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영단어:ecstasy,rapture,raptor
엑스터시ecstasy는 황홀경, 극적인 쾌락등의 뜻으로 해석된다. 마약의 종류라는 오명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엑스터시라는 말은 꽤나 종교적이며 신화적인 말이다. 엑스터시는 밖으로 나가다, 혹은 밖에 있다는 어원적 의미가 있다. 어디를 나간다는 말인가? 자신으로부터 빠져나간다는 말이다.
엑스ex는, 바깥을 의미할 때, 혹은 바깥으로 향하는 의미의 접두어로 사용된다. 비상구는 exit라고 하는데, 이것은 바깥ex으로 가다it는 의미를 갖고 있다.
sta-는 일어서다, 서있다는 의미가 있다. 간단히는 stand라는 동사가 해당하고, 도와주다, 원조하다는 뜻의 assist에도 역시 sta-의 변형된 형태가 보인다. 여기서 a-는 바로 옆에서라는 의미이고, 옆에 서있다는 뜻에서, 돕다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assistant라는 명사로 사용될 때는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 곧 조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제정신이 아닐 때, 흔히 “정신나갔다”라고 하는데, 동서양 공통 정신이 “나가는 것”은 미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영어로도 “out of mind”라고 하면, 미치거나 제정신이 아닌 것을 의미한다. 한국어로도 “혼이 나갔다” 그리고, 혼이 나갈 정도로 누군가를 꾸짖는 것을 “혼난다”라고 하는 것도 맥락이 비슷하다.
제정신 혹은 제정신이 아닌 것을 의미하는 영어단어는 다양하다. sane은 제정신인, 정신이 올바른 상태를 의미한다. 부정 접두어 in을 사용해서 insane이라고 하면 미친, 제정신이 아닌 뜻이 된다. 정신이 나간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종종 술을 마시면 딴 사람이 된다.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를 sober라고 한다. 술을 마시고 취하면 drunk라고 하지만, under the influence라는 표현도 많이 쓴다. 음주운전은 DUI라고 하는데 Driving Under the Influence의 줄임말이다.
<아메리칸 파이>라는 노래로 유명한 돈 맥클린의 노래 <빈센트>는 네덜란드의 화가 고흐에 관한 노래다. 가사에는 고흐가 당시 사람들로부터 정신나간 화가처럼 비난받고 고통받았던 것을 노래하는데, 그 모든 것인 고흐의 “sanity”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이 고통을 받았다면, 그 고통을 준 시대와 사회는 insane 했을 것이다.
제정신과 제정신이 아닌 것은 흔히 이성과 감성의 대비로도 읽힌다. 항상 제모습 그대로인 태양은 변하지 않는 원칙으로서 이성을 상징하고, 항상 모습이 변화하는 달은 감성과 결부되어 해석된다. 이성의 원칙은 변할 수 없지만, 감정은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양의 신 아폴로는 이성을 상징하는 인물이고, 달은 그 변화의 속성으로 인해 미치광이와 연관된 단어를 만들어 냈다. 달moon은 luna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파생된 lunatic은 미치광이라는 뜻이다. 음력을 의미하는 형용사 lunar역시, 여기서 파생되었다. 공포영화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대부분 보름달밤이다. 월요일에 범죄율이 제일 높다는 어느 통계조사도 있었다. 월月요일은 Monday, 곧 달의moon 날day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디오니소스Dionysis를 숭배하는 것은 엑스터시와 깊은 관계가 있다. 흔히 술의 신으로 알려진 디오니소스는 풍요, 다산, 그리고 도취와 관계가 있다. 디오니소스를 섬기는 사제들은 미나드Maenads라고 하는데, 그들은 디오니소스를 섬기는 제식ritual을 진행하면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면서 도취에 빠진다. 그리고 이렇게 도취에 빠지는 상태를 엑스터시라고 했었고, 이런 상태에서는 곧 신과 소통하며 황홀경의 축복ecstatic bliss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슬람 종교의 한 분파라고 할 수 있는 수피즘sufism의 전통에서는 이러한 영적인 도취와 황홀경을 통해 신과 합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종종 수피즘 전통의 시인들은 신과의 합일을 사랑이나 황홀경ecstasy과 같은 은유로 표현한다.
샤머니즘shamanism에서도 역시 접신하는 과정은 이러한 엑스터시와 같은 상태를 동반한다. 굿의 대부분은 음악과 춤과 노래의 요소를 그대로 갖고 있다. 무당shaman은 신들린 상태trance와 비슷해지면서 영적인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문화와 종교를 초월해서 엑스터시ecstasy가 신과의 소통, 혹은 신과의 합일을 의미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특정 종교가 없어도, 자신을 잊은 채 주변자연과 동화되는 것도 모두 엑스터시를 경험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엑스터시와 비슷한 상태를 지칭하는 단어로 rapture가 있다. 황홀감, 무아지경의 의미로 사용된다. rapt라는 말은 뭔가를 재빠르게 낚아채거나 납치하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rapture는 마치 사람을 낚아채는것처럼 정신못차리게 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엑스터시가 종교적인 황홀감을 표현할 때도 사용된 것처럼, rapture도 종교적인 맥락에서 사용될 때가 있다.
1991년 미미 로저스 주연의 영화 <The Rapture>는 종교적인 구원을 열망하는 전화교환원의 이야기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정신적인 방황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주인공 샤론Sharon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반복되는 종교적 구원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진짜로 믿게 된다. 그녀는 구원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천국으로 갈 수 있다고 진실로 믿게 된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휴거>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샤론이 믿었던 천국으로 들어올려짐은 현실의 자신을 잊고 황홀한 종교적 영성과의 만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apt라는 어원에는 빠른 속도로 낚아채거나 납치abduction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일종의 포식동물의 이름으로도 사용된다. 미국의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F-22는 raptor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쥬라기 시리즈 영화에는 사나운 공룡 벨로시랩터velociraptor가 등장한다. 강탈자, 포식자의 이름에 아주 적합한 작명이다. 포식자의 활동은 매우 민첩하고 빠르기 때문에 빠르다는 의미의 라피드rapid라는 단어 역시 어원적으로 같은 기원을 갖고 있다. 아주 신속하게 상대를 공격하고 피해를 준다는 의미에서, rapt는 강간하다는 뜻의 rape과도 관계가 있다. 모두 같은 단어에 어원을 두고 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