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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Sungho Kim Feb 05. 2021

유럽살이 9년에 얻은 의사소통 팁들 (4)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당신 회사에서 마케팅팀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큽니다. 하지만, 마케팅팀장이 이직을 결심해서 조만간 공석이 될 상황입니다.  팀장을 새로 채용하든지 아니면 내부에서 승진을 시키든지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가급적 내부에서 팀장을 세우고 싶지만 현재 팀원들 가운제 아직은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을 보이는 한과장에게 기회를 주기로 합니다. 한과장을 불러 이런 의향을 전달하고 팀장 포지션을 제안합니다. 그 소식을 전달받은 한과장은 크게 기뻐하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거듭합니다. 당신의 마음도 기대와 더불어 한과장이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반응에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한과장이 찾아와 급여인상을 요구합니다. 내심 당신은 한과장이 팀장으로서의 능력을 보이고 난 후 급여를 인상해줄 마음이었습니다. 당신이 기대한 것은 그가 자신에게 큰 기회를 준 당신의 호의에 깊이 감사하는 태도였습니다. 팀장제안을 받고 곧바로 급여인상을 요구할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신은 한과장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위에 제시한 상황은 제가 본 많은 이태리와 영국의 기업에서 상당히 보편적으로 경험되는 것입니다. 

성장할 기회를 주는데 대뜸 급여인상부터 요구하는 직원들을 대할 때 대부분의 한국 관리자들은 혼란을 겪습니다. 분명 그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은혜를 베푸는 것인데 왜 그는 대뜸 금전적 보상부터 요구를 할까? 보편적인 우리의 첫반응은 "괘씸하네" 입니다. 이것이 옳다 그르다를 따져봐야 득될 것은 없습니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저조차도 그런 상황에서 균형을 잡기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더구나 기업이 어려움 중에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제 이 부분을 제안을 받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볼까요? 

현재의 직위는 팀원이고 제안받은 자리는 팀장입니다. 사실상 업무의 급이 달라지는 승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계약이 달라지는 것이므로 그에 맞게 조건도 달라져야 합니다. 기회를 준다고 하지만, 내가 정말 그 자리에 맞지 않다면 제안 자체를 안 했겠죠. 했다는 것은 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회사측에서 판단한 것이므로 조건변경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물론 여러분 대부분은 어느 정도 급여를 인상해 주는 것을 수용해 주실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당연하다는듯 올려달라는 태도는 썩 유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 제가 본 유럽의 관리자들은 어떤 절차를 밟는지 소개를 드립니다.  팀장을 제안하는 결정이 내려지면 회사측에서 제안하는 보상안을 미리 만듭니다. 그리고 팀장포지션을 제안하는 자리에서 그 보상안도 같이 제시합니다. 당사자는 그 보상안을 검토하고 시간을 약간 두며 회사측 (HR manager)과 협상을 하게 됩니다. 회사에서 제시한 보상이 맘에 들지 않으면 좀더 높은 안을 요구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급여는 받아들이고 연금불입액만 높이는 수정안을 요구하기도 하고 추가적인 benefit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회사는 내부적으로 그의 요구를 검토해서 대응을 합니다. 이 과정이 많게는 2~3변 왔다 갔다 하면서 합의점을 찾아 갑니다. 


물론 국내 대기업은 이런 경우에 맞는 보상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은 이런 부분을 그리 크게 생각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문화에서 한번 더 생각해볼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괘씸하네" "내가 은혜를 베푸는데" "감사도 모르고"


이런 생각이 깔려 있는 한 그의 행동을 이해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일 수 있음에도 우리 마음에 앙금이 남습니다. 그래서 저 친구는 일은 좀 하는데 자기 것만 챙기는 이기적인 부분이 많아. 이런 편견을 갖게 됩니다.  

우리의 관점에서 인간적인 도리나 인간미 이런 생각을 살짝 덜어내고 고용도 계약이라는 점에 좀 더 집중하는 것 만으로도 외국인과의 소통은 훨씬 편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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