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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Sungho Kim Feb 05. 2021

유럽살이 9년에 얻은 의사소통 팁들 (2)

"그래서 결론이 뭐야?", "그냥 결론만 말해"


이런 말들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여러분들 주변에서도 직장생활을 하는 분들이 흔히 겪는 상황이죠


대부분의 상사들, 대다수의 경영자들은 급한 성격이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서면 보고서나 이메일이나 구두 보고시,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긴 설명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점에서 지난 9년간 이태리, 영국에서 만난 서유럽인들과 한국인의 차이가 극명한 것 같습니다. 특히 이태리는 더 차이가 크죠. 


전 이것을 descriptive approach 와 conclusive approch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과정을 꼼꼼히 설명하는 것을 즐기는 유럽인들과 결론을 우선적으로 알고 싶어하는 한국인의 차이입니다. 


이런 차이는 생활 속에서 만나는 일상적인 부분들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스웨덴 기업인 에릭슨한국법인에서 근무했던 당시 스웨덴에서 열린 리더육성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의 일입니다. 


하루의 과정을 마치고 참가자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저녁만찬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모두 복장을 차려입고 호텔로비에서 만나 식당으로 버스를 대절해 이동했죠. 도착하니 6시반, 웰컴음료(샴페인)를 들고 서로 담소를 나누고 식사는 7시반부터 시작이 됐습니다. 공들여 준비한 식사가 약 5가지 코스로 나왔는데 ,,, 마지막 순서인 디저트와 디저트와인까지 먹고 나니 밤 11시가 됐죠. 5가지 코스일 뿐인데 장장 3시간 반이 걸린 것이죠. 


왜 그렇게 긴 시간이 걸렸냐 하면, 코스 마다 주방장이 음식이 나오기 5분전에 나와서 식당에 관한 이모저모의 스토리를 소개하고 음식이 나오면 또 5분을 메뉴에 대한 매우 디테일한 설명을 해주더군요. 


음식의 재료, 요리방식, 맛의 특징, 먹는 요령, 와인의 특징, 와인과의 페어링을 한 이유, 등등 어쩜 그리 유창하게 설명을 하던지 처음 경험해 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날 주방장이 근 한시간 정도를 손님들 앞에서 이야기 한 것은 흡사 음식과 와인과 레스토랑을 주제로 한 공연같았습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새로운 경험으로 인해 마음은 상쾌했던 날이었죠. 이런 상황은 비단 그때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곳에선 흔한 경우 중 하나였을 뿐이죠. 


유럽인들은 설명하기 참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저희 귀에는 말이 너무 많은 것으로만 보여지는 것이 또 사실입니다. 그들과 함께 일하게 되었다고 가정해보면 상황이 참 재미있어 집니다. 틈만 나면 과정과 결론이 나오게 된 흐름을 구구절절 설명하려 하는 사람과 결론만 신속히 알고 그냥 다음 것으로 넘어가고 싶어하는 사람 간에 차곡차곡 쌓이는 의사소통의 불협화음이 그려지시면 정확합니다. 


말을 하고 싶고 과정을 모두 설명하고 싶은 사람에게 결론만 얘기하라고 하는게 얼마나 큰 고문?인지 저희는 이해를 못합니다. 주변에 흔히 보는 부부간의 모습을 그려보시면 됩니다. 과정을 이야기 하는 자체가 대화의 의미인 부인과 "그래서, 결론이 뭔대?"하며 결론만 중요시하는 남편 사이의 간극이 비슷한 예일 것 같습니다. 


한국인이 유럽인들과 일할 때 이 부분을 지혜롭게 조정해 나가지 못하기에 의사소통에서 진정성이 사라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합니다. 몇차례만 반복적으로 "됐고 알았으니까 결론만 얘기해"라고 한국인 상사가 유럽인 직원을 대하면 점점 둘 사이의 간극은 커지고 사무적이고 형식적인 보고의 관계로 굳어집니다. 적절히 본인을 상황에 맞추는 거죠. 


그렇다고 그들의 길고 긴 이야기나 너무 지루하게 설명하는 서면 보고서를 읽는 것도 저와 같은 한국인에게는 고문이나 다름 없습니다. 때문에 천천히 시간을 두고 조정을 해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때 범하는 실수가 너무 급하게 서두르는 것입니다. 서두름은 위압감으로 전해지고 자발적인 깨달음과 스스로의 조정이 아닌 강제적인 조정을 당하는 상황으로 가는건 둘 모두에게 좋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 바에 상호 간의 차이를 인식하고 조정해 가는 작업은 불가피합니다. 사람이기에 시간을 두고 서서히 스스로 깨달아 자신을 조정해가는 과정이 중요함을 지난 9년간 유럽에서 느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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