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묻는다. "나랑 친해질래?"
당신은 스스로에게 당근을 더 많이 주는가, 채찍질을 더 많이 하는가? 나는 스스로에게 엄격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큰 애정을 쏟아붓진 않는다. 한 번은 나와 사이가 안 좋았을 때도 있었는데 그땐 나와 꽤 서먹했다. 사이가 안 좋았을 때를 생각하면 옷도 대충 입고 나가고 헤어스타일도 신경 쓰지 않았다. 매사에 ‘대충대충’ 하는 게 생활신조가 되었고 나를 방치했던 날들이었다.
작년에 그런 시간을 거하게 보낸 후 지금은 보다 친해졌는데 그래도 아직 절친까진 아니다. 하지만 조금 더 친해진 기념으로 어떻게 하면 더 친해질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 있었다. 마치 새 학기 첫날 옆 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마이쭈를 건네며 조심스럽게 “먹을래..?” 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나에게 마이쭈를 줄 수는 없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봤다.
다정히 내 삶에 침투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소소했다. 예를 들면 내일 입고 나갈 옷의 보풀을 미리 제거해 깔끔한 옷 상태를 선물하기, 유난히 추웠던 날엔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 녹여 주기, 잠들기 전 이불정리 할 때 향이 좋은 슬리핑 퍼퓸을 뿌려 주기와 같은 것들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중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활동은 없다. 모두 5만 원 이내로 가능한 것들이지만 생각보다 더 높은 행복감을 선사한다. 특히 겨울에는 보풀 때문에 예쁜 옷도 왠지 지저분해 보여 속상하지만 미리 전 날 보풀제거기로 깔끔하게 준비해 놓으면 다음 날 나에게 여전히 예쁜 옷을 입고 출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카페인이 없는 차 한 잔은 고단했던 하루의 피로를 싹 풀어주는데 단연 최고다. 특히 카모마일처럼 심신의 안정을 위해 힘써주는 친구라면 더할 나위 없다. 차 한 잔에 책 한 권. 이보다 좋은 페어링이 있나? 따뜻하게 몸이 녹아내린 상태에서 어슬렁어슬렁 침대로 향한다.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는 이불이나 베개에 슬리핑 퍼퓸을 뿌려주면 꿈나라 갈 준비 완료. 향긋하게 올라오는 향 위에 뛰어들면 이제야 정말 하루가 마무리되는구나 싶다.
인간의 후각이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곳과 가장 밀접히 닿아있어 우리가 특정한 향을 맡으면 과거로 회귀하는 거라 한다. 따라서 슬리핑 퍼퓸 향을 맡으면 이제 잠들 시간이라는 걸 알고 뇌도 부랴부랴 두꺼비 집을 내린다.
이처럼 나를 다정히 대해주기 위해, 나와 더 친해지기 위해 내가 하루 끝 루틴으로 활용 중인 것들을 나열해 봤다. 요즘같이 경쟁사회나 모든 게 내 맘처럼 되지 않는 시대에서 나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거라 예상한다. 그럴수록 나와 늘 함께 해주고 늘 내편일 수 있는 존재가 누구인지 재고해봐야 한다.
젊을 때 나에게 너무 가혹히 대하면 나이가 들어서 외로운 상태로 남은 여생을 보내야 할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된 틈은 그 어떤 것으로도 절대 메꿀 수 없다. 특히 타인이 아닌 나와 나 사이의 틈은 더욱 그렇다.
스스로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지자.
내 삶을 다정히 대하는 나날들이 쌓여 몸과 마음의 온도 전부 따스해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