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1812~1870)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당시 사회의 부조리를 아주 사실적인 필치로 예리하게 묘사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채무로 투옥되어 공장에서 일해야 했던 경험은 가혹하고 냉정한 사실주의적인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자연스럽게, 디킨스는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던 빅토리아 시대의 이면, 즉 도시의 빈곤과 불평등, 아동 노동 등의 어두운 현실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그의 작품에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깔려 있고, 동시에 당시의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 사회 제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표현되어 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회는 산업화로 번영을 구가했지만, 그 이면에는 극심한 빈곤과 계층 간 격차가 있었다. 산업화, 도시와로 인해 농촌의 많은 인구가 도시로 몰려들고 노동자 계급이 형성되면서 사회적 긴장과 불안정이 커지던 시기였다. 디킨스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약자에 대한 동정심과 사회 개혁의 열망을 작품에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디킨스의 여러 소설—『올리버 트위스트』, 『두 도시 이야기』, 그리고 스크루지 영감으로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등』—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면서도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아내어 오늘날까지도 문학적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디킨스의 후기 대표작인 『위대한 유산』(1861년)은 한 고아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계층 구조와 인간의 운명을 다룬 작품이다. 다른 많은 문학작품들이 그랬던것처럼, 이 작품역시 1946년의 데이빗 린 감독의 영화부터 1998년 에단 호크 주연의 영화까지 시대와 세팅을 바꾸어 여러번 영화화 되기도 했다.
이 소설은 가난한 대장장이 집안의 고아 핍(Pip)이 의문의 후견인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으며 시작된다. 순식간에 런던에서 신사 수업을 받게 된 핍은 어릴때의 순수함과 다정함을 금방 잃어버리게 되고, 런던의 속물들처럼 변해간다. 비록 낮은 신분의 대장장이지만 인간적이며 다정한 매형 조 가저리(Joe Gargery)가 핍을 찾아 런던을 방문하자, 핍은 어린시절 에스텔라 앞에서 더러운 손을 감추려고 했던것처럼, 조를 부끄러워한다. 런던에서의 생활을 통해, 핍은 다양한 야망과 신분 상승의 욕망에 사로잡히지만, 결국 돈과 지위만으로는 진정한 행복이나 품격을 얻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위대한 유산』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신분계급과 계층이동에 대한 야망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에서는 태생이 낮아도 부를 쌓아 상류층으로 올라갈 기회가 생겼고, 디킨스는 핍이 사회적 사다리를 오르는 여정을 통해 이러한 새로운 계층 이동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디킨스는 단순히 신분 상승의 희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소설 전반에 걸쳐 “진정한 신사란 타고나는 것인가, 가르쳐서 또는 돈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반복된다. 핍은 교육과 재산으로 겉모습은 신사가 되었으나, 정작 도덕적 품성과 인격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면이 있다. 그의 주변에는 상류층 출신이지만 비도덕적이고 위선적인 인물들이 많았는데, 핍은 결국 자신이 부끄러워했던 사람들이 더 인간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마도, 이 작품에서 가장 본질적인 의미의 성숙한 신사는 바로 핍의 매형, 늘 부지런히 일을 하던 대장장이, 조 개저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디킨스는 허영과 위선을 꼬집고, 진정한 고결함은 계급이 아닌 성숙한 인간성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또 다른 주제는 운명과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소설의 제목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는 문자 그대로 “크나큰 기대/유산”을 뜻하는데, 작품에서 ‘위대한 유산’은 단순한 물질적 재산 이상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상징한다. 핍에게 상속된 거액의 유산은 한편으로는 그를 타락과 방황으로 이끄는 시험(시련)인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스스로를 성찰하여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하는 운명의 계기이기 때문이다.
핍은 그 유산을 통해 겪은 고통과 깨달음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디킨스는 한 개인의 삶에서 외부로부터 주어진 운명이 어떻게 작용하고, 또 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함으로써 자기 성격과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지를 소설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결말부에서 핍은 재산을 잃고 초기의 검소한 삶으로 돌아가지만, 훨씬 성숙해진 모습으로 도덕적 갱생을 이루게 된다. 이는 독자들에게 물질적 성공보다 인간적 성숙과 사랑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위대한 유산』은 성장소설로서 개인의 변화와 도덕적 깨달음을 그리면서, 동시에 사회 계층과 운명의 얽힘을 다층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인 셈이다.
어려서부터 고아가 되어 누나와 매형의 보살핌속에 자라난 핍은 『위대한 유산』의 주인공이다.이 소년의 삶은 극적인 행운과 좌절의 연속이다. 사주명리학적으로 핍의 서사는 재성(財星) 의 부침에 비유할 수 있다. 재성은 십성 중 재물과 지위를 의미하는 별인데, 핍의 경우 마치 그의 사주에 갑자기 강한 재성이 들어온 듯 한순간에 거액의 후원을 받아 신분 상승의 기회를 얻게 된다. 평범하고 허름한 일상속에서 큰 기대 없이 지내던 시골 소년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이 물질적 유산은 핍의 운명을 크게 바꿔 놓게 된다. 이는 사주에서 대운(大運)의 변화나 강한 귀인성의 개입으로 설명해볼 수도 있다. 귀인(貴人)은 말 그대로 귀한 사람이란 뜻의 신(神)으로, 인생에서 도움을 주는 은인을 가리키는데 핍에게는 그 정체 모를 후견인(나중에 밝혀진 매그위치)이 바로 귀인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주에 지나치게 강한 재성이 작용하면 오히려 기신(忌神) 으로 돌변하여 삶의 균형을 깨트릴 수 있다. 약한 사람이 갑자기 큰 재물을 가지면 오만해지고 방탕해지기 쉬운것과 같다. 실제 핍은 신사 교육을 받는 동안 마음이 교만해져 자신을 사랑으로 보살펴준 조 가저리를 하찮게 여기고 멀리하는 속물근성을 보이기도 했었다.
다행히도 핍의 인생에는 다시 균형을 되찾는 용신(用神) 의 계기가 찾아온다. 핍의 경우, 옛 친구들과의 재회, 특히 조와의 화해를 통해 겸손과 양심이라는 용신을 얻게 된다. 그는 재산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적 성장을 이루는데, 마치 사주에서 과도한 불의 기운(욕망)을 누그러뜨릴 수의 기운(지혜와 감정) 이 들어온 것처럼 보인다.
작품 후반부에 핍은 위험에 처한 자신의 은인 매그위치를 끝까지 지키며 도와주는데, 이는 그동안 잃었던 인성(印星)—타인을 배려하고 은혜를 갚는 품성—이 다시 살아났음을 보여준다. 인성은 자신을 생조해주는 별로 정인(正印) 과 편인(偏印) 이 있는데, 그 중 정인은 보호와 교육의 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핍에게 정인의 역할을 했던 조와 비디의 가르침이 결국 핍 내면에 남아 있었고, 결정적 순간에 정인같은 영향으로 그의 행동을 이끈 것이다.
핍의 음양오행조화를 살펴보면, 초반의 그는 유년 시절 순박하고 물처럼 유연한 음적 기운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의 시작은 매우 우울하다. 특히, 핍이 부모의 묘지에서 놀다가 매그위치를 만나는 장면은 그야말로 우울과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그러나 에스텔라를 동경하고 상류 사회를 동경하면서 불같은 양의 기운이 타올랐고, 이는 금전과 명예를 쫓는 화(火)의 기운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동시에 이 과열된 불의 운은 결국 핍에게 정신적 갈증과 공허함을 주기도 한다. 핍은 신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의 목적(木) 과 근본(土) 을 돌아보게 된다. 자신을 지탱해준 뿌리(土)의 존재인 조와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며, 핍은 다시 물(水)의 겸허함으로 돌아가 정말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에스텔라는 아름답지만 냉혹한 인물로, 운명적으로 비극성을 띨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다. 미스 헤비샴의 양녀로서 어릴 적부터 사랑을 모른 채 자라났을 뿐만 아니라, 결혼식 당일날, 신랑으로부터 버림받았던 트라우마 때문에, 에스텔라는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었다. 남자 모두를 증오하게 된 헤비샴은 에스텔라를 이용해 많은 남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스텔라는 남성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매력을 갖추고 자라나지만, 마음은 대리석처럼 차갑게 키워진 것이다. 물론, 에스텔라의 이런 마음가짐은 헤비샴이 불어 넣은 것이다.
이러한 성장 배경은 사주명리학에서 강한 관성(官星)또는 편관(偏官, 칠살) 의 영향으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관성은 규율과 통제를 상징하는 별인데, 에스텔라의 삶은 철저히 양어머니의 의지에 의해 통제되었다. 특히 편관, 일명 칠살(七殺) 이라고 하는 별은 강렬하지만 제약이 많고 파란만장한 운을 뜻하는데 에스텔라는 칠살적인 운명 아래 자유의지 없이 타인의 복수 계획을 수행하는 역할을 떠맡은 셈이다. 그녀의 차가운 성정은 마치 사주에서 금(金)오행이 지나치게 강해 냉정함과 결벽으로 나타나는 경우와도 같다고 볼 수 있다.
에스텔라의 십성구조를 보면 인성(印星) 이나 식상(食傷) 의 요소가 극도로 억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성과 식상은 각각 사랑을 받고 주는 능력, 창의성과 감정 표현을 나타내는데, 에스텔라는 어려서부터 사랑(정인)의 결핍을 겪었고 자신의 감정도 표현하지 못하도록 길러졌다. 그녀에게 작용한 별은 오로지 편관과 재성뿐이다. 편관은 앞서 언급한 칠살로 시련과 위험의 별이고, 재성(財星)은 물질과 욕망의 별이다. 작품속에서 에스텔라는 돈과 지위만을 보고 결혼하여 불행한 결혼생활을 겪게 되는데 이는 그녀의 삶에서 감정을 의미하는 수(水)나 불(火)의 기운이 결여되고 차갑고 계산적인 금(金)과 토(土)의 기운만 운행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 애정운이 막힌 팔자였다.
에스텔라의 삶에는 도화살(桃花煞)도 큰 역할을 한다. 도화살은 사람이 매력적으로 사랑을 끄는 별이지만 동시에 복잡한 애정 사건을 암시하기도 하는데, 에스텔라는 아름다운 외모로 많은 구혼자를 매료시켰지만 정작 자신은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비극적 연애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비극적 도화살의 사례로 볼 수도 있다.
또한 그녀의 궁극적인 고독은 과숙살혹은 화개살같은 신살로도 유추된다. 화개(華蓋) 는 고독한 예술가나 속세를 등진 수도승의 별로, 인연을 끊고 내면의 세계에 갇히는경향을 뜻하는데, 에스텔라 역시 감정의 벽을 쌓고 홀로 고통을 감내한다.
하지만 에스텔라의 운명도 완전히 정체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녀 역시 변화의 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는 사주적으로 보면 대운의 교체나 억눌렸던 용신의 등장으로 볼 수 있다. 그녀가 폭력적인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서 해방되고 오랜 세월 후에 핍과 재회하여 비로소 눈물을 보이며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는 대목은, 에스텔라의 차트에 온기 있는 기운—예컨대 인간미와 이해심을 뜻하는 화(火) 나 목(木) 의 요소—가 들어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얼음 같은 금(金)의 여자였던 그녀에게 불의 온기가 스며들어 차가운 껍질을 녹여준 것이다. 이 변화로 에스텔라는 비로소 자아를 찾을 기회를 얻게 된다. 그간 자신을 옭아맸던 칠살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기 삶의 주체로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주명리에서는 희신(喜神) 과 기신(忌神)개념으로 운의 좋고 나쁨을 판단한다. 에스텔라에게 미스 헤비샴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신적 존재였다. 헤비샴은 에스텔라의 삶에 집착과 복수심이라는 나쁜 기운을 심어주어, 에스텔라가 정상적인 애정을 누리지 못하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반면 핍은 그녀의 희신같은 인물이었다. 핍의 한결같은 사랑과 이해심은 에스텔라에게 부족했던 정화(丁火)같은 따뜻함으로, 그녀 삶에 작은 등불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에스텔라가 모든 불행을 겪은 후 핍과 마주한 결말 부분에서, 그녀는 이전과 달리 부드러운 태도로 마음을 열게 된다. 이는 운명의 마디가 풀리면서 그녀의 사주에 얽혀있던 나쁜 살들이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완전히 행복한 결말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적어도 그녀 개인은 스스로의 감정과 운명을 직시하며 한 단계 성장한 것이다. 에스텔라의 이야기는 숙명론과 자유의지에 대한 디킨스의 통찰을 담고 있다. 주어진 숙명 속에서도 배우고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늦게나마 찾아온 인간다움의 회복이 에스텔라라는 인물을 통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미스 헤비샴은 위대한 유산에서 가장 극적인 운명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한때 부유한 상인 집안의 상속녀였으나, 결혼식 당일 연인에게 버림받은 충격으로 평생을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폐허 같은 집에 틀어박혀 살게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녀의 삶은 그 사건 이후 사실상 시간이 정지한 상태로, 마치 사주팔자에서 특정 운이 끊긴 채 고립되어 버린 사례처럼 보입니다. 실제 작품에서는 헤비샴이 살고 있는 세티스 하우스의 집안의 시계가 바로 그 결혼식 날 파혼되던 그 시간에 멈춰져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명리학적으로 헤비샴 양의 극단적 행보는 편인(偏印) 의 과도한 영향과 음의 기운의 폐쇄로 설명할 수 있다. 편인은 십성 중 하나로 비정형적 지혜나 고독한 탐구를 뜻하지만,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세상을 등지고 독선과 망상에 빠지는 별이기도 하다. 헤비샴 양은 사랑의 배신 이후 세상과 담을 쌓고 자신만의 환상 속에 갇혀 지냈으니, 편인의 그릇된 기운이 삶을 지배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녀의 주위를 둘러싼 에너지는 극단적인 음기(陰氣) 로 가득하다.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폐가에서 늘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먼지 쌓인 결혼식 식탁을 그대로 둔 채 살아가는 모습은, 활기찬 양기가 완전히 빠져나가고 죽음에 가까운 정지된 음기만 남은 상태를 상징한다.
사주에서 양기(陽氣) 가 과도하게 부족하면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처럼 삶의 활력을 잃게 되는데, 헤비샴의 경우가 바로 그러했다. 그녀 주변에는 화(火) 나 목(木)같은 생동하는 기운이 사라지고, 금속성의 냉정함과 물의 한기만 감돌게 된다. 삶을 창조하고 움직이게 하는 오행중 화(火)는 희망과 열정을 뜻하는데, 그녀의 팔자에는 불길이 꺼져버린 셈입니다. 대신 토(土) 의 고착, 금(金) 의 냉소, 수(水) 의 어둠만 남아 그녀를 짓누른 것이다. 특히 세티스 하우스 자체가 막대한 토의 역할을 했을수도 있다.
미스 헤비샴을 통해서는 여러 신살(神殺)을 유추할 수 있다. 우선 망신살(亡身煞)이다. 망신살은 사람을 수치와 몰락으로 끌고가는 흉운인데, 실제로 그녀는 애인에게 속아 사회적으로 창피를 당한 후 남은 생을 은둔하며 보내게 된다. 때때로 화개살이 강하면 세속을 떠나 예술이나 종교에 심취하고 독신으로 지내는 경우가 있는데, 헤비샴의 경우 복수심이라는 왜곡된 신념에 사로잡혀 세상과 단절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부정적인 화개살의 양상도 보인다.
조 가저리는 핍의 매형이자 대장장이로, 소설에서 가장 인간적인 온기를 품은 인물이다. 배운 것은 없지만, 마음씨가 순박하고 성실하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선량함을 지켜내는 인물이다. 아마도 그는 오행이 고르게 조화를 이루고 일간(日干) 이 튼튼한 신강(身强)한 명국을 타고났을 것이다. 즉, 자기 자신(일간)의 기운이 탄탄하여 외부 영향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팔자라는 뜻이다. 그래서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인정(人情) 과 도리를 잃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십성으로 보면 조는 정인(正印)과 정관(正官)의 미덕을 모두 지닌 사람이다. 정인은 어진 어머니와 같은 보호와 포용의 별이고, 정관은 올바른 가장과 같은 책임과 의무의 별이다. 조는 핍에게 부모 잃은 형편에서도 한없이 따뜻하게 대해준 보호자였으며, 누나의 거칠음 속에서도 핍을 감싸준다. 또 매형으로서, 남편으로서 가정을 끝까지 책임졌고 힘든 여건에서도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자신의 것을 빼앗겨도 상대를 원망하기보다 묵묵히 받아들이는 희생정신도 갖췄다. 조는 핍이 무례하게 굴 때도 묵묵히 참아내며 결국엔 그를 용서한다. 조의 오행은 특별히 토(土)의 안정성과 금(金)의 의로움이 두드러져 보인다. 토는 대지에 비유되며 포용력과 성실함을 나타내는데, 대장장이로 땀 흘려 일하며 가족을 묵묵히 돌보는 그의 모습이다. 금은 의리와 결단을 뜻하는데, 조는 화낼 줄도 모르고 착하기만 한 듯 보여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단호히 핍을 위해 나서기도 한다.
예컨대 핍이 아픈 동안 정성껏 간호하고, 또 나중에 빚에 쪼들릴 때 조용히 대신 갚아주는 모습에서, 의협심과 결의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금기가 발휘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조는 물질적으로 풍요롭진 않아도 마음의 풍요를 가진 인물이다. 그렇기에 명리적으로 격국이 중화로운, 즉 음양오행의 균형이 잘 잡힌 팔자라고 추측된다. 일간이 강하고 용신도 적절하여 큰 부나 권세는 없어도 행복한 소시민의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인생에는 큰 흉살도 끼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역마살 정도로 바쁜 일상의 애환뿐인 것이다.
조 가저리는 위대한 유산에서 도덕적 중심이 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사주적으로 보면 다른 인물들의 변화무쌍한 운세 속에서 항상 일정한 운으로 자리를 지키는 고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마치 사주의 태극과도 같다. 핍이 방황할 때 돌아갈 근원이 되어주고, 에스텔라나 헤비샴 같은 불행한 인물들과 대비되어 인간미의 표본으로 제시된다.
결국 조는 핍의 회상 속에서 빛나는 덕을 가진 인물로 기억된다. 디킨스가 조를 통해 보여준 것은, 아무리 사회가 변하고 운명이 요동쳐도 인간의 선량함과 의리는 변하지 않고 존귀하다는 것이고, 이것은 곧, 주인고 핍이 그토록 지향하던 참된 신사의 모습이기도 하다.
매그위치는 소설에서 핍의 운명을 뒤흔든 숨은 후견인이다. 그는 어린 시절 탈옥수였던 자신을 도와준 핍에게 깊이 감복하여, 먼 이국땅에서 부를 모아 핍을 신사로 만들어주는 큰 계획을 실행한 사람이다. 처음엔 이름도 모른 채 “비밀 후원자”로만 등장하다가 나중에 정체가 밝혀진다. 매그위치의 일생은 명리학적으로 편관(偏官), 즉 칠살(七殺) 의 파란만장함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매그위치의 십성에서는 겁재(劫財)와 편재(偏財)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겁재는 자신과 비슷한 기운으로 재물을 겁탈하는 별인데, 그가 젊은 시절 공범(컴피슨)에게 번번이 이용당하고 재산을 빼앗긴 것이 그렇다. 반면 편재는 한탕의 재물, 모험적 돈벌이를 뜻하는데 매그위치는 호주로 가서 모험 끝에 거액의 돈(편재)을 손에 넣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모은 재산을 자기 자신이 아니라 남을 위해썼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칠살 기운이 파괴가 아닌 보호자의 모습으로 전환된 사례라 할 수 있다. 명리학에서 칠살이 너무 강하면 위험한 삶이 되지만, 그것을 잘 제어하면 권력과 정의감으로 승화된다고 한다. 매그위치는 핍을 후원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목숨을 건 결단을 서슴지 않았고, 이는 칠살의 의협심이 긍정적으로 발현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본래 험상궂은 겉모습에 법을 어긴 전과자였지만, 내면에는 인정(印情)과 식신(食神)의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어린 핍에게 먹을 것을 받아 연명했을 때 느낀 고마움을 잊지 않고 평생 그 은혜를 갚고자 한 것이다. 식신은 밥을 먹여주는 신으로 은혜를 베풀고 창조하는 별인데, 매그위치는 자신이 받은 빵 한 조각의 은혜를 몇백 배로 돌려준 것이다.
매그위치는 알고 보니 에스텔라의 생부임이 밝혀진다. 이 작품에는 여러 인물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이를 명리에서는 인연법이나 숙명적 관계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에스텔라의 양모인 헤비샴 양을 불행에 빠뜨린 장본인이 컴피슨이고, 그 컴피슨은 매그위치를 배신해 옥살이를 떠넘긴 사람이다. 즉 악연으로 얽힌 두 사람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복수와 집착에 인생을 바친꼴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이에서 핍과 에스텔라가 희생양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에스텔라는 다시 매그위치의 후원을 받아 성숙하게 성장한 핍의 사랑을 받게 되니,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이루어지는 관계가 된 것이다.
오랫동안 범죄자라는 기신의 꼬리표가 그를 쫓았지만, 핍이라는 용신 같은 존재를 만나 인생의 의의를 찾게 된다. 핍은 매그위치에게 자신이 세상에 쓸모 있고 선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었고, 이는 매그위치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했다. 그는 체포되어 죽어가면서도 핍이 곁에 있어 준 것에 깊은 안도와 행복을 느낀다.
에스텔라의 친부라는 사실은 매그위치의 운명에 또 다른 층위를 부여한다. 그는 모르고 지냈지만 자기 딸이 상류층에서 자라도록 (비록 불행하게나마) 운명이 흘러갔고, 자신은 핍을 신사로 만들었다. 이는 계층의 밑바닥에 있던 사람이 두 젊은이를 상류 세계로 올려놓은 운명의 역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서사는 디킨스 특유의 인과 응보적 세계관과도 닿아 있다. 악한 컴피슨은 끝내 강물에 휩쓸려 죽고, 선한 행위를 한 매그위치는 비록 육신은 사라지지만 한 세대의 희망을 키운 은인으로 거듭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