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회복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박나윤

칠순을 맞으신 시아버님을 위한 식사 자리가 있어 시골에 다녀왔다. “우리 며느리는 결혼을 참 잘했다”라고 늘 다정하게 말해주시는 시어머니, 그리고 평생 농사일로 손이 마를 날 없었던 시아버님. 거친 바람과 햇빛 속에서 자식 넷을 키워내셨고, 그중 한 아들은 마음속에 조용히 품으신 채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 세월의 무게를 떠올리면, 오늘의 자리는 당연히 지켜야 하는 감사의 자리였다.

형님네 부부는 늘 서로를 챙기며 세심하게 움직인다. 그런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나도 남편과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없진 않지만, 남편은 비교하는 걸 몹시 싫어한다. 그래서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해야 할 몫을 차분히 해내면 된다는 마음으로 지내왔다.


하지만 남편의 고집스러운 모습은 여전히 마음을 무겁게 한다. “싫어, 안 해.” 가끔은 아이처럼 삐치듯 말하는 그 앞에서 나는 잠시 멈칫한다. 내 마음을 조심스레 전하려 해도 벽처럼 단단한 기운이 느껴질 때가 많다. 답답함은 고스란히 나에게 남는다.


식사 자리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시느라 분주했던 시어머니를 생각하면, 남편이 조금만 따뜻한 말이라도 건네길 바랐는데 오히려 “왜 그렇게 예민하냐”며 어머니께 한마디를 보탠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다시 다짐한다. 나라도 철없이 굴지 말자고.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더 따뜻한 사람이 되자고.


그래서 난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온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조용히 해나가는 것.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쉽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까지 차갑게 식을 필요는 없다는 걸 안다. 내가 품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 그것이 결국 내가 지키려는 사랑의 모양이니까.


삶의 지혜란 큰 가르침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매일 찾아오는 작은 파도 속에서 중심을 다시 세우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배우고, 다듬고, 조금씩 더 단단해진다. 그리고 또, 따뜻한 마음으로 하루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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