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달력은 없어요?
2008. 01. 2 / 새 달력은 없어요?
새해 첫 햇살이 단박에 무거운 목화솜 이불을 걷어내고 식탁 한가득 고운 햇살을 펼쳐 놓는다. 냉정하고 차가운 겨울에게 기죽어 지냈는데 오늘은 라디오를 크게 튼다. 마당에 강아지를 풀어주고 땅속에서 아삭하게 익은 김치도 퍼 왔다. 늦은 아침을 먹다 말고 딸아이가 지난 12 월의 달력을 뜯어낸다.
"새 달력은 없어요?"
지난해 달력을 떼어내니 벽지 꽃무늬에서 꽃송이들이 봄인 듯 핀다.
2008. 01. 11 / 회색 아침
타닥타닥 타다닥. 좁쌀 만 한 진눈깨비가 내린다. 깽깽 얼어붙은 연탄재, 꼿꼿한 가지만 남은 오동나무, 잡풀이 말라버린 화단에도 희끗희끗 그림이 그려진다. 강아지 콩순 이는 코가 쑥 빠져 꼼짝 않고 눈알만 굴린다. 마당 구석구석에 구멍을 파고 목장갑을 저축하다 딱! 걸렸다. 근신하라고 줄에 묶어뒀더니 영 못마땅한 모양이다. 조립장난감엔 눈 반짝이는 작은 아이는 영어 단어 몇 개 못 외어서 손바닥 한 대 맞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
어른이 빨리 되고 싶은 딸 때문에 엄마 노릇이 힘들다 하소연하니 아들이 그런다.
"그건 엄마 잘못이에요. 사람 성향은 세 살 이전에 다 결정되는데 그때 잘하셨어야죠?"
"뭐? 누가 그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에서요"
흠. 할 말 없다. 딸이 세 살 된 이후 여태 끌려 다닌 게 사실이라서. 그래도 이뻐할 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