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영단어:artificial intelligence, art,
인공적이라는 말artificial은 기술 혹은 예술과 관련된 art에서 파생되었다. 기술을 의미하는 art와 만들다는 뜻의 ficial이 합쳐진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만드는 기술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하고, 기술로 만들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의도를 갖고 만들었다는 의미를 제일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작, <2001: A Space Odyssey>에서 HAL이라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등장한 이후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기술은 영화속에서도, 그리고 현실속에서도 놀랍도록 발전했다. HAL이라는 이름은 당시 굴지의 컴퓨터 회사였던 IBM의 각 알파벳의 앞 글자를 조합해서 작명했다고 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제목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 I.>는 2001년 개봉되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된 영화인 셈이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었던 인공지능에 대한 상상력은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다. 단순히 공상화학적으로 설정되었던 인공지능 안드로이드가 이제는 상당한 정도까지 현실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피상적이라는 뜻의 단어 superficial은 artificial과 비슷하게 구성된 단어다. super는 위, 너머의 라는 뜻의 접두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물리적인 방향의 의미에서 위 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의미까지 덧붙여져 뭔가를 초월한, 넘어서는 뜻으로까지 확대된다.
superficial에서 super은 물리적인 방향에서 위라는 단순한 의미를 갖고 있다. ficial은 사람의 얼굴face의 형용사형태라고 할 수 있다. 종합한다면, 바로 얼굴 위라는 뜻이다. 얼굴 위라는 것은 결국 깊이가 없다는 뜻으로 귀결되며, 깊이가 없는, 피상적인 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얼굴 위로 드러난 것에만 국한되므로, 이해도 한정적이고, 포괄적인 깊이가 없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평범한 인간man 위에 슈퍼맨superman이 있는 것처럼, super는 초월적인, 정도를 넘어선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Sonic은 음속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비행체가 음속을 돌파할 때 생기는 큰 소리는 sonic boom이라고 한다. 슈퍼소닉supersonic은 음속보다 빠르다는 뜻이 되겠다.
sonic은 소리를 의미하는 sound와 관계가 있는 말이다. 단어의 son-부분이 소리와 관계되어 여러 단어로 파생된다. 자동차의 이름으로도 사용되는 소나타sonata는 음악의 형식이다. 소리와 관계되어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영미시에서 사용하는 소네트sonnet 보통 14줄로 구성된 시를 말한다. 다양한 형식의 소네트가 있지만, 아무래도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소네트는 세익스피어의 소네트 일 것이다. 소네트sonnet 역시, 시의 음악성을 생각할 때, 소리와 관련된 명칭으로 사용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art와 비교되는 단어는 techne가 있다. 두 단어 모두 인간의 창의적인 생산 활동 기술을 의미하는데 사용되지만, 테크네는 보다 실용적인 차원의 기술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아트는 미학적인 관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그런 기술을 의미한다. 아트는 예술로 번역되고, 테크네는 기술로 번역된다. 예술은 개인의 창의적인 미적 표현에 더 중점을 둔 반면, 테크네는 기존에 정해진 방식과 체계화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기술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만드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이라는 말은 재미있는 표현이다. 테크놀로지가 단순한 기술을 의미한다면, 단순한 기술로 복잡한 기술을 만든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복잡한 기술 역시 단순한 기술들의 연장에 불과할 것이다.
인간의 삶은 복잡하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인생 뭐 별거 없다는 표현도 자주 접한다. 별거 없다는 말은 단순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인생은 복잡하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하다. 삶은 복잡과 단순이라는 두 개의 극점 사이를 오가는 푸코의 진자처럼 출렁인다. 결국 복잡한 것은 단순해지고, 단순한 것은 복잡해진다.
예술을 의미하는 아트art는 본래 의미인 기술에서 좀 더 정교하게 확장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은 예술적으로도 승화되지만, 호전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인간이 구사하는 기술은 보통 상체의 팔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예술art과 , 팔arm을 의미하는 단어에 공통으로 포함된 ar-은 "적합하게 들어맞다"는 뜻을 갖고 있다. 기술은 무엇보다도 그 적합성이 중요하다. 팔arm이라는 의미는 이후에 팔에 무기를 든다는 의미에서 arms로 확장된다. arms 는 무기를 의미한다. 냉전시기, 소련과 미국의 군비경쟁을 arms race라고 불렀다.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Yasmina Reza의 작품, <Art>라는 제목의 희극은 1994년 초연이 이루어졌다. 이 작품은 최근 한국에서도 원로 배우들을 주연으로 해서 공연된 적이 있었다. 내용은 한 예술작품을 둘러싸고 세 친구 세르지Serge, 마크Marc, 이반Yvan이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모습은 물론, 인간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이다. 특히, 작품의 소재로 설정된 하얀 캔버스의 미니멀리즘적인 예술작품은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작품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관객은 예술 자체에 대한 본질이 무엇인지도 고민하게 된다.
연극은 세르지가 하얀 캔버스에 줄 몇 개 그어진 그림을 20만 프랑을 주고 사오면서 시작된다. 하얀 캔버스에 줄 몇 개 그려진 그림이다. 당연히 마크와 이반은 놀라고, 이제 그들은 과연 그 예술의 가치가 적절한지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점점 더 대화가 진행될수록 각자가 갖고 있는 이견은 더 격화되면서 세 친구의 우정도 흔들리게 된다.
이 드라마의 스토리를 들었다면, 아마도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그림을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작품은 로스코의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쓰여진 것이라고 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하얀 캔버스에 줄 몇 개" 로 구성된 작품은 로스코의 작품을 염두에 두고 설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스코의 작품, 혹은 절대주의 회화를 추구했던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h의 그림은 그저 색깔이 단순하게 칠해진 캔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뭔가 추구하는 바가 있어 나름대로 추구했던 예술성을 표현했을 테지만,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야스미나 레자는 로스코의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ART>에 등장하는 하얀 캔버스와 가장 비슷한 실재 회화작품은 말레비치의 <흰색 위의 흰색>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이 작품은 2008년 소더비 경매에서 6000만 달러에 거래가 되었다고 한다. 그냥 흰 캔버스 위에 엇나가게 겹쳐있는 거의 그냥 흰 캔버스인것 같은데 말이다.
한국에서도 로스코 전시가 있었다. 실제 전시를 다녀왔던 관객의 말로는, 막상 그림을 앞에 두고 보면 그 그림이 단순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실재, 로스코의 <레드>같은 작품을 아주 오랫동안 응시하며 보는 관람객들이 많았다고 했다. 로스코의 작품을 실재로 보면, 같은 색깔처럼 보여도, 붓이 지나간 흔적과 결이 또 다른 회화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역시, 미술은 디지털로 보면 안될 것 같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스필버그의 <A.I>는 인간으로 부터 사랑을 받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어린이형 안드로이드, 데이빗이 사람이 되려고 떠나는 여정에 관한 영화다. 사랑을 받는것이 목적이라는 설정은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고, 또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자식을 잃게 된 모니카 부부의 상실감을 치유할 목적으로 입양된 안드로이드 데이빗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지낸다. 하지만, 회생의 기미가 없었던 모니카의 친 아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데이빗은 오히려 위험한 장난감이 되고 만다.
자신의 친 자식과 입양한 안드로이드를 함께 양육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모니카 부부는 결국 데이빗을 다시 반납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모니카는 폐기처분될 것이 분명한 데이빗을 차마 제조사에 돌려보내지 못한다.일단 자신을 입양한 인간부모와 유대관계가 형성되면 이후에는 다른 부모와는 유대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모니카는 데이빗을 숲속에 유기한다. 버려진 데이빗은 자신이 진짜 인간이 되면 엄마가 자신을 다시 사랑해 줄 것이라고 믿으며 먼길을 떠난다.
데이빗이 찾아가려고 하는 것은 푸른요정The Blue Fairy이다. 매일 저녁, 모니카가 자주 읽어주던 피노키오 동화에서 푸른 요정은 나무인형을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빗은 푸른 요정을 만나면, 자신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세상 어딘가에 있을 푸른 요정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 여정은 2000년도 더 넘게 지속된다.
영화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변별점을 아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자신을 만들었던 하비 박사를 찾아간 데이빗은 그곳에서 수백개도 넘는 자신과 똑같은 데이빗을 만난다. 그리고, 그 모상들 앞에서, 데이빗은 자신만의 유일한 정체성과 존엄성에 혼란을 느낀다.
“I’m special! I’m unique! I’m David!”
하비 박사는 혼란스러워 하는 그에게 데이빗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말해준다.
“네가 태어나기 전까지, 꿈을 꾸는 로봇은 없었단다. 로봇은 우리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았어.”
“Until you were born, robots didn’t dream. Robots didn’t desire unless we told them what to want”
데이빗은 온전히 스스로의 동기부여로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꿈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모니카가 읽어주던 동화속의 푸른요정도 믿게 되었다. 하비 박사는 말한다. 푸른 요정은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커다란 결점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자신의 꿈을 추구할 수 있는 재능이라고.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 그것은 희망을 갖는 것이고,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A. I.>가 보여주고 있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변별점은 Chat GPT로 몰아친 인공지능의 물결속에서 더욱 더 분명해지고 있는 것 같다.
영화는 브라이언 올디스Brian Aldiss가 1969년 발표한 <Supertoys last all summer long> 라는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비 박사가 자신의 아들 데이빗을 모델로 안드로이드를 만들었다는 설정은, 일본 에니메이션 아톰의 기본적인 얼개와 비슷하다. 일본 에니메이션의 신神으로 추앙받는 데츠카 오사무가 처음 <아톰>을 처음 그렸던 것은 1952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