 비단 도쿄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2014년 파리 외곽의 멋진 건축물을 시작으로 파리, 뮌헨, 베네치아, 그리고 도쿄와 베이징에 전시공간을 꾸며놓았다.


아래는 프랭크 개리(Frank Gehry)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만든걸로 유명한 파리의 Espace Louis Vuitton의 모습. 비정형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자하 하디드의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떠오르기도 한다.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파리의 Espace Louis Vuitton 건물. 꽃잎을 이어붙여 만든 것 같다. 잡으면 부서질 듯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런데 LVMH(루이비통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명)는 어째서 이런 성가신 계획을 마련했을까?


무엇이 명품을 명품답게 하는지로 말할 수 있겠다.


태초에 명품은 장인의 수공예 작품이었다. 말 그대로 한땀한땀 기술과 노동력을 들여 만들어냈다. 하지만 명품의 프라이드도 무한한 소비력에는 당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장인을 다른 국가에서 채용하기 시작했고(프랑스에서 동유럽으로, 동유럽에서 아시아로) 그로서도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하는수없이 대량생산 체계를 도입했다. 사실상 본래의 의미에서 명품 브랜드는, 끝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Espace Louis Vuitton이라는 시도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비통 가방을 500만원씩 주고 사야할 이유가 무엇인가. 지상이 아니라 천상의 가치를 추구하기 떄문이다. 지금 이 순간 루이비통은 단순히 가죽이 튼튼하다거나 디자인이 예쁘거나를 뛰어넘어,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뭔가 멋진 현대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제안하고 있다.


플랫 디자인의 회화 버전을 보는 것 같은 작품. 폰트조차 힙하다.


파리 Espace에서는 곧 에곤쉴레와 쟝 미셸 바스키아 전시를 할거라고 한다. 어쨌든 도쿄 Espace는 전시공간이 아주 작아 파리에서처럼 본격적인 전시를 하기는 어려울지도. 그래도 요즘 프랑스에서는 어떤 작가가 힙한지 알기 위해서라도, 전시작품이 바뀔때마다 한번쯤 와보려고 한다.


Empress of India라는 제목의 작품. 이 모양과 색감의 어디에서 내가 아는 인도를 찾을 수 있는걸까.


덤으로, 오모테산도 한복판의 명품 매장에 (뭐 사지도 않을거면서) 당당하게 입장해, 맨 꼭대기층에서 도쿄에서 제일 트렌디한 거리를 바라보는 건 어쨌든 특별한 경험이다. 미술을 즐기든 즐기지 않든 말이다.


빈센트 반 고흐에게 든든한 동생 테오가 있었던 것처럼, 예술가에게는 후원자가 필요하다. 예술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상응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후원자 없이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예술작품이 반의 반도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서 이 곳 Espace가 더욱 특별하다.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의 하나일뿐이든 어쨌든, 앞으로도 루이비통이 젊은 예술가에게 한 발짝 도약할 수 있는 훌륭한 전시공간을 제공해주기를 바란다.


덕분에 나도 종종 도쿄에서 제일 땅값 비싼 공간 중 하나에서 공짜 전시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고 말이다.



# 이미지 출처 : 루이비통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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