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참 예쁘다 1

by 바람세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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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분주한 나를 따라서 집과 마당과 집 안팎을 넘나드는 고양이까지 두근대며 지냈습니다. 도서관에서 함께 드로잉을 즐기는 이들이 작업실로 오는 날입니다. 우리 집까지 오는 길은 일찌감치 맑은 햇빛으로 융단을 깔아 뒀습니다. 제일 먼저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 하늘은 새로 산 공책 표지처럼 반들거립니다. 사람들이 도착하고 나서 둑길 위 큰 나무 '바람 세탁소'는 드디어 제 이름을 찾았고 사람들과 모처럼 시끄러운 오후를 즐깁니다. 둑 길 아래 넘실대던 너른 억새밭은 포슬포슬 뽀얗게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동네 초입 붉은 담쟁이로 덮인 뾰족 교회와 동네 구석구석 작은 풀꽃들까지 딴 곳서 온 손님들과 어깨동무하듯 사진을 찍습니다. 조용하던 동네가 함께 들떠서 웃어 댄 날입니다. 자기들끼리만 몰려다니던 참새들이 그림 그릴 감나무에 날아들었다가 모조리 흩어져 버리거나 이 층 창 근접한 전깃줄에서 줄타기를 합니다. 햇빛을 몽땅 빨아들인 감은 통통하게 부풀어 사람들의 드로잉 북으로 쏟아집니다.

사람들은 적당한 바람에 머릿결을 빗어 흘리며 길을 돌아 걷고 온몸에 따스한 볕을 매달고 억새밭을 헤엄치듯 합니다. 모두 한 권의 사진첩으로 들어갈 만한 가을 풍경이 되었습니다. (2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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