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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Jan 24. 2024

독과 약은 한끗차이

고민은 마담 루에게 가져갈것.(루는 노랫말에 등장하는 집시 점쟁이입니다)


언제적 영화였던가. 이정재와 정우성 주연 <태양은 없다>. 주제가도 유명했다. 

러브포션넘버9love potion no.9. 노래는 이미 1960년대에 왕성한 인기를 구가했지만, 90년대 말 한국영화의 ost로 쓰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O-iIrJBcYoQ

노래 제목에 쓰인 포션potion은 물약이라는 뜻이다. <포션빨로 연명합니다>라는 에니메이션의 제목을 보면서, 포션이라는 말이 점점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 되어가는 걸 알았다. 


물약이라는 의미를 가진 포션potion의 앞부분, po(i)-에는 마신다는 뜻이 있다. 마시는, 그리고 물과 액체는 서로에게 의미상 아주 가까운 말이다. 독약도 대부분 마시는 것이다. 사극에서는 사약을 마시고, 소크라테스도 독배를 마셨고, 쥴리엣도 가짜 독약을 마셨다. 그래서 독은 poison 이다. 스펠링 하나가 독과 약을 구분한 셈이다. 독과 약은 생각만큼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독약이라고 할 때, 단어는 이미 독과 약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독과 약을 구분하는 것은 무얼까? 


그것은 양이다. 


독과 약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많으면 독이 되고, 적절하면 그것은 약이 된다. Poison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돈도, 권력도, 사랑도 모두 지나치면 독이된다. 퀸의 노래  Too much love will kill you 가 생각난다. 


독을 의미하는 또 다른 단어는 venom이 있다. 독사나 전갈, 거미같이 동물이나 곤충이 뿜어내는 독을 의미한다. 라틴어 venenum에는 본래 치료약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매력, 유혹이라는 뜻까지 갖게 되는데, 아마 love potion이라는 의미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venom의 ven-은 wen-이라는 어원에서 파생되었는데, wen-은 원하다, 욕망한다는 뜻이 있다. 욕망과 관계되면서 욕망과 관련된 일련의 단어들에서도 발견된다. 사랑의 여신 venus,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venereal이라는 말에는 모두 욕망wen-이 포함되어 있다. venereal은 성적인 행위와 관련된 뜻을 갖고 있다. 

플라톤의 저작으로 알려져 있는 『향연』의 영어 제목은 심포지엄Symposium이다. 흔히 기업이나 학술단체에서 주관하는 바로 그 심포지엄이다. 대개는 학술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어원을 살펴보면 공부와는 좀 거리가 있는 것 같다. 


Symposium은 함께sym- 마시는posium곳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어의 용례를 보면 마시기 위해 함께 모여서 대화도 하고 지적인 교육도 이루어진다는 의미가 있다.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운 것은 수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po(i)-가 마신다는 뜻이기 때문에, 가능을 의미하는 –able을 붙이면 potable이 된다. 마실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단어가 있다. portable이다. portable은 가지고 다닐수 있는,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port는 명사로 쓰이면 항구라는 뜻이다. 항구는 예로부터 물건의 교역이 이루어지는 곳이었으니, 물건을 옮긴다는 뜻이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항구를 뜻하는 port의 어원으로 사용된 per-에는 이끌다, 옮긴다는 뜻이 있다.


porter라고 하면 짐꾼이고, 그 이름은 물건을 적재하는 트럭의 이름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앞에 가로지르다는 뜻의 접두사 trans-를 붙이면 transport가 된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transportation은 교통, 운송, 이동수단을 의미한다. 


마신다는 뜻의 po(i)는 종종 bi-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Beer, 맥주다. 단어가 변하는 과정은 좀 복잡하지만, 마신다는 뜻의 라틴어 biber의 형태를 거쳐서 beer가 되었다고 한다. 식당 메뉴판에 쓰여있는 비버리지beverage는 마실 것을 의미한다. 역시 beer와 같은 어원을 공유한다.

po(i)-가 bi-가 되면서 마신다는 뜻으로 사용되는데, imbibe는 대표적인 단어라고 할 수 있다. imbibe는 흡수하다, 들이마시다, 마신다는 뜻이 있다. imbibe는 실제 액체를 마시기도 하지만, 종종 지식이나 지혜, 교유과 같이 정신적인 것을 흡수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마시는 것과 관계가 깊은 팟pot은 어떨까? 캠핑이 대중화 되면서 냄비나 물끓이는 주전자를 그냥 팟pot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시는것과 관계가 깊은 도구이니 당연히 이름에도 마신다는 po(i)가 보인다. 마시는 컵이라는 뜻의 라틴어 potus에서 왔다. 


고대 문명의 이름이기도 한,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는 어떻까? 이름에 보이는 pota-에도 마신다는 뜻이 있을까? 그랬으면 정말 흥미로웠을 것이다. 포타미아는 강을 의미하는 potamo에서 왔다. 사실 마신다는 의미는 강이라는 의미의 영역에서 그리 멀지 않다. 메소포타미아는 강potamia 사이meso-에 있다라는 뜻이다. 그 두 개의 강은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이다.


강을 의미하는 potamo는 하마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hippopotamus에 나타난다. 하마는 한자로 河馬라고 한다. 한자의 뜻대로 물河속의 말馬이라는 뜻이다. 영어단어의 의미를 그대로 한자로 바꾸기만 했다. hippo는 말을 의미하고, potamus는 강을 의미하는 potamo에서 왔기 때문이다. 

얼핏보면 거대한 닥스훈트처럼 생겼는데, 하마는 보기보다 꽤 빠르다. 

시속 30킬로미터 정도로 달릴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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