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영단어:plastic, obey, compliance
20세기 초 기적의 물질처럼 인류의 문명에 많은 편리를 안겨준 플라스틱plastic. 하지만 지금은 환경오염의 가장 큰 주범중 하나로 손꼽힌다. 태평양 어딘가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쓰레기 섬이 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플라스틱plastic이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의미를 갖고 있는 plasticos에서 유래한다.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는 넓게 펼치는 의미를 갖는다. pele는 펼치다, 평평하게 하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pl-의 형태는 종종 fl-의 형태로 나타난다.
plain은 넓게 펼쳐진 평야를 의미하고, flat은 평평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도시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산보객을 발터 벤야민은 만보객flaneur라고 불렀다. 자신의 발자국을 도시 전체에 넓게 펼치듯 걸었기 때문이다.
들판field이나 평평한 바닥floor은 역시 pele-의 형태가 변화된 것으로 모두 넓게 평평한 의미를 갖는다. pele-에는 뭔가를 채우다는 뜻으로 실현되는 형태가 따로 존재한다.
사용자의 뜻대로 구부리고 비틀어서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성형하거나 주조할수 있다는 뜻으로 plastic이 사용된다. 성형수술은 plastic surgery라고 부른다. 원하는 대로 모양을 변형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Plastic이라는 말은 물리적인 형태의 변형을 가할 수 있는 행위의 속성을 의미한다.
comply는 누군가의 뜻이나 명령을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지휘자의 명령을 따르거나, 상사의 명령을 따르는 것을 compliance라고 한다. comply는 어떤 일을 행하거나, 동의하거나 따르다는 뜻이 있다. 명사형태로 compliance는 누군가의 뜻을 따른다 정도의 의미가 되겠다. 어원적으로 ply의 어원은 다르지만, 의미적으로 통한다. 누군가에게 명령을 내림으로써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comply 는 com과 pele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다. pele는 기본적으로 가득 채우다는 뜻이
있다. ple-의 형태로 나타나서 양이 많다, 충분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replenish는 부족한 것을 다시re채워넣는다plenish는 뜻이다. 다시 채워넣으면 충분해ample 진다.
refill역시도, 다시 채우다는 뜻이 있는데, fill은 가득 차 있다는 뜻의 full에서 파생된 말이다. 가득차 있다는 뜻의 full은 pele-로부터 왔다. fill 과 full 이 서로 비슷하게 보이는 이유는 둘 모두 같은 pele-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충분하다는 것과 대조적으로, deplete는 있던 것이plete 고갈되었다는de- 뜻이다.
2012년 영화 <컴플라이언스 Compliance>라는 영화는 실제 있었던 전화사기수색사건strip search phone call scam 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어느 햄버거 판매점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형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점장에게 매장 직원 중 한 사람이 절도 용의자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현재 수사중이니 절대 해당직원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는 말라고 한다.
다시 전화가 왔을 때, 전화기 너머의 그는 점장을 시켜서 문제의 직원을 조용히 불러서 몸을 수색하게 한다. 점장은 전화기 너머 형사의 지시를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따른다. 심지어 형사의 지시가 조금씩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서는데도, 점장은 별다른 의심없이 형사의 말대로 직원의 몸을 수색한다.
처음에는 몸을 더듬어서 훔친 물건을 확인하더니, 나중에는 옷을 벗겨서 확인하라는 말까지도 충실하게 이행한다. 더 나아가서, 전화속의 명령을 받은 점장은 아무런 관계없는 두 남성으로 하여금 여직원의 몸을 구석구석 수색하게 한다. 여직원 또한 그러한 수색에 저항하지 못했다.
놀라운 것은 수색을 당하는 직원 역시, 점장의 그 불합리한 명령에 순순히 복종했다는 사실이다. 오직 그 전화기 너머에 얼굴도 본적 없는 누군가가 자신을 형사Officer Daniels라고 밝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말이다.
권력은 그것이 실제이건, 상징으로건 인간의 심리에 얼마나 막강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매우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던 영화였다.
1960년대에 심리학자psychologist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복종obey과 권위authority의 개념에 대한 일련의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실험의 목적은 인간이 권위적인 인물authority figure에 대해서 얼마나 자발적으로willingly 복종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자발적 참여로 구성된 실험집단은 세 그룹으로 나눠졌는데, 학습자와 선생, 그리고 실험진행자였다. 실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무작위로 학습자와 선생으로 구분되었는데, 선생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실제 실험 참여자들이었고, 학습자 역할은 이미 사전에 고용된 배우actors들이 배정되었다.
진짜 참여자participants는 모두 선생의 역할만 하게 된 것이다. 실험은 학습자가 올바른 답을 못하면 전기 충격을 가하고, 계속 틀릴수록 충격을 더 높이는 것이었다. 선생 역할자들은 전기 충격을 받은 학습 역할자가 고통스러워 하면 전기충격을 주는 것을 망설였다. 물론, 고통스러워하는 학습자는 모두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때, 실험 전체를 관장하는 진행자는 계속 진행하라고 말한다. 머뭇거리는 선생들은 결국 계속 전기충격의 수위를 높였다. 복종의 정도는 자신이 갖고 있는 이성과 도덕적 기준, 윤리적 감성의 정도를 벗어날 때까지도 지속됐다. 마침내, 선생역할의 참가자들이 정말로 더는 못하겠다고 했을 때 비로소 실험은 중지되었다. 그때까지, 최고로 올라간 전기충격은 450볼트 까지였다고 하며, 실험참가자의 65퍼센트가 이 수치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쓰는 메인 콘센트가 220볼트인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밀그램의 실험은 윤리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밀그램 자신도, 이렇게 높은 수치가 나올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면서 떠올렸다는 악의 평범함the banality of evil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