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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ho Kim Nov 06. 2016

금융 기사 읽기 세 번째:파생상품

2014.5.11

농경시대에 어떤 농부들은 모내기 이후에 벼가 서자마자 바로 수확권을 팔았다.

이것을 입도선매(立稻先賣)라고 하는데, 이러한 권리를 매입한 사람들은 주로 자본을 가지고 있는 상인이었다.

수확권을 판 농부는 추수량에 무관하게 확정된 금액을 받게 되고

수확권을 산 상인은 추수 후에 쌀을 얻는 대신 확정된 금액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농부가 입도선매 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면

추수하고 난 이후에 해당 경작지에서 추수된 쌀을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인데

이 금액이 정확히 얼마가 될지는 아무도 미리 알 수 없다.

따라서 농부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셈이고

입도선매 계약을 통하여 자신이 가진 리스크를 상인에게 넘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계약을 조금 다르게 바꾸어보면

농부와 상인이 미리 금액을 정하고

정해진 금액 이상으로 수확이 된다면, 초과분만큼 농부가 상인에게 주고

정해진 금액 이하로 수확이 된다면, 부족분만큼 상인이 농부에게 주는 것과 같은 계약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확량에 따라 현금만 주고받는 계약으로 바꿀 수 있다.  

이렇게 기초자산(쌀의 수확)의 가치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 상품(입도선매)을 파생상품(derivatives)이라고 하고

파생상품에 시장 참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입도선매는 정해진 금액을 초과한 경우 매수자가 초과분만큼의 이익을 얻고

정해진 금액에 미달한 경우 매도자가 미달분만큼의 이익을 얻는 계약으로서

이러한 계약을 선도계약(forward contract)이라고 하고, 표준화된 선도계약을 선물계약(futures contract)라고 하며

미리 정한 시점을 만기(maturity)라고 한다.  


파생상품 시장의 참여자는 세 가지로 분류가 되는데 

리스크를 회피하고자 하는 위험회피자(hedger),

위험회피자에게 위험을 받고 쌀의 수확량을 맞추려는 투기자(speculator),

그리고 기초자산과의 가격차이를 이용하여 리스크 없이 차익거래(arbitrage)를 하는 차익거래자(arbitrageur)로 구분된다. 

위 사례에서 농부는 위험회피자, 상인은 투기자로 묘사되었지만

사실 역사적으로는 빈농들이 당장 돈이 필요해져서 입도선매를 이용하였다.

입도선매 공급(농부)은 많은 반면 입도선매 수요(상인)는 극히 적어

입도선매 가격이 가을에 예상되는 수확분보다 턱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급전이 필요한 빈농들만 아주 적은 금액의 금액을 미리 받고 입도선매 매도계약을 체결하였고

상인들은 싼 가격에 입도선매 매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것은 예상되는 추수량을 높은 금리로 할인하여 현재가치를 구한 방법으로써, 상인들은 사실상 고리대금업자와 비슷한 성격을 띠게 되었다.

당시 상인들이 수확량을 맞추려는 투기자라기보다는 예상되는 수확량과 싼 입도선매 계약의 가격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남기는 차익거래자로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손쉬워 보이는 방법으로 돈을 벌었던 상인들은 고리대금업자와 비슷한 대우를 받았고

유교적 사상을 가졌던 국가는 이러한 수익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현대 금융시스템에서는 이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데, 상인과 같은 입도선매 매수자의 수가 너무 적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만약 차익거래(arbitrage)를 이용하여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장려하여야 차익거래자(arbitrageur)의 수가 늘어나면서

입도선매 권리의 가격이 올라가게 되고, 이 가격은 추수 예상량에 근접하게 된다.

따라서 빈농들은 입도선매로 급전을 융통하는 경우에도 충분한 돈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차익거래자(arbitrageur)가 무위험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arbitrage)은 0에 가까워지게 된다.  


현대에 와서는 쌀의 수확량은 지역마다 다르고 계약자 간에 정보 비대칭이 크기 때문에 

주로 쌀 등의 기초자산의 가격을 기준으로 표준화시켜 계약을 하게 되었다.

기초자산은 농산물, 천연자원, 부동산, 주가, 환율 등이 전통적인 상품이지만

날씨, 자연재해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도 나오고 있는 추세이다. 


[알기 쉬운 파생상품] 날씨 파생상품 - 기상이변으로 인한 손실 줄여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31115000034 


(상) 손보사 날씨 담보로 돈 버는 시대 온다 - 기온과 맥주 상관관계처럼 날씨 변동 지수화 파생상품, 미·일 등에선 이미 일반화 

http://www.fnnews.com/view?ra=Sent0401m_View&corp=fnnews&arcid=201404020100016840000808&cDateYear=2014&cDateMonth=04&cDateDay=01  


맑은 날에는 우산장사 아들 걱정, 비 오는 날에는 짚신장사 아들 걱정을 하는 어머니 이야기에서 

맑은 날에는 우산장수가 짚신장수에게 일정 금액을 주고

비 오는 날에는 짚신장수가 우산장수에게 일정 금액을 주기로 미리 계약을 한다면

그것이 곧 날씨 파생상품이다. 

이처럼 파생상품은 제로섬 게임이지만

매우 낮은 비용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파생상품 덕분에 리스크가 높은 농작물이나 산업 등도 위험회피(hedging)가 가능하여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예로,

농산물 가격에 대해 농부와 농산물 가공회사(커피전문점, 시리얼 제조업체 등)는 서로 다른 입장인데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농부는 수익이 커지지만 농산물 가공회사는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농부와 농산물 가공회사가 파생상품을 통하여 농산물 가격 위험을 회피(hedging)한다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지게 된다.  


파생상품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사람은 차익거래자(arbitrageur)인데

차익거래자는 상품시장에서의 중개상과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차익거래자가 많을수록 가격이 저평가된 파생상품의 가격은 높아지고, 가격이 고평가 된 파생상품의 가격은 낮아지기 때문에

차익거래자가 충분히 많다면 파생상품의 가격이 공정(fair)한 가격이 되어 균형을 이룬다고 한다.

선물 가격의 공정 가격은 현물 가격에서 이자를 더한 만큼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차익거래가 발생하여 차익거래자들이 무위험 수익(alpha)을 얻을 수 있다.


한편 선물(futures) 이외에도 다양한 파생상품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옵션(options)이다.

선물이 매수자, 매도자 모두 이행해야 할 의무를 약속하는 계약인 반면

일반 옵션(plain option)은 만기에 기초자산의 가격이 미리 정한 가격(행사 가격, exercise price)을 초과(미달)하는 경우, 초과(미달)분만큼 옵션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다.

만기에 기초자산의 가격이 행사 가격을 초과(미달) 하지 못하는 경우, 매수자는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매수자는 권리만 가지고 있으며 매도자는 의무만 가지고 있다.

옵션 매도자는 잘되면 정해진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잘못되면 잃을 수 있는 손해가 정해져 있지 않다. 

이러한 특징을 비대칭(asymmetry)적이라고 하며

옵션 매수자는 매도자에게 옵션 가격(option premium)을 지불하기 때문에 계약이 성립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보험과도 같은 특징을 지닌다. 


기초자산의 가격(현물가)이 행사가를 넘을 때 초과분만큼 받는 옵션을 콜옵션(call option),

현물가가 행사가를 넘지 못할 때 미달분만큼 받는 옵션을 풋옵션(put option)이라고 한다.  


[뷰앤비전]파생상품과 금융 혁신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3011411114478630 


26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철학을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철학의 유용성을 증명하기 위하여 비상한 방법을 고안하였다.

그는 천문학 지식을 통하여 올리브 농사가 풍년일 것으로 예측을 하였고

올리브를 가공하는 압착기 소유주들과 계약을 맺어 모든 압착기 사용권을 미리 확보하였다.

실제로 올리브 농사는 대풍년이 되었고, 탈레스는 가지고 있던 사용권을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이것이 기록된 최고(最古)의 옵션거래이다. 

거래소에 상장되어있는 많은 파생상품들은 만기일까지 거래가 가능한데

선물의 경우는 만기일이 가까워지면서 선물 가격이 현물(기초자산) 가격과 같아지고

옵션의 경우는 만기일이 가까워지면서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 기초자산과 행사가의 차이에, 행사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 가격이 0에 수렴해간다. 


2010 11ㆍ11 옵션쇼크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28206&cid=520&categoryId=520  

[11.11쇼크 대해부]①`만기일 테러..경고 없었다`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B11&newsid=01318566593168016&DCD=A10101&OutLnkChk=Y  

"750만원 벌려다 10분 만에 15억 날려…빚만 10억 남아"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0111247621  


2010년 11월 11일은 코스피200 옵션만기일(매월 둘째 주 목요일)이었다. 

장 마감 직전까지 별다른 특징 없이 평화로운 가격이 형성되었다.

행사가가 낮은 풋옵션(지수가 내려갈 때 돈을 받는 옵션)들이 행사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고

그런 옵션들은 가격이 0에 가깝게(0.01 * 10만 원) 형성되었다. 

장 종료를 6분 남겨둔 2시 54분, 갑자기 도이치방크 창구를 통해서 1조 6천억 원어치의 매물폭탄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쏟아져 나왔고

아무런 이유 없이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등의 종목들이 3~5%가 하락하다.

코스피지수는 2.7%가 급락하였고, 시가총액 28조 8천억 원이 사라졌다. 

행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풋옵션들이 6분 뒤에 행사가 되었고

행사 가격은 5에 가까운 값(4.99 * 10만 원)이었다.

불과 6분 만에 풋옵션에서 최대 약 500배에 달하는 수익이 발생하였다. 

파생상품은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이익이 난 만큼 손해를 보는 곳이 발생하였다.

와이즈에셋은 890억 원에 이르는 손해를 입고 회사가 청산되었고, 와이즈에셋을 지급 보증한 하나대투도 큰 피해를 입었다.

풋옵션 매도를 하였던 개인투자자들은 6분 만에 전재산을 날리게 되었다. 

하지만 도이치방크 창구를 이용해 주문을 낸 주체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제임스 사이먼이 이끄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가 배후에 있다는 설 등이 돌았다.

매도세력의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풋옵션을 매수해 부당이득을 취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하였다는 증거가 필요했다.

복잡한 금융시스템과 해외 주문으로 인한 기술적인 걸림돌들로 인해 

금융감독원은 창구였던 도이치방크만을 처벌한 채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2014년 5월 11일 세미나에서 작성/발표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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