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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수 Feb 16. 2020

좌충우돌 도쿄에서 운전하기

도쿄에서 운전하기가 어려운 이유를 네 가지만 적어본다.

도쿄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다. 생각보다 운전면허 없는 사람이 많다는 것, 생각보다 일상 속에서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 흔치 않다는 것이다. 설령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출퇴근을 자동차로 하는 경우는 정말 적다. 이유에는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역시 주차비일 것이다.


한국은 아파트에 살면 한 집 당 주차장 하나 정도는 쓸 수 있게 주차공간을 넉넉히 확보해둔다. 주차장은 모두 공용이고 따로 돈을 받지도 않는다. 반면 일본은 거주자에 대해서도 따박따박 주차비를 받는 게 기본이다. 주차비는 거주지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도심지의 경우 많게는 한 달에 6~70만원까지도 한다. 주차공간 자체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운 나쁘게 주차공간이 없으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일도 있다. 새 차든 중고차든 차를 사기 전 주차장 계약서 제출은 필수다.


여기에 출퇴근을 하려면 오피스에도 주차장을 확보해야 해 시간도 노력도 두 배로 든다.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자동차를 구입할 수야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출퇴근까지 차로 해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교외로 여행을 간다든가, 코스트코나 이케아에 장을 보러 간다든가 할 땐 카쉐어링이 잘 되어 있어 그때그때 차를 빌려서 타거나 한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운전하는 게 아니다보니 도쿄에서 운전하기란 필자에게 매번 떨리는 일이다.


초보운전자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도쿄에서 운전하기가 어려운 이유.


어려운 이유야 많고 많지만 딱 네 가지만 적어본다.






첫 번째, 우회전은 비보호가 원칙이다.


일본은 운전대 방향이 반대니까 여기서 우회전이라는 건 한국으로 치면 좌회전 이라는 뜻이다. 한국은 거의 대부분 좌회전 신호가 따로 있고 통행량이 많지 않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비보호가 있는데, 일본 신호체계에서는 비보호 우회전이 원칙이다.


좌회전이든 우회전이든 무조건 정면이 녹색신호일때 해야 한다.


이게 참 말이 쉽지, 통행량이 많은 왕복 6차선 도로에서 비보호 우회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야말로 멘붕이 온다. 녹색신호를 받고 맞은편에서 직진 차량이 끝도없이 밀려드는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럴 때 차선을 잘 보면 우회전 전용 대기라인이 있다. 이 대기라인에 맞춰 차 앞머리를 대 놓고 있다가, 녹색신호가 적색으로 바뀌는 찰나의 순간을 노려서 재빨리 우회전을 해야 한다. 이런 경우 녹색신호 한 번에 우회전 할 수 있는 차량이 1~2대 밖에는 안 되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원인이 된다.


통행량이 많거나 복잡한 길에서는 감사하게도 좌회전, 우회전, 직진 신호가 따로 있기도 한다. 그림 출처는 소니손해보험 홈페이지.



두 번째, 계륵과도 같은 수도고속도로의 존재


수도고속도로는 도쿄 도심을 촘촘하게 잇는 고속도로다. 서울에도 내부순환로, 동부간선도로 등이 있지만 도쿄의 수도고속도로에 비하자면 출입구가 많지 않은 편인 것 같다. 시내의 일반도로는 워낙 신호대기도 많고 차선이 적어서(게다가 그 중 한 차선은 주정차중인 차량이나 자전거, 트럭 등이 막고있기 일쑤다.) 통행료를 낼 의향만 있다면 수도고속도로를 타는 게 빠르기는 하다.


하지만 수도고속도로는 비싸다. 긴자에서 시부야까지 가는 길을 예로 들면, ETC(한국의 하이패스와 같은 일본의 통행료 지불 시스템)가 있는 경우 480엔, 현금으로 내는 경우에는 무려 1,320엔이나 한다. ETC로 내면 거리비례로 요금 계산이 되는데, 현금을 낼 경우에는 정액 기본료를 내야 해서 차이가 큰 거라고.


ETC는 기본적으로 신용카드와 연계되어 있다. 수도고속도로뿐 아니라 도쿄 도심과 교외를 잇는 일반고속도로도 ETC를 이용할 경우 상당히 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렌터카를 빌리는 경우에는 꼭! ETC를 같이 빌려두는 게 좋다.


일본에서 처음 운전을 해 본 날 ETC도 없이 길을 나섰다가 내비게이션 말만 듣고 수도고속도로를 몇 번이나 들어갔다 나갔다 하느라 수중에 있던 5천엔 남짓의 현금을 다 써버리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가뜩이나 운전도 익숙하지 않은데, 현금마저 없으면 통행료 안 냈다고 경찰에 잡혀가는 건 아닐까 두근두근 했던 날이다. (다행히 마지막 남은 현금을 탈탈 털어서 통행료를 낸 후로는 내비양이 더 이상 나를 수도고속도로로 안내하지 않았다.)


거의 지하철 노선도를 방불케 할 정도로 출입구가 많은 수도고속도로. 육상운송이 발달하지 않았던 에도시대에 도쿄의 수상운송을 담당했던 운하가 있던 자리를 도로로 만들었다.



세 번째, 주차가 어렵다.


도쿄에서는 주차를 절대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일률적인 요금이 있는 게 아니고 위치에 따라 요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주차하기 전 요금을 꼭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긴자3쵸메에 있는 타임즈 주차장의 경우 요금이 12분에 440엔이다. 용무가 있어 오후 3시에 주차를 해 두었다가 오후 8시에 차를 뺀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주차요금이 무려 11,000엔이나 나오게 된다. 한국 돈으로 11만원. 고작 5시간 주차했다고 이런 엄청난 요금을 내야 하다니 누구 멱살이라도 잡고 따지고 싶지만 주차장 입구에 대문짝만하게 써붙여져 있기 때문에 탓할 사람도 없다.


엄청난 요금만큼 엄청난 시설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일본에서 제일 큰 주차 서비스 기업이 타임즈(Times)인데, 애초에 이 기업이 성공했던 이유가 짜투리 땅을 사들여 아주 소액만 투자해 주차장으로 바꿔서 이윤을 창출해냈기 때문이다. 짜투리가 괜히 짜투리겠는가? 애초에 주차공간도 작고 운 나쁘면 경사지에 주차장이 있기도 해서 초보운전자에게는 주차하기가 그야말로 부담스럽다.


그러니 어딜 가든 일단 목적지가 정해지면 근처 어디에 주차할지부터 생각을 해 놓고 가야 한다.



네 번째, 차선을 잘 봐야 한다.


필자는 이제 한국에서 운전한 기간보다 일본에서 운전한 기간이 더 길어졌는데, 그래도 여전히 역주행 할까 걱정이 된다. 핸들 방향이 반대여서 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국처럼 친절하게 중앙선을 노란색으로 구분해주지 않기 때문에 어디가 중앙선인지 늘 신경써서 봐 줘야 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왼쪽도 중앙선, 오른쪽도 중앙선이다. 차선 폭이 6m 보다 좁은 경우에는 중앙선이 흰색 점선으로 되어 있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눈치봐서 맞은편에 차가 안 오면 중앙선을 넘어가도 된다. 중앙선을 넘을 일이 없지 않겠냐고 지레짐작할 수 있는데, 1차선 도로에서 앞에 방해물이 있는 상황에서는 싫어도 흰색 점선을 확인하고 중앙선을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왼쪽도 중앙선, 오른쪽도 중앙선이다. 오른쪽처럼 흰색 점선으로 된 중앙선이라면 중앙선을 넘어서 앞지르기를 해도 된다.


왜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아예 차선이 없는 구간도 있다. 뭐 없다는 말은 좀 심하고, 있긴 있는데 잠깐 끊겼다고나 할까. 이런 길을 만나면 눈치껏 앞의 차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줄을 잘 맞춰가면 되긴 한다.





불평을 한 바가지 쏟아놓고 보니 조금 민망하다. 운전을 되게 잘하면서 불평을 하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아직 운전이 서툰 필자가 일본에서 운전하는 데 대해 가타부타 논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업무상 운전을 못 하면 불편해지는 상황이 꽤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마다 운전대를 잡으려고 하는 편이고, 아직도 엉망진창이지만 그래도 처음에 비해서는 덜 어버버하고 있다.


한편 초보운전자 입장에서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운전하는 게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한국에서의 운전이 마치 전쟁과도 같다면, 일본에서의 운전은 질서정연한 행진 같다. 깜빡이를 켜면 높은 확률로 뒷차가 속도를 줄여주고, 신호 바뀌고 움직이는 타이밍이 조금 늦어져도 웬만해서는 클랙션을 울리지 않는 등이다.


물론 체감상 그렇게 느껴진다는 거지, 일본에서 만나는 모든 운전자들이 다 착하진 않기 때문에 늘 주변에 폐를 끼치지 말고 안전운전 하도록 노력할 필요는 있다.


마지막으로 만약에 내 친구가 일본에서 운전을 해 본 경험이 한 번도 없고, 도쿄로 짧게 여행을 와서 국제운전면허증으로 운전하려고 한다면, 나는 도시락 싸 들고 말리며 반대하고 싶다. 위에 적은 것처럼 도쿄에서 운전하기가 워낙 어렵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관광 와서 가고싶어 하는 코스 정도라면 차보다는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게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업무적으로 출장을 오는 경우에도, 렌트카 대여 요금에 기름값, 보험료, 주차비까지 더해보면 전차와 택시를 적당히 섞어서 이동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어쨌든 오랜만에 업로드 해 본 <이방인의 눈으로 보는 도쿄 이야기>,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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