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 노래를 들으며
은발 (Silver threads among the gold)
젊은 날의 추억들 한갓 헛된 꿈이랴
윤기 흐르던 머리 이제 자취 없어라
오 내 사랑하는 님, 내 님! 그대 사랑 변찮아
지난날을 더듬어 은발 내게 남으리
은발 다 된 그날에 그대 앞에 말없이
고운 장미 꺾어서 깊은 축복드리리
오 내 사랑하는 님, 내 님! 그대 사랑 변찮아
보금자리 꾸민 날 깊은 안식 있으리
젊은 날의 추억들은 한갓 헛된 꿈이랴
윤기 흐르던 머리 이제 자취 없어라
가을 산
마 종기 시인
내가 옛날에 바람의 몸으로 세상을
종횡으로 누빌 때
높고 낮은 것도 가리지 않고
치고 안고 뒹글고 다닐 때
산은 자꾸 내게서 눈을 돌렸지.
이제 들리지 않던 소리 새로 들리고
소리들 모여 사는 낮은 산에 싸여
한평생의 저녁은 이렇게 오던가.
푸른 구름의 너그러운 나그네 말이 없고
그 백수의 풍경만 나를 채우네.
오, 가을 산에 모인 빛,
죽은 나뭇잎의 찬란한 색깔,
그 영혼의 색깔,
숨어 살던 내 바람까지
오색의 춤판이 되어 돌아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