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첫 자취를 시작했을 때
너를 처음 보았을 때
처음으로 하늘을 날았을 때
나에게 일어날 일들을 상상하곤 했다.
누군가와 만나 사랑을 시작하고
열정이 넘치는 친구들과
야망을 품고서 나아가는 내 모습들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이제 시간이 되어
눈부시던 티비 화면을 끄고 나니
조용한 방 안에서 작은 한숨 내쉬고는
눈을 감고서 내일이 올까 두려워하는 나를 본다.
사실 그렇게 달라진 것은 없는 데
나아진 것은 없을지 몰라도
나빠진 것도 그리 없는 거 같은 데
부담감만 커져가고
실망감만 쌓여가니
점점 발등만 보며 걸아가게 된다.
가끔은 가만히 하늘을 보며
푸르른 잡초를 보며
흘러가는 바람을 보내며
나무 아래 빈틈 가득한 그림자를 보며
어쩌면 단지 장르가 다른지 모르지
어쩌면 지나가는 사람 3번 역일지 몰라
누구 하나 찾아보려 하지 않는 이야기여도
언제나 그 이야기를 써 내려간 작가에겐
가장 소중한 이야기일 테니.
나조차도 사랑해주지 않으면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되어버리니까
다시 한번 집어 올려
가만히 앉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