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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Oct 19. 2019

당신은 당신!!!, 나는 나!!!

 어떤 사람은 무대에만 서면 무대 공포증으로 인해서 실신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너무 세세한 것까지 기억해서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하기도 한다. 누구나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것들이 하나씩은 있다. 나에게도 그런 어쩔 수 없는 것이 있고 그것이'술'이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 마시지도 못한다. 얼마전에는 회사 회식에서 술을 마시다가 너무 어지러워서 119 구급차로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 다행히 일시적인 탈수증과 저혈압으로 인해서 현기증이 심하게 발생했고, 죽을 정도의 치명적인 상황은 아니었다고 했다. 아내는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신다. 술을 마시는 것이 신체에 어떤 고통을 수반하는지 궁금해서 아내와 대화를 했다.


“술을 마시기 전과 술 마시고 난 후에 신체에 어떠한 변화가 있어?”


“나는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시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지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머리가 아프고, 혈압이 오르는 느낌이 들어서 불편해. 넌 어때?”


“나도 그래”


“그런데도 술을 마셔? 왜?”


“그런 증상이 있지만 그렇게 불편하지 않아”


“그럼 통증이 없을 때를 0으로 하고, 죽을 만큼 고통이 있을 때를 10으로 하면 어느 정도야?”


“음, 한 0.5”


 통증 척도에서 7 정도가 산모가 출산의 고통을 느끼는 정도라고 하는데. 내가 출산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술을 마시면 통증이 5정도, 주량인 소주 3잔을 넘어서 마시면 7을 넘어가는 통증을 느낀다. 심할 때는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가슴이 아프고, 호흡이 가빠서 숨을 쉬기가 어렵고, 속은 완전 메스껍고, 물구나무를 선 것 같이 얼굴에 피가 쏠려서 너무 불편하고, 감기 몸살을 걸렸을 때 찾아오는 두통을 느낀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술을 좋아하는 상사들을 많이 겪었다. 그들은 술을 잘 마시고, 또 자신들이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교적이고, 술자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러한 상사들로 부터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의리가 없는 사람이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과는 비즈니스를 할 수 없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신뢰할 수 없고, 술을 못 마시면 남자도 아니고, 일보다 술을 더 중요한데, 술을 못 마시면 일을 못하는 것이고, 술을 못 마시면 리더의 자격도 없고, 술을 못 마시면 정신력도 없고, 술을 못 마시면 사회생활도 못한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다. 이런 이야기는 내가 들었던 술에 관한 이야기의 일부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치사량에 못 미치는 사약을 주고 싶다. 그런 사약을 먹으면 통증이 생길 것이고, 어느 순간 내가 죽을 수도 있다고 느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신력, 사회생활, 의리, 남자라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술을 못 마시는 나는 이 사회의 Minority임에 분명하다. 그런 Minority에게 술을 마실 수 있는 Majority가 폭력을 행사해왔다. 내가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부터 지금까지 나는 어디 하소연할 수도 없는 그런 폭력을 당해왔다. 


 술을 잘 마시면 일을 잘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유럽 관련된 일을 할 때 프랑스 재무장관이 라가드라는 여자 장관이었고, 이 장관이 승승장구해서 현재는 유럽연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 사람은 채식주의자이며 술을 한방울도 안마신다. 우리나라는 나처럼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적어서 세계 초 일류 국가가 되지 못한 것인가?, 내가 다니는 우리 회사는 직원 모두가 술을 다 잘 마시지 못해서 여전히 적자와 흑자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것인가? 


 우리나라까지 갈 것도 없이, 지금 내가 속한 조직이 이 모양 이 꼴인 것은 조직의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은 원인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고, 나는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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