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서
돌풍이 불고 낙엽이 소용돌이친다.
들판을 들락거리는 바람이 말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창문을 마구 두드리던 바람이 젖은 낙엽을 현관 앞까지 수북이 끌어다 놓았다. 비 질을 미루고 커피 한잔 더 마실 생각이다. 바람에 헝클어진 이웃 밭엔 호박이 나 뒹굴고 말라비틀어진 고추 대가 휘청 댄다. 교회 붉은 담쟁이는 그새 포슬포슬해져 수다쟁이처럼 팔랑팔랑 댄다.
테이블 위에 의자를 올리고 그림 도구와 커피 잔까지 챙겨 날름 올라앉았다. 창밖 풍경 중 담쟁이덩굴을 붉은색 수채 크레용으로 몽글몽글 스케치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