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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수 Jun 30. 2019

내가 좋아하는 도쿄의 미술관 (1편)

도쿄에서 미술 전시를 고르는 방법

오늘 <일본 미술관 산책> 매거진에서는 도쿄에서 열리는 미술과 디자인 전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인 Tokyo Art Beat를 소개하고, 필자가 어떤 전시를 보러갈지 고르는 기준을 간단히 소개하려고 한다.


해외에서 혼자 살다보니 평일 저녁이나 주말마다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을 찾는 게 나름대로 절실한 문제가 되었다. 한국에서 또는 해외로 여행 가서도 종종 미술 전시를 보러가곤 했지만, 일본에 와서 미술 전시 보러다니는 게 취미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만큼 흥미로운 전시가 많고, 각각의 전시마다 나름대로 성의있게 기획한 흔적이 느껴지며, (이 부분은 피크타임을 피해서 갔을 때 말이지만) 전시장의 인구밀도도 그렇게 높지 않고, 무엇보다 미술관 주변으로 아기자기하게 예쁜 거리들을 구경할 수 있어 매번 만족하고 돌아오는 편이다.


긴자의 미츠비시 이치고칸 미술관 앞의 도시 정원. 나카도오리라고 하는 오피스 거리를 쭉 걷다가 살짝 샛길로 빠지면 이렇게나 눈부신 녹지가 나타난다.





도쿄에서 지금 무슨 전시를 하고있는지 한 눈에 확인하고 싶을 때 필자가 이용하는 사이트가 있다. Tokyo Art Beat다. 웹페이지로도 볼 수 있고, 어플리케이션 버전도 있어서 핸드폰에 다운받아둬도 좋다.



이 사이트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영문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 아직도 일본어보다는 영어로 된 텍스트를 읽는 게 편하기도 하고, 서양 작가의 이름을 일본어로 적어두면 읽는 데 시간이 두 배는 걸린다(예를 들면 르누아르는 르노아-루, 클림트는 크리무또 다. 한 눈에 들어올리가...).



UI도 심플하고 가벼워서 좋다. 쓸데없는 부분은 다 걷어내고, 지금 진행중인 전시의 중요 정보만 나열해준다. 대표 이미지, 전시 타이틀, 장소, 그리고 종료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경우에만 Ends Today 라는 식으로 추가정보가 적혀있다. 마음이 가는 전시가 있다면 클릭해서 상세정보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공식 웹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게 링크도 되어있다.


도쿄에는 미술관이 참 많고, 그때그때 흥미로운 전시도 참 많이 한다. 안타깝게도 시간은 늘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 곳에서 여러 정보를 유심히 확인하고 꼭 보러가고 싶은 전시를 골라서 다녀오곤 한다. 운이 좋으면 이벤트성으로 전시기간 중 한두번 하는 도슨트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르니, 미리 공식 웹사이트를 확인하는 건 필수다.




자, Tokyo Art Beat 덕분에 지금 도쿄에서 진행되는 전시에 대한 정보는 얻었다. 그런데 어떤 전시를 보러 가는 게 좋을까?


최근 서울은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로 화제다. 도쿄에도 유명 작가를 타이틀로 걸고 진행하는 전시가 일년에도 여러 번 열린다. 작년부터 필자가 경험한 전시들을 적어보자면 르누아르, 뭉크, 벨라스케즈, 베르메르, 후지타 쓰구하루, 그리고 7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클림트전 등이 있을 것 같다. 이런 건 최소 몇 년은 공들여서 해당 작가의 대표작들을 섭외해오는 전시인지라 언제 가든 사람이 무지 많지만 적어도 실망할 일은 없다.


다만 도쿄에서 인상파 작가들의 전시회를 한다고 하면 약~간 조심할 필요는 있다. 작년 요코하마 미술관에서 보고 온 모네 전시가 그랬는데, 사람만 겁나 많고 막상 전시는 그냥 그랬다. 이게 다 일본 사람들이 인상파 작가들을 좋아해도 너무 좋아해서 생기는 문제다. 확실한 수요가 있으니까 전시 테마에 맞는 작품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흥행은 된다. 필자는 몇 번 실망한 이후로 인상파 전시라고 하면 대략 어떤 작품이 오는지 꼼꼼히 확인해보고 가거나 한다.


주말 아침 우에노공원의 풍경. 국립 서양미술관, 도쿄도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이 모여있어서 종종 가게 되는 장소다.


한편 세계의 여러 미술관과 협력해서 작품을 빌려오는 전시 형태도 있다. 올해 시부야의 분카무라 미술관에서는 러시아 트레티아코프 미술관과 협업해서 <로맨틱 러시아>라는 이름의 전시회가 있었고, 작년에는 롯본기의 국립신미술관에서 <루브르 초상화전>을 개최했다. 빌려만 준다면 뭐든지 괜찮아요! 라는 방식이 아니라, 나름대로 컨셉을 정해서 그 컨셉에 맞는 작품들을 빌려오기 때문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러시아나 프랑스에서 그 미술관에 가는 것보다도 더 밀도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루브르를 제대로 관람하려면 최소 3일은 잡아야 한다는데, '초상화'라는 테마로 두세시간 만에 해당 카테고리의 유명한 작품들을 돌아볼 수 있다면 적어도 그 테마에 관련해서는 더 심도있게 감상할 수 있을거기 때문이다.


루브르 초상화전에 가서 찍은 사진. 필자는 오디오 가이드에서 소개해 준 나폴레옹의 데스마스크(Death Mask)에 대한 스토리텔링에 푹 빠져서 그 부분에서 눈물까지 흘렸다.


그 외에도 각 미술관의 특징에 따라 재미있는 전시들이 많이 열린다. 전시회 타이틀에 모르는 이름 투성이이더라도, 그 미술관이 믿을만한 곳이라면 별 기대없이 갔다가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필자는 현대 미술 전시에도 종종 간다. 신주쿠의 오페라시티 갤러리, 시나가와의 하라 미술관, 시부야의 와타리움 미술관 등은 규모는 좀 작을지언정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해줘서 좋다. 이 때 주목받고 있다는 게 완전 무명작가를 내세운다는 건 아니고, 미술계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내가 잘 몰랐던 작가를 만나볼 수 있다는 의미다.


시나가와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하라미술관. 매번 내가 잘 모르는 현대미술 작가 전시를 해 줘서 갈까말까 고민하게 되지만,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건축 보고 레스토랑에 밥 먹으러 간다.


어느 전시를 가나 오디오 가이드는 꼭 빌리는 편이다. 주최측에서 어떤 스토리텔링을 준비했는지 들어보고 싶어서다. 한국어 가이드가 있다면 제일 좋지만, 보통은 영어 가이드만 있어도 다행이다. 아주 가끔은 영어 가이드도 없는 경우가 있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일본어 가이드를 듣거나 한다. 작품마다 붙어있는 간단한 스토리보드도 마찬가지. 해외 미술관과 콜라보로 진행되는 전시라면 영어 설명이 있기도 하지만, 일본어로만 되어있을 때도 많이 있어서 괜히 문맹이 된 듯한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만 적고, 다음 포스팅에서는 도쿄의 각 권역마다 필자가 좋아하는 미술관을 소개하려고 한다. 도쿄에 사는 분에게나 잠깐 놀러온 분에게나 미술 전시를 보러 가는 건 추천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좋은 전시가 많기도 하고, 별다른 예약 없이 2만원 이내의 저렴한 가격으로 2~3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이면서, 무엇보다 미술관 주변으로 아기자기 특색있는 길들을 지나갈 수 있어 유명 관광지를 돌아볼 때보다 더 재미있는 발견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할 기회가 있기를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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