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게 하나도 없다.
물결은 언제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흐르지는 않는다.
때로는 애써 조정하려 해도
삶은 제멋대로 방향을 틀고,
나는 그 안에서 선택지가 아닌
적응을 하며 살아온 것 같다.
돌이켜보면 파도는 분명 거셌다.
나는 그 파도를 피하지도,
멈추지도 못한 채 그저 올라타 있었다.
버티는 법을 배웠고,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가는 법을 익혔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에는 늘 이런 생각이 스쳤다.
“잠시라도 가만히 멈추고 싶다.”
그리고 지금,
그 파도는 잠잠해졌다.
깊은 심연처럼
고요한 시간 속에 나는 서 있다.
신기하게도 이 고요함은 공허하지 않다.
쉼 속에는 지난 파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그 거친 순간들 덕분에
지금의 잠잠함이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파도 속의 나도,
고요 속의 나도
모두 나였다.
그래서 버려야 할 나는 하나도 없다.
지금의 나는
조금 충전되었고,
조금 여유를 되찾았고,
오늘 하루를 감사로
마무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
이 잠잠함이 오래 가든,
다시 파도가 오든
나는 그 모든 순간 속에서
계속 나 자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