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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Jan 05. 2020

교육이 문제야

 윤재는 만 2살 때 나와 함께 미국으로 갔다. Texas의 매년 새 학기의 시작은 8월말이었다. 우리나라 2월생처럼 Texas에서 8월생은 한 학년 일찍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윤재는 8월생이었고, 미국에 간지 얼마 안되어서 윤재는 만 3세가 되었다. 집에만 있으면 한국어는 배울 수 있어도 영어는 배울 수가 없어서 윤재를 Day Care에 보내기로 했다. 다행히 만 3세부터 다닐 수 있어서 윤재도 Day Care에 다녔다. 


 그렇게 Day Care를 1년 가까이 다니고 만 4세에 Pre-K라고 해서 유치원 시작하기 전의 과정을 다녔다. Pre-K부터 미국의 공식적인 교육시스템이 시작된다. Pre-K이후에는 킨더가든 이라는 유치원 과정을 다녔고, 2016년 말 귀국하기 전까지는 윤재는 미국 초등학교 4학년을 다니다가 귀국 했다. 윤재는 인생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살았다.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스쿨버스를 타고 통학했고, 스쿨버스 안에서 숙제를 했다. 집에서도 옆집 혹은 동네친구들과 늘 밖에서 재미있게 놀았다. 여름이면 학교가 끝나고 깜깜해질 때 까지 밖에서 친구들과 돌아 다니면서 놀았다. 친구와 놀지 않는 날에는 혼자 공부를 했다. 수학, 영어, 과학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유튜브를 보면서도 공부하고, 서점에 가서 책을 사서 혼자 읽기도 많이 했다. 공부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매일 여러가지 질문을 나와 엄마에게 했다. 


 아이의 호기심을 줄이고 싶지 않아서, 윤재의 질문에 최대한 자세히 대답해 주려고 했고, 나도 모르는 것들은 인터넷을 찾아보며 알려주고, 같이 서점에 가서 관련된 책을 사주면서 읽어보라고 했다. 윤재는 공부가 재미있다고 했다. 학교 선생님과 면담을 해도, 수업시간에 매우 집중을 잘하고, 뭐든지 열심히 하려는 윤재의 태도가 너무 좋다고 했다. 


 그런 윤재가 한국에 와서 학교를 다녔다. 처음 다닌 학교는 동네에 있는 학교였고, 학군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대부분 학교에서 한 공부만을 하는 곳이었고,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으나 선행학습 보다는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예습하거나 복습하는 학원이었다. 여전히 공부에 흥미가 많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한 재미를 많이 느끼고 있었다. 


 윤재가 고학년이 되면서 입시를 생각해서 학군이 좀 괜찮은 곳으로 이사를 왔고, 학교 친구들이 전부 학원을 다니고, 선행학습을 한다. 초등학생 인데도 어떤 친구들은 정석을 공부하고, 영어도 문법을 달달 외울 정도로 열심히 한다. 윤재는 영어 보다 한국말 배우는 것이 급해서 영어 문법학원을 다니지는 않았고, 수학을 특히 좋아해서 수학학원만 다닌다.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가, 수학학원 다닌지 1년여가 되니, 학원 다니기 싫다고 했다. 심심하면 공부를 하던 아이가 공부는 정말 하기 싫다고 한다. 요즘 겨울 방학이라 집에 있는데, 학원에서 나머지 공부를 안 할 정도로만 공부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그냥 논다. 


 미국에서는 그렇게 공부를 좋아했던 아이가 한국의 무자비하게 많은 학습량에 질려서 공부를 억지로 해야 하는 아이로 변했다. 윤재의 변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교육이 사람을 질리게 한다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다. 정말 우리나라 교육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미디어 에서만 들었는데, 옆에서 아이의 변화를 직접 보니, 정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아이를, 뭐든 하기 싫게 만드는 지금의 교육은 정말 문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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