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영단어: 모든 단어는 관계가 있다
스타벅스 커피가 처음 시애틀에 문을 연 것은 1971년이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대학의 학생이었던 세 사람이 좀 더 좋은 커피를 만들어보고자 의기투합한 것이 인연이었다. 스타벅스의 이름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있다. 스타벅스Starbucks라는 이름은 19세기 미국소설인 『모비 딕』에 등장하는 항해사의 이름, 스타벅Starbuck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모비 딕』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고래에 대한 백과사전같은 소설이다.
공식적으로 스타벅스의 이름은 『모비 딕』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지만, 아무래도 대중은 좀 더 드라마틱한 역사를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모비 딕』에 등장하는 항해사의 이름 스타벅이 커피전문점 브랜드의 이름 스타벅스과 관련이 있다는 루머가 생긴 듯하다.
『모비 딕』에 등장하는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은 이슈마엘Ishmael 이다. 『모비 딕』의 첫 문장은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중 하나가 되었다. 그것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이슈마엘이다. Call me Ishmael.”
이슈마엘과 대조를 이루는 피쿼드Pequod 호의 선장은 에이헤브Ahab이다. 『모비 딕』은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강하다. 특히, 하얀 고래, 모비딕Moby-Dick은 인간이 뒤쫓는 잡을 수 없는 욕망을 상징하기도 하고, 절대악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래는 단지 거기에 있을 뿐, 그것을 잡으려는 것은 오직 인간의 마음이다.
스타벅스 커피의 로고는 바다와 관계가 있다. 인어인 듯 보이는 초록의 여인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사이렌Siren이다. 구급차나 경찰차가 긴급한 상황에서 울리는 사이렌이기도 하다. 사이렌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요정sea nymph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닮았지만 인간을 유혹하는 노랫소리로 뱃사람을 물에 빠져 죽게 한다.
사이렌의 모습은 흔히 인어mermaid와 혼동되기도 했다. mer-는 바다, maid는 여성이라는 뜻이다. mer-는 marine과 같은 단어에서 바다와 관련된 의미를 만든다. 잠수함submarine은 물marine 아래sub-라는 의미로 조합된 말이다. 해병대는 Marine Corps 라고 한다. 바다의marine 군대corps다. 모두 바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마레mare와 관계가 있다. 일마래il mare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영화도 있었고, 또 어느 파스타집도 있었다.
영어권에서 사이렌은 하피harpies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성의 얼굴과 사악한 날개를 가진 커다란 새다.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인어보다는 새와 더 관계가 밀접하게 여겨진다. 화가들은 사이렌의 모습을 아름다운 인어처럼 그리기도 했고, 또 날개달린 새의 모습으로 그리기도 했다. 로고속의 사이렌은 아무래도 소리보다는 외모를 선택한것 같다.
신화속 사이렌의 소리는 듣는 사람을 위험하게 했다.
하지만 현대의 사이렌은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울린다.
호머의 『오딧세이』에는 사이렌과 관련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오딧세우스가 바다를 항해하는데, 그 바다에는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홀려서 물에 빠져죽게 하는 인어들이 있었다. 바로 사이렌이었다. 사이렌의 노랫소리는 너무 아름다워서, 그 소리를 들으면 선원들은 자기도 모른 채 그 소리를 따라 바다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그 소리를 들었던 사람들중 무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오딧세우스는 자신의 선원들에게 모두 귀를 막으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귀를 막지 않았다. 대신 선원들을 시켜서 자신을 돛대에 묶어 놓으라고 지시한다. 오딧세우스는 사이렌의 노래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사이렌의 노래가 궁금했다. 결국, 치명적인 사이렌의 노래를 들으면서 자신의 안전도 지킬수 있는 교묘한 방법을 택했다. 이후 많은 그림과 이미지 속에서 돛대에 묶여있는 오딧세우스의 모습이 그려지게 된다.
묶여서 고통스러운지, 노랫소리를 들어서 행복한지 표정을 이해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