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닌은 안나의 남편이자 고위 관리로서 매우 이성적이고 차가운 인물이다. 안나는 브론스키와의 관계를 남편 카레닌에게 직접 실토한다. 이 말을 들은 카레닌은 분노할 법도 한데, 일단 자신의 사회적 평판과 체면을 지키기 위해 분노와 감정을 억누른다. 카레닌은 자신의 사회적인 이미지가 일단은 더 중요했던 것이다. 카레닌은 안나의 오빠 스티바가 바람을 피운것에 대해서도 늘 사회적 체면과 명예를 언급하며 안나의 오빠를 한심하게 생각한 사람이다. 특히, 안나와의 결혼생활이 실질적으로 더 의미가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카레닌은 이혼을 해주지 않는다. 이것 때문에 결국 안나는 아들 세료자를 두고 브론스키와 함께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들 세료자와의 이별은 궁극적으로 안나가 브론스키에게 더욱 집착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사회적인 명성과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람인만큼, 카레닌은 인간으로서의 도리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브론스키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긴 안나는 출산하면서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게 된다. 이때, 카레닌은 진심으로 안나를 위해주고, 또 그녀를 용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러시아 정부 고위 관료로서 엄격한 도덕관과 사회 규범을 준수하는 데에 철저했던 그는 자신의 감정보다는 의무와 명예를 우선시했으며, 또 안나의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매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카레닌의 성향은 금의 기운이라고 할 수 있다.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고, 규범과 규칙에 대한 원칙이 매우 분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금의 성향은 가을의 서늘하고 수확을 중시하는 기운으로 숙살지기라고도 부른다. 가을에 수확하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낫과 칼이 필요하듯, 금의 기운은 한편으로는 매우 냉정해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인생관은 “체면을 지키고 본분을 다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법도와 명예를 중시하는 강직함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태도 덕분에 카레닌은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자신도 스스로를 떳떳하게 여기지만, 정작 가족 내에서는 다소 냉혹하고 따뜻함이 부족한 남편으로 보인다. 이는 금의 과잉이 가져오는 정서적 소통의 결핍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그의 차갑고 이성적인 성품은 아내 안나의 열정과 충돌하게 되며, 최종적으로는 안나와의 파국을 피할수 없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카레닌의 성향은 십성적으로는 정관(正官)이라고 할 수 있다. 정관은 법과 도덕, 사회적 권위와 체면을 뜻하는데, 카레닌은 그야말로 정관의 화신이다. 그는 직업적으로 정부의 고위 관리(관료)일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도덕성을 무엇보다 중시해 아내의 부정을 처음 알았을 때 체면 유지와 법적 절차에 집착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부정을 고백하는 안나에게 이렇게까지 말한다.
“세상이 이 일을 알기 전까지는, 내 이름이 모욕받기 전까지는, 나는 이 일을 묵과할 것이오. 따라서 난 다만 당신에게 이 점을 미리 경고해 두는 바요. 우리의 관계는 예전 그대로여야만 하고, 당신이 자신의 명예를 더럽힐 경우, 난 나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오.”
정관이 강한 사람은 책임감 있고 합리적이지만 융통성이 부족하고 타인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는데, 카레닌도 안나의 내면 고뇌를 이해하기보다는 “규칙을 어긴 잘못”으로만 사태를 인식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사회적 스캔들을 두려워하여 이혼을 꺼리고, 겉으로는 가정을 유지하려는 냉철한 계산을 한다. 카레닌의 내면에는 또한 편인(偏印) 의 기질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편인은 냉철한 지혜와 고독을 상징하며, 겉보기에는 자비롭지만 속정은 덜한 일면을 준다. 안나가 출산 후 생사의 위기에 처했을 때 카레닌은 뜻밖에도 그녀와 브론스키를 용서하는 정인(正印)의 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오래 가지 못하고, 다시 편인의 자기보호와 냉담함으로 돌아서는 모습은 그의 인성이 완전하지는 못했음을 시사한다. 편인은 종종 사람을 고독한 이상주의자로 만들고, 현실과 동떨어진 가치에 집착하게 하는데, 카레닌은 안나와 브론스키의 관계를 도덕적 죄악으로만 규정하며 “자신의 인생에 크나큰 흠결이 생겼다”면서 체념하는 등 현실적 해결보다 추상적 관념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의 십성 중 재성(財星) 의 기운은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뒷전이다. 재성은 남성에게 아내와 가정을 의미하는데, 카레닌은 가정보다 일과 명예를 우선시하고 아내에 대한 애정 표현이 부족했다. 이는 그가 정작 가정의 행복(재성)을 충분히 가꾸지 않았음을 뜻한다. 또한 식상(食傷) 이 부족하여 감정의 표현이나 유연한 소통이 어려웠던 면도 있었다. 물론, 10여년이라는 나이차이가 있기도 했지만, 카레닌은 그닥 다정다감한 사람은 아니었다.
식신과 상관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풀어내는 역할인데, 카레닌은 극도로 절제된 언어와 표정으로 일관하며, 안나가 바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다. 이러한 십성상의 편중은 그를 훌륭한 관료로 만들었지만, 가정에서는 아내와 유대감을 쌓지 못한 차가운 남편으로 남게 한 것이다. 흔히, 의와 인에 대해서 말할 때, 가정에서는 인을 베풀고, 사회에서는 의를 추구하라고 하는데, 카레닌은 가정에서조차 가혹한 의를 지키려 했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카레닌의 명식을 상상하면 정관격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와 책임을 지닌 공직자이고, 무엇보다 명예와 도덕(관성)을 생명처럼 여기는 삶을 살았다. 정관격의 사람은 대체로 안정된 권위와 신망을 얻지만, 팔자가 지나치게 관위 중심이면 가정의 따뜻함이나 개인적 행복을 잃기 쉽다. 카레닌은 바로 그런 사례로, 대외적으로는 존경받는 인물이었으나 아내와의 관계는 서먹했고, 결국 그녀의 마음을 붙잡지 못했다.
냉정한 성격으로 보아, 금과 수의 기운이 많을 것 같은 그의 사주에는, 조후의 기운을 조절하는 화(火)의 기운이 필요했을 수 있다. 금이 왕한 사주에는 화로 온기를 보충해주어야 인간미가 생겨난다. 카레닌에게 화의 용신은 따뜻한 사랑과 이해였을 것이다. 안나가 바랐던 것은 남편의 열정과 인정어린 눈빛이었지만, 그의 차가운 금기운은 끝내 불의 온정을 전달하지 못했다. 또한 재성과 식신도 그에게는 부족했다. 만약 그가 재성 용신을 얻어 가정의 즐거움을 알고 아내를 사랑했다면, 안나가 외부에서 사랑을 찾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는, 식신의 힘으로 여유와 너그러움을 발휘했다면, 아내의 잘못을 더 일찍 용서하고 가정의 파국을 정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카레닌의 사주는 한겨울 서리처럼 차갑고 묵직한 금수(金水)의 기운이 지배적이다. 젊은 시절부터 그는 감정을 억누르고 이성과 규범으로 자신을 무장한 채, 꾸준히 승진하고 사회적 입지를 다졌다. 이는 운세 그래프로 보면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상승하되 큰 파동 없이 안정된 직선에 가깝다. 그의 인생에 봄날의 훈풍 같은 변화가 찾아온 것은 안나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을 때였지만, 실제로 그는 결혼 후에도 큰 변화 없이 관습적인 생활을 유지했다. 즉 조후적으로 따지면, 카레닌의 삶은 냉한 기운이 꾸준히 지속된 만년설(萬年雪) 과도 같았다.
아내의 배신을 알게 된 순간, 카레닌의 내면에선 분노와 모멸감 등 뜨거운 화의 감정이 치솟았지만, 그는 이를 끝까지 겉으로 표출하지 않았다. 이는 얼어붙은 강 밑으로 화산이 끓었지만, 두꺼운 얼음층이 깨지지 않은 상태와 같다. 그가 보인 태도는 더욱 냉정해졌고, 오히려 평소보다 감정을 꽁꽁 숨기며 이성적으로 행동한다.
사실 이것은 그의 조후 불균형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차가운 금수 기운에 갑자기 화기가 들어왔으나, 그는 이를 자연스럽게 녹여낼 토(土)나 통풍시킬 목(木)이 부족했다. 결국 그의 내면에서 감정은 억압되고, 겉으로는 더 얼어붙은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안나가 떠나고 가정이 붕괴된 후 카레닌의 운세는 내리막의 정체기로 접어든다. 그는 세상에 대한 실망과 인간사에 대한 허무를 느끼며, 일에 몰두하거나 혹은 종교적 신비주의에 심취하기도 한다는 묘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는 인생의 화기가 완전히 빠져나간 뒤 찾아온, 한층 깊어진 겨울 같은 시기다. 운세적으로 보면 큰 사건 이후 폭락한 곡선이 낮은 수준에서 평탄하게 이어지는 형상이다. 더 이상의 상승 동력도, 극적인 하락도 없이 무미건조한 나날이 지속되었을 것이다. 카레닌은 살아있는 권위로 남았지만, 이미 마음은 늙어버렸고 삶의 활력은 잃은 상태였다. 이러한 말년의 모습은 명리에서 고신살(孤神殺), 즉 고독한 별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신살은 배우자나 가까운 인연과 이별하고 쓸쓸히 지내는 운인데, 실제로 카레닌은 안나와 별거한 채 아이들을 양육하며 외롭게 지낸다. 비록 사회적으로는 체면을 지켰으나, 사적으로는 마음을 나눌 상대 없이 불행한 노년을 보낸 셈이다. 요컨대 카레닌의 운세 굴곡은 높낮이보다 온도 차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일생 대부분을 차가운 안정 속에 살던 그에게, 잠시 뜨거운 폭풍이 불어닥쳤다가 지나갔으며, 그 뒤로는 더욱 냉랭한 고독만 남았다. 이는 명리적으로 금수 일색의 명식에 미약하게 들어온 화기가 끝내 정착하지 못한 경우로 볼 수 있다. 그의 삶에 따스한 봄이나 뜨거운 여름은 짧고 일시적이었고, 결국 다시 가을과 겨울로 돌아간 것이다. 이러한 운세 흐름은 한편으로는 그가 끝까지 자신의 신념(금)을 지켰다는 의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행복의 계절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카레닌은 전형적인 화개살(華蓋煞) 의 인물로 볼 수 있다. 화개살은 고독한 지혜와 속세와의 단절을 상징하는 별인데, 그는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으나 내면적으로는 늘 혼자였다. 사람들과 표면적 교류는 원만해도 깊은 속내를 터놓지 않으며, 가정 안에서도 감정적으로 동떨어져 있었다. 안나 사건 이후 카레닌이 의지한 것이 신앙이나 신비주의적 인물들이라는 설정은, 그가 현실 인간관계 대신 관념적 세계에 의존하게 되었음을 뜻한다. 이는 화개살 영향으로 볼 때, 세속을 등지고 정신세계로 파고드는 모습과 겹친다. 카레닌의 삶에는 망신살도 비껴가지 않았다. 비록 안나처럼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건 아니지만, 아내의 불륜이라는 치욕은 그에게 있어 커다란 명예 손상이었다. 특히 당대 귀족 사회에서 부인의 부정은 남편의 권위에 큰 흠집을 내는 일이었다. 주변인들 사이에 은밀한 조롱과 동정의 대상이 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망신살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체면이 구겨지는 운을 말하는데 카레닌은 엄격하게 쌓아온 도덕적 위신이 아내 사건 하나로 타격을 입으며 인생의 오점을 남겼다. 이 때문에 그는 더더욱 이혼을 주저하고 체면을 유지하려 애쓴 것이지만, 결국 문제의 본질은 해결되지 못한 채 사회적 평판만 근근이 관리하는 선에서 그쳤다.
카레닌의 운명에서는 겁살의 그림자 또한 읽을 수 있다. 겁살은 외부로부터 빼앗기고 위협받는 기운으로, 카레닌은 사랑하는 아내의 마음을 브론스키에게 사실상 빼앗긴 격이 되었다. 또 딸 안나(안나가 낳은 브론스키의 딸)와 아들 세료자까지 아이들과의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잃게 되었으니, 삶의 행복을 강탈당한 면이 있다.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찾아온 불운 앞에서 무력했던 그의 모습은, 겁살이 작용할 때의 허탈감을 대변한다. 강탈당한 것은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 안식과 가족의 온기였고, 이러한 손실은 카레닌을 더욱 냉혹한 허무주의로 몰아넣었다.
이후 그는 남은 생을 일종의 여생처럼 살았는데, 이는 삶의 주된 운명이 이미 끝나버린 사람의 모습과도 같다. 명리적으로 보면, 대운이 바뀌며 격이 한풀 꺾인 말년 운이라 할 수 있다. 카레닌의 이야기는 신살의 관점에서 화려한 권위의 별이 고독의 별로 바뀐 운명으로 요약된다. 그는 고위관리로 높은 지위와 명예를 누렸으나, 말년에 화개와 고신의 영향 아래 쓸쓸한 삶만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