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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편재의 위험한 사랑 브론스키

by 현현


브론스키는 젊은 귀족출신 장교다. 어머니를 마중 나왔던 기차역에서 스치듯 안나를 처음 만나게 되는데, 바로 그 순간 브론스키는 안나에게 빠지고 만다. 안나와 무도회에서 춤을 추고 난 후, 그는 안나의 열렬한 구애자가 된다. 고위관료와 이미 결혼한 사이였던 안나는 꿈틀거리는 욕망의 위험을 간파하고, 스스로 벗어나려 모스크바를 떠나지만, 브론스키는 그녀를 놓치지 않는다. 그렇게 두 사람의 위험한 사랑은 시작된다.


안나를 사랑하지만 브론스키의 사랑은 때로 이기적이고 미숙하다. 브론스키는 경마대회에서 자신이 타고 있는 말을 무리하게 몰다가 결국 말이 쓰러지게 되는데, 안나는 이 광경을 보고 기절할 정도로 충격을 받는다. 상징적으로 이 사건은 브론스키와 안나의 관계가 가진 불길한 미래를 암시한다. 처음 두 사람이 만났던 기차역에서 있었던 일꾼의 사고처럼, 경마시합에서의 사고는 결국 말을 죽게 만듦으로써, 두 사람의 인연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을 예상하게 하는 것이다.

브론스키와의 사랑을 위해 남편은 물론,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 세료자와도 헤어졌던 안나는 점점 더 브론스키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다. 그도 그럴것이, 남편과 아들을 향했던 관심과 신경이 이제는 온통 브론스키만을 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안나의 집중적인 기대는 오히려 브론스키가 안나를 힘들어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되는 와중에, 브론스키는 안나의 집착과 질투에 지쳐 점차 그녀를 냉대한다. 특히 안나가 사회적 비난과 고립에 시달릴 때, 브론스키는 그녀를 위로하거나 감싸지 않고 오히려 외면하면서 점점 안나를 지쳐가게 만든다.


안나가 기차역에 몸을 던지던 날 아침에도, 브론스키는 안나의 집착과 질투에 지쳐 말싸움을 하게 되는데, 차가운 브론스키의 태도에 안나는 정처없이 시내를 배회한다. 그러다 우연히 브론스키를 처음 만났던 기차 대합실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어수선한 마음으로 앉아있게 된다. 그러다 기차의 기적 소리가 들리면서 열차가 플랫폼으로 다가올 때, 안나는 천천히 플랫폼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기차가 바로 자신앞을 지나갈 때, 마치 개울물에 첨벙 뛰어드는 것처럼 안나는 몸을 던지고 만다.

어떤 면에서, 브론스키는 좀더 성숙한 인물이어야 했다. 젊음은 푸르고 가능성이 넘치는 미래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미숙하다. 브론스키는 목(木)의 기운이 강한 인물로, 진취적이고 활동적이며 도전욕구가 강한 성격으로 그려진다. 귀족 청년 장교인 그는 늘 새로운 자극과 경쟁을 즐기고, 스스로 일등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목 오행의 특질인 추진력과 강한 자기의지로 설명될 수 있다.


사교계의 인기남답게 쾌활하고 사교성이 뛰어나며, 야망도 있어서 장교로서의 출세에도 열의를 보인다. 동시에 목의 과도한 에너지는 다소 경솔하고 충동적인 면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예컨대 브론스키는 안나를 향한 사랑에 깊이 빠져드는 동안 자신의 군인으로서 커리어와 명예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린다. 이는 눈앞의 열정에 이끌려 먼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는 목 오행의 일면을 보여준다.


그의 인생관은 자유로운 정열의 추구와 명예에 대한 의식 사이에서 줄타기하는데, 사랑을 위해 사회규범을 위반할 만큼 과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군인으로서의 명예와 자존심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는 이중성을 지닌다. 이런 성격 덕분에 브론스키는 한때 청년 장교로서 쾌활한 삶을 살며 여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지만, 안나와의 운명적 만남 이후 그의 태도와 삶의 방향은 크게 변화한다.


브론스키의 행동과 성향은 편재(偏財)의 속성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편재는 풍류를 즐기고 다채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매력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브론스키는 파티와 사교 모임에서 두루 인기가 많고 여러 여성들의 흠모를 받을 만큼 매력적이다. 키티와의 교제에서 보이듯 그는 연애에 능숙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호탕함이 있다. 또한 편재는 돈과 향락을 즐기는 면도 있지만, 브론스키는 이미 경제적으로 부유한 편이다. 그의 편재적 면모는 여러 이성에게 관심을 주는 자유분방함과 현재의 즐거움에 몰두하는 태도로 드러난다.

한편 브론스키에게는 상관(傷官)과 칠살(七殺)이 동시에 나타나는 양상이 있다. 상관은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자기 뜻대로 행동하려는 별인데, 브론스키는 안나를 사랑하게 되자 사회적 도덕이나 동료들의 시선을 대담하게 무시하고 자기 욕망을 따른다. 이는 그가 지닌 상관의 대담함과 독립성이며, 군인으로서의 규율(관성)을 벗어난 행위이기도 하다. 동시에 칠살(편관)은 그가 지닌 공격적 추진력과 승부사 기질을 설명해준다.

브론스키는 군인으로서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경마 시합에서 승부에 집착하다 말까지 다치게 할 정도로 경쟁심이 강했다. 칠살과도 같은 성격은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한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어느 정도 정관(正官)의 명예욕과 체면 의식도 존재한다. 이는 안나와의 관계가 자신의 사회적 입지를 망칠 때 느끼는 불안감이나, 시간이 지나 사랑이 안정을 찾자 다시금 군인으로서 역할에 미련을 갖는 모습 등에서 드러난다. 자신을 향한 안나의 집착이 심해지자, 브론스키는 자신의 안정된 사회적 지위와 생활을 포기하지 못한다. 결국 브론스키는 십성 중 편재·상관·칠살의 강한 에너지로 움직이지만, 완전히 정관을 버리지 못한 양면적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브론스키의 명식이 만약 편재격이라면 그는 사교적 재능과 매력으로 사회에 두루 능통하지만, 지나친 애정행각으로 인해 삶의 중심을 잃을 위험이 따를 수 있다. 편재는 기복의 차이가 심하다. 얻으면 크게 얻고, 잃으면 크게 잃는 것이다. 실제로 브론스키는 안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군인으로서 승승장구하며 명성을 쌓았으나, 사랑에 빠진 후 모든 것을 걸고 직위까지 내려놓게 된다. 재성, 곧 사랑을 추구하면서 브론스키는 사회적 명성과 체면을 잃게 되는 재극인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로 인해, 그는 인생 전체가 크게 흔들리게 된다.

반면 칠살격으로 본다면, 브론스키는 위험을 무릅쓰는 모험심과 투지가 넘치는 운명을 타고났다. 칠살격은 제어되지 않은 과감함으로 성공과 실패의 파고가 큰데, 브론스키의 생애도 열정과 좌절의 극단을 경험한다. 이런 격국에서 용신을 찾는다면, 브론스키에게 필요했던 것은 관성이나 인성이었을 것이다.


안나의 죽음 이후, 그는 다시 전장에서의 명예를 찾아 떠난다. 이것은 편재가 갖고 있는 역마의 힘이기도 하지만, 본래 칠살의 기운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명리적으로는 다시 관성의 자리를 좇아 격국을 재건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한때 버렸던 자신의 길(군인으로서의 삶)로 되돌아감으로써, 삶의 마지막 균형을 찾고자 한 것이다.


브론스키의 사주는 따뜻한 봄과 왕성한 여름의 기운으로 시작하여, 한때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가, 종국에는 쓸쓸한 가을을 맞는 형국이다. 처음 그의 운세는 목생화(木生火) 의 순조로운 흐름이었다. 젊은 혈기와 야망이 (목의 기운) 불처럼 타올라 군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사교계에서도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안나와의 만남은 그의 삶에 거대한 변곡점을 만들었다. 사랑에 빠진 순간 그의 운은 가장 뜨겁게 불타는 정점을 찍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안나는 물론, 브론스키마져 차가운 한기에 휩싸이게 된다. 곧 사회의 비난과 커리어 상실이라는 차가운 현실이 그를 덮친 것이다.


브론스키에게 가장 뚜렷한 신살의 표지는 역마살(驛馬煞) 이다. 역마살은 이동과 변화, 정착하지 못함을 나타내는데, 브론스키의 삶은 끊임없는 움직임과 방랑으로 점철된다. 본래 직업 자체가 기병 장교로 여러 지방을 전전하는 운명을 타고 났을 뿐만 아니라, 안나와 사랑에 빠진 후에는 러시아를 떠나 외국 여러 도시를 유랑하며 안정된 곳에 정착하지 못한다.


심지어 안나의 죽음 이후에는 전쟁터로 자리를 옮겨 목숨을 건 떠돌이가 되니, 말 그대로 역마살의 전형적 귀결을 보인다. 이러한 역마살 영향 탓에 그는 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늘 새로운 환경으로 투신하며, 그 과정에서 안정 대신 모험과 불안을 감수하게 된다. 도화살(桃花煞) 또한 브론스키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다. 브론스키는 젊은 시절 사교계의 인기남으로 여러 여성들에게 관심을 받았고 연애편력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키티와의 관계도 그의 도화 기운 중 하나였으나, 안나라는 더 강한 도화 인연을 만나며 키티의 애정을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그의 명예롭던 이름은 연인과 함께 추락하여 결국 상류사회에서 퇴출되고 만다. 이러한 사회적 망신살의 측면에서 보면, 브론스키도 안나 못지않게 평판과 인간관계의 손상을 입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는 남성이자 귀족이기에 안나처럼 대놓고 손가락질받지는 않았으나, 군 경력이 끊기고 평탄한 출세길이 막힌 점에서 이미 겁살적 손실을 겪었다. 겁살은 물질적·정신적 큰 손실을 뜻하는데, 그는 사랑으로 인해 경력과 사회적 기반을 잃었으며, 나아가 안나의 죽음으로 삶의 의미마저 도둑맞긴 셈이다.


마지막으로 브론스키의 인생에서는 장성살(將星殺)과 화개살(華蓋煞)의 대비도 찾아볼 수 있다. 장성살은 승진과 출세, 권위를 상징하는 별로, 초반 그의 군인 경력 상승과 당당한 기품은 장성의 빛을 띠었다. 그러나 후반에 가면 화개살의 고독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데, 화개살은 내면의 고립과 허무, 철학적 회의를 불러일으키는 별이다.


안나를 잃은 후 브론스키는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는 허망함을 느꼈고, 이는 그가 삶의 의지를 상실한 채 혼자 운명의 흐름에 몸을 맡기도록 만들었다. 이렇듯 한때는 장성의 별이 빛나던 삶이었지만, 어느순간 고독한 별 아래 놓이게 된 아이러니가 그의 운명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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