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쇼의 허리를 감싸며

한껏 부푼 폐를 느끼며 서로의 온기를 채집해

by 이룰성 바랄희

겨울이 오니까 뱅쇼를 먹겠다는 너를

오늘밤 와인빛 춤을 추겠다던 너를

사랑으로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맛을 보겠다며 펄펄 끓는 뱅쇼 위로

하얀 새끼손가락을 담궈보더라

연보라색으로 물든 손가락을 보며

싱긋 웃는 너는 내 눈 위에서

살랑이며 왈츠를 추더라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우린 영원히 존재해

한껏 부푼 폐를 느끼며 서로의 온기를 채집해

이번 겨울은 너무 추우니까

우리가 뱅쇼보다 뜨거울 순 없겠지


멀리서 들려오는 봄의 안부는 접어둬

한 발짝 한 발짝

천천히 움직이는 발 위로

왈츠의 방울이 떨어지는걸 느껴봐


뱅쇼가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려도

결코 흘리지 않을테니 걱정마

새빨간 피아노 덮개를 어깨에 둘러봐

음표와 뱅쇼가 섞여 추운 입김에 닿아


우리만의 규칙이 미지의 겨울을 뒤덮는 밤

천천히 뱅쇼의 허리를 감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