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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Sungho Kim Feb 05. 2021

유럽살이 9년에 얻은 의사소통 팁 (1)

한국분들이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하면, 특히나 영국, 이태리, 프랑스, 등의 서유럽에서 겪는 어려움 중 큰 부분이 의사소통에 관련된 부분입니다. 그래서 2012년초 처음 이태리로 나갔을 때 의사소통 책을 몇권 들고 갔죠. 다년간의 외국인 기업 생활을 통해 이미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고, 더구나 한국인으로서 혼자 이태리기업에 들어가서 재무책임자로 일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유럽살이가 9년이 될때까지 역시나 외국인들과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음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우리가 늘 마주하는 주제들 가운데 의사소통은 빠지지 않는 단골 제목일 것 같습니다. 국내 있는 외투기업들에 재직했을 당시에 사내 트레이닝 코스에도 의사소통은 늘 들어있었어요. 구체적인 제목으로 보면, 이메일 작성법, 건설적인 갈등 관리, 회의참여원칙, 전화예절, 보고서 작성 원칙, 등등 다양했습니다.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의사소통 수준을 올려야 한다는 필요성을 그런 프로그램으로 전달함에도 정작 대부분의 직원들이 본인은 이미 의사소통을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마치 회사 안에서 직원들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당신은 자신이 핵심인재라고 생각하는가?"를 물었을 때 약 80% 직원들이 그렇다고 답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본인이 아는 주관적인 인식과 객관적인 사실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 의사소통에서 대체로 보여집니다. 


해외에서 제가 했던 직,간접 경험을 통해 의사소통에 관해 기억해 둘만한 팁을 몇가지 제시해 볼까 합니다. 


1. 외국인과 오래 붙어 지내며 일을 하면 의사소통 수준이 자연스럽게 높아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전적으로 당사자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오래 같이 있다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기기에 개발할 기회가 늘어나는게 사실이지만, 그 자체로 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한정된 본인의 경험에 근거해 왜곡된 인식이 더 강하게 고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2. 의사소통의 목적을 다르게 규정하면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쉽게 의사소통의 목적을 "성과 내지는 결과 만들기"에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의사소통을 성과나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기 위한 도구 정도로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이 흔히 하는 밀어붙이기는 성과를 내는 방향과 방법을 알기에, 내지는 그렇게 믿기에 나오는 행동입니다. 그럴 경우 쌍방향 의사소통 보다는 일방향 의사소통을 할 가능성이 훨씬 높죠. 


하지만, 의사소통의 목적은 "상호이해" 입니다. 일방적 지시와 명령의 의사소통은 단발적으로는 작동이 될지 몰라도 조금만 더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부작용이 큽니다. 직원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시도하게 만들기 보다 상사의 결정에 의지하게 만들고 그렇기에 책임을 회피하게 만드는 패턴으로 흐릅니다. 


의사소통의 목적은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이 상호이해의 과정이 시간과 에너지가 들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더 파워풀합니다. 


3.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못하는 원인에는 경청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준다는게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내 생각을 잠시 비우고 판단을 보류하고 그의 생각과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경청입니다. 잠시 내가 아닌 그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경청이죠. 저도 이게 제일 어렵습니다.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내 기준으로 판단을 계속하고 있는게 평소의 제 모습이죠. 제 앞에 있는 사람은 기가 막히게 압니다. 제가 경청을 하고 있는지 판단과 내 생각을 역으로 제시하기 위해 듣고 있는지... 경청이 진짜 어렵기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외국인과는 더 그렇습니다. 말이 다르고 관습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합을 맞추어 일을 한다는 것이 쉬울리가 없죠. 


4. 내가 원하는 것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상사와 일하는 과정에서 이런 어려움을 안 겪어 본 분은 없을 것입니다. 뭔가를 요구하시는데 이거 같기도 하고 저거 같기도 하고,,, 어렴풋하게 밖에는 이해가 안되는 상황.  같은 한국인 간에도 이런 의사소통은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더구나 외국인과는 더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논리를 다듬어서 내가 원하는 것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좋은 의사소통이란 결국 상대에 대한 배려와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가 명확하게 이해할까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고민속에 명확함을 찾는다면 듣는 사람이 혼선을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5. 묻거나 확인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반항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한국인들은 긴급성의 덫에 빠지는 것을 주로 선택합니다. 아니 그렇게 요구 받으며 사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긴급하면 정상적인 사고, 과정, 태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부하가 몇번이고 묻고 확인하고 다른 의견을 개진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보면 그가 게을러서 내지는 꾀를 부리느라 그러는지 정말 더 잘하고자 그러는지 압니다. 하지만, 긴급이라는 딱지가 붙는 순간 의사소통이 가져야 할 모든 요소들은 일시에 효력이 상실됩니다.  부하와 동료와 정말 의사소통을 잘하고 싶다면 긴급성을 관리해야 합니다. 너무 많은 긴급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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