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으로 달리는 요란한 매미소리. 이젠 밉지만은 않은 여름 끄트머리에 와 있다. "아이고 시끄러워!" 참을성 없이 쉰 소릴 하긴 하지만 각종 새들이 모여들어 삐삐 거리며 나무 사이를 쑤석거리면 '일단 멈춤'이다. 어느 날 노랑 줄무늬 들고양이가 어쩌다 마당으로 내려왔다. 영역을 침범한 대가로 강아지 '콩쥐'에게 혼이 났다. 꽤 무섭도록 달려드는 콩쥐에게 당황하여 부리나케 오동나무 높은 가지 위로 뛰어올랐다. 이파리가 나풀거릴 적마다 고양이가 빼꼼 얼굴을 내미니 콩쥐는 약이 올라 죽어라 짖어대서 내게 혼이 났다. 고양이는 그 틈을 타 담장 밖으로 내빼버렸다. 이 귀여운 고양이에게 '도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림책에 넣기로 했다.
청청하던 오이 넝쿨에서 여름내 딴 오이로 피클도 해 먹고 지인들과 나눠 먹었다. 오이 줄기는 어느새 말라 바스러지고 대신 노랗게 익은 오이가 마치 금빛이 되어간다. 늙은 오이 얘도 예쁘고 말라비틀어진 넝쿨가지를 타고 오르기 시작한 동부콩, 호랑이콩 줄기도 기특하고 주렁주렁 느지막이 열리는 토마토들도 예쁘고. 여름은 그렇게 여름다웠다.
들판은 날마다 날마다 볕으로 보글보글. 볍씨들이 끓어 넘치기 시작이다. 바람과 빗줄기에 넘실대던 초록 물결 너머 곧 황금 들판이 나타날 것이다. 눈 안에 들어오는 여름 잔치는 해마다 선명해서 끝이 없이 이야기를 만든다. 딱 요 정도 여름이면 살만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