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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란 May 05. 2020

UNIQLO의 광고는 왜 한국에서
논란이 되었나?

문화 예술의 의미 형성 관점에서 본 UNIQLO 논란

작년 가을 유니클로의 한 광고가 논란이 된 일이 있다. 광고 속에는 패셔너블한 20대의 젊은 여성과 나이가 많은 노숙녀가 함께 등장한다. 20대 젊은 여성이 노숙녀의 스타일에 대해 칭찬하며,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어요?”라고 묻자 노숙녀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맙소사! 그렇게 오래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말하며 광고는 막을 내린다. 그런데 논란이 된 것은 이 광고가 한국에서 방영되면서 노숙녀에 대사에 대한 자막에 ‘80년도 더 된 일’이라는 특정한 시간이 더해졌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이 광고를 시청한 많은 한국인들은 유독 한국 버전에만 ‘80년’이라는 연도를 특정한 것이 위안부에 대한 모독의 의도가 다분했다고 보고 분노했다. 유니클로 측은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어떻게 그 광고를 그런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냐는 식의 반박도 했으나 논란이 거세지가 결국 해당 광고는 전면 중단되었다.

논란이 된 유니클로 광고의 한 장면

과연 UNIQLO의 광고의 진위는 무엇일까? 특별한 의도가 없었다면 왜 한국 광고에 '80년도 더 된 일'이라는 자막을 달았을까? 동일한 광고에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달리 유독 한국 사람들이 반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기대의 지평’, ‘해석 공동체’에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속한 해석 공동체에 따라, ‘기대의 지평’을 가지게 된다. 기대의 지평이란 사람들과 집단의 배경이 되는 특성, 그들의 예술작품 읽기를 형성하는 가정들을 의미힌디/ 이 기대의 지평이 같은지 다른지에 따라 동일한 텍스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상이한 경향성이 드러난다. 즉, 성별, 계층, 문화자본, 인종에 따라 기대의 지평이 달라지고 수용자가 텍스트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화 예술이 어떤 의미로 수용되는지는 더 이상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가 된다.

 

알렉산더(2010)에서는 예술을 일반적인 사회·문화적 경험에 연결 짓기 위해서는 우선 행위자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해당 행위자가 예술의 창작자일 경우에 그가 가지고 있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작품에 어떤 식으로 영향력을 미쳤고, 표현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행위자가 수용자일 경우 그가 가지고 있는 ‘기대의 지평’이 예술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있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예술의 주요 행위자인 창작자와 수용자 둘 모두는 사회와 뗄 수 없는 사회적 존재이다. 따라서 예술작품을 만들고, 해석하는데 각각 영향을 미치며 이 둘은 예술작품 안에서 만나고 충돌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의미가 형성된다.

 


결국 도입부에 언급했던 유니클로의 광고에 관한 논란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라는 사회적 배경 위에서 발생한 충돌이라고 할 수 있다. 실상 유독 한국 광고에만 '80년'이라는 특정한 시기를 언급했다는 점은 유니클로의 반박과 달리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생산된 콘텐츠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실제 의도가 무엇이었든 해당 광고를 본 수용자인 한국인들은 광고를 지나치거나, 위안부 문제를 기억할 필요 없는 오래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분노했고, 한국에서 해당 광고는 '위안부 모독'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만약 다른 나라의 광고에도 동일한 자막이 언급되었다고 한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위안부 모독'의 의미로 읽혔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은 문화예술의 의미가 형성되는 데 있어 '기대의 지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문화예술의 의미는 생산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닌, 개별 수용자 및 사회문화적 배경과 상호작용하며 상이하고 복잡하며 분절적으로 생성된다.



참고문헌

빅토리아 알렉산더. 2010. 『예술사회학』.  살림. 최샛별 외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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