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일상을 그리워하며

-우리의 행복한 시간

by 샛별
나날의 일싱과 낯익은 공간은 우리를 너그럽게 포용한다. 그 일상이 지루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권태에 몸서리를 쳤지만, 따지고 보면 그 변함없이 단단한 토대 위에 서있는 평온한 일상은 최소한의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것은 일종의 사랑이다.
찻잔이 차를 담고 있는 일
의자가 튼튼하고 견고하게 서 있는 일
바닥이 신발 바닥을
혹은 발가락들을 받아들이는 일
발바닥이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아는 일 -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 (팻 슈나이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장석주) 중에서


일상의 소중함이 절실하게 와 닿는 날들이다. 하루하루 코로나 확진자의 수가 늘어가고, 그것을 발표하는 질병 본부장님의 얼굴에 누적되는 피로와, 병원에서 환자들과의 사투에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의 모습들을 바라보면 가슴이 아프다. 아들이 다니는 회사에도 가까운 건물 안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며칠 좁은 집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휴대폰으로 뉴스부터 확인하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보아야 할 아이가 있는 것도, 병원에서 환자들과 사투를 해야 하는 것도 , 좁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과 부딪치며 출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내게 주어진 일상은 아무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평상시 보지 않던 텔레비전을 켜고 한참이나 뉴스를 들여다본다. 마음이 무거워 카카오톡 조차 잘 보지 않게 된다.


우리에게 일상은 얼마나 소중했던가?


며칠 전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비 내리는 오후였다. 열심히 고생하며 10여 년을 음식점을 하다가, 최근 몇 년을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열심히 배움의 길에 들어서 행복해하던 친구다. 그 즐거움이 코로나로 막힌 상태에서 그래도 친구는 소녀처럼 말했다. " 1층 창 너머로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고 있어. 너무 아름다워!" 이런 우울한 일상 속에서도 그걸 볼 수 있는 친구가 부럽다. 나도 창밖을 내어다 보았다. 혼란스러운 마음과는 달리 비 내리는 바깥 풍경은 고요하다. 마음을 다잡아야 해.


어수선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어 산책을 하기로 했다. 산책길의 나무들은 어느새 봄을 준비하느라 겨울눈을 조금씩 부풀리고 있었다. 진달래도, 생강나무도 후박나무도. 산책길의 모든 나무들은 그 추운 겨울 동안에도 아주 조금씩이라도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이 나무들처럼 이 마지막 겨울의 잔재를, 코로나를 하루빨리 이겨낼 수 있었으면.. 분명 이 나무들은 이 추운 겨울 동안 끊임없이 이 추위와 바람과 싸워 왔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아파트 화단가 나무 울타리 아래서는 벌써 봄 꽃이 피었다. 아주 크게 눈을 뜨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는 꽃들. 그래도 봄은 오고, 이 우울한 날은 지나갈 것이다. 꽃들을 바라보며 소소하지만 소중한 우리의 일상이 어서 돌아오기를 기원한다.


우리 모두에게!



봄까치꽃 종류(개불알풀)



털이 보송한 갈색 잎이 도장 나무(회양목) 잎이다.


별꽃(인 듯)

Main Photo by Ray ZHUANG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산책길에서 만난 소소한 그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