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시대가 되었다.
괴리를 주던 낮은 화질은 기술의 세례를 받아
화면 속에서 발광하며 눈을 타고 뇌까지 들이친다.
모든 순간을 말로만 전해야 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전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말들이 기록되기 시작하니
흐르는 시간에서 벗어나
정지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때에나 그 자리 있으며
시작과 끝 조차도 언제든 읽어질 수 있게 되었다.
종이 위에 쌓이던 지식과 상상
허상과 현상, 소설과 기록들이
인터넷을 타고 공간을 벗어나게 되었다.
점차 글들 위에 사진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사진들이 이어져 동영상이 되었다.
소리 또한 합병되었다.
어쩌면 동영상이 더욱 인간적인 것일 거다.
보는 것, 듣는 것,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은
의식적인 배움 없이도 일어나는 내재적인 것이다.
하지만 동영상이 너무나 구체적이기 때문일까
이것은 우리에게 의도된 그림과 소리를 들려주고
그것들이 우리에게 기억된다.
글은 소리도, 시각도, 촉각도 갖지 못한다.
오히려 이 결핍은 우리 뇌가 주어지지 못한 정보들을
유추하고 예상하며 머릿속에 겪은 적 없는 기억들을 조성한다.
오늘 아침에 먹은 음식, 하늘의 색상, 찰나의 감정이
같은 구절에도 다른 기억들을 쌓는다.
어쩌면 가장 비 인간적이고, 비 현실적인 단어로 글을 마친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