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영단어:equator, equality, equilibrium
열대기후는 tropical climate, 열대우림은 tropical rainforest라고 한다. 트로피칼이라는 단어는 한국어의 상품명으로도 사용될 정도로 친숙한 영어단어 중 하나다. 트로피칼의 어원에 해당하는 트로포스tropos는 영어에서 돌다, 바꾸다의 의미를 갖고 있는 turn과 같다.
방향을 바꾸거나 비틀다는 의미에서 식물이 햇빛을 향해 자라나는 것을 굴광성heliotropism이라고 한다. 태양helio 향해 덩굴이 돌면서trope 자라기 때문이다. 땅을 향해 자란다면 굴지성geotropism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돌고 바뀌는 것을 의미하는 tropos 라는 단어는 어떻게 열대와 관계를 맺게 되었을까? 해답은 지구과학에 있다.
지구는 공전면을 기준으로 축이 23.5도 기울어진 채로 자전과 공전을 한다. 이것으로 인해 계절과 기후의 변화가 생겨난다. 하지때 태양이 수직으로 비추는 위도는 적도를 기준 북위 23.5에 해당한다. 이것을 북회귀선이라고 하고, 반대로 동지때 태양이 수직으로 비추는 위도는 적도 기준으로 남위 23.5도에 해당하고, 이것을 남회귀선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태양이 수직으로 비추는 위도를 기준으로, 적도와의 각도가 하지 때는 북위 23.5, 동지때는 남위 23.5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트로피칼tropical의 돌다, 바꾸다는 의미는 태양빛을 수직으로 받는 자리가 북위와 남위 23.5도 사이에서 전환되는 것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 때 지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별자리인 게자리cancer의 이름을 따서 북회귀선tropic of cancer 이라고 하고, 동지때 남위 보이는 별자리인 염소자리capricorn을 따서 남회귀선tropic of capricorn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한 지역이 바로 열대tropical지역이 되는 것이다.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의 중간을 선으로 그으면, 그것이 바로 적도euqator가 된다. ”적도“ 라는 한국어의 명칭은 뜨거운 것이 붉은 것으로 지칭되는 지역의 온도특성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영어의 eqator는 단지 지구과학적인 관점에서 위치를 정확하게 반으로 똑같이equal 나눴다는 의미가 강하다.
평등하다, 똑같다equal는 말은 적도equator와 같은 어원을 갖는다. 명사적으로 쓰면 평등equality 가 된다. 고등학교 시절 방정식을 배울 때, 항상 이꼴~ 이꼬르 하면서 공부한 기억이 있다. 방정식은 두 항의 값을 동등하다고equal 전제하고 변수를 구하는 식이다. 그래서, 두 항이 대등하다는 의미에서 equation이라고 한다.
크리스찬 베일이 주연했던 2002년 영화 <이퀼리브리엄>은 안정과 균형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제목에 쓰인 이퀼리브리엄은 똑같이euqi- 균형libr-을 이루고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영단어로 사용될때에도 역시 어떤 상태나 운동이 균형을 갖추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균형을 의미하는 libr는 저울을 의미하는 어원인데, 황도 12궁zodiac의 천칭자리는 libra라고 한다.
영화 <이퀼리브리엄>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물론, 조지 오웰의 <1984>와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451>, 그리고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를 스펙타클하게 섞어놓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국가의 이름은 리브리아Libria인데, 저울을 의미하는 천칭자리, 리브라libra 라는 단어를 바탕으로 만든 이름이다. 리브리아에서는 전쟁이 인간의 감정으로 인해 일어났다고 생각하며, 인간의 감정을 억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프로지움prozium이라는 약을 강제적으로 복용해야 하는데, 이것을 먹지 않으면 즉기 정부에 고발되기도 한다. 프로지움은 유명한 항우울제 prozac과 비슷한 작명인데, 아마도 감정에 민감한 우울의 상태를 극복하는 것이 감정을 지우는 기능과 유사하기 때문에 비슷하게 지어낸 것으로 보인다.
감정을 없애기 위해서 모든 문학과 감정을 유발하는 것들은 금지되며, 몰래 책을 소장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범죄에 해당한다. 마치 <화씨451>에서 모든 문서와 책들을 소각하는 것처럼, 주인공 존과 파트너 에롤은 숨겨진 책들을 찾아내서 소각하고, 소장자를 심판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인간의 감정은 매우 위험하며,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 것으로 믿고 있는 존은, 어느날 자신의 파트너 에롤의 집에서 그가 몰래 보관하던 책을 발견한다. 에롤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어떠한 댓가도 치르겠다고 존에게 말한다. 존은 크게 주저하지 않고, 예이츠의 시집을 읽고 있던 존을 직접 처형한다.
이후, 존은 우연히 약물을 복용하지 않게 되면서 자신의 내면과 감정을 각성하게 되고 자신이 프로지움에 의해 조종당해 왔음을 인식하게 된다. 이후로도 존은 약을 먹는척 하기만 할 뿐 실제로는 먹지 않으면서 자신의 감정과 주체성을 서서히 회복해 간다. 하지만 약을 복용하지 않은 사실을 아들에게 들키게 되면서 결국 자신이 충성하던 국가로부터 제거의 대상이 된다.
약물을 통해 사회의 질서를 지키고, 인간을 조종한다는 모티브는 <멋진 신세계>에도 등장한다. <멋진 신세계>에 등장하는 약물의 이름은 소마soma였는데, 프로지움이 감정을 느끼지 않게 하는것과 반대로, 이것은 복용자에게 행복감과 즐거운 감정을 선사한다.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마법의 약과 같은 것이다.
소마는 그리스어로 인간의 몸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간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인간의 몸은 영혼을 가두는 감옥과 같은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을 생각하면, 소마는 쾌락과 즐거움, 안락함과 무사태평함을 무차별적으로 공급하여, 결과적으로 인간의 욕망과 자유를 통제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소마는 감옥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켄 케이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밀로스 포먼 감독의 1975년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에도 약은 등장한다. 이것은 상징적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설정상 직접적인 약물이기도 하다.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진정시키고 교화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약을 먹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역시, 주인공은 약을 먹는 척 몰래 되뱉어 내는 것으로 인해 갈등이 촉발된다. 정신병원에서 온전히 자신의 정신을 지키고자 했던 머피는 결국 병원과 간호사들의 과격한 전기치료로 인해 정말 환자가 되어버린다.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훌륭한 영화가 그렇듯, 영화가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들은 고스란히 우리들의 사회에 투영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사회가 진화하면서 약물의 형태도 진화해왔다. 현대사회는 더 이상 약물형태 그대로 사람에게 주입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여러 면에서 소마나 프로지움의 뒤를 잇는 21세기적 형태의 약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마치 좀비처럼 돌아다니는 사람을 지칭하는 스몸비smombie라는 단어가 생겨난것은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