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영단어:camera, chimney, chamber, room
방을 의미하는 가장 흔한 영어단어는 room이다. 큰 대저택이나 특별한 건축물에는 비상시 안전을 구할 수 있는 패닉룸panic room이 만들어져 있다. 지진이나 테러, 외부의 위협이 발생하면 패닉룸 안으로 들어가면 당분간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한다. 호텔이나 기숙사에서 보통 객실은 room101, room 505등으로 표시한다. 고급 객실은 스위트suite room이고,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고문실은 torture chamber다. 체임버 오케스트라chamber orchestra는 실내악 정도의 의미가 될 수 있는데, 약간 규모가 작은 관현악단이라고 할 수 있다. room 과 chamber는 둘 모두 방을 의미하지만 사용되는 영역에 다소 차이가 있다.
특별한 목적으로 마련된 방을 의미하는 체임버chamber는 굴뚝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chimney와 관계가 깊다. 그리고 침니chimney는 다시 벽난로와 관계가 있다. 흔히 벽난로는 fireplace라고 하지만, 라틴어로는 caminata라고 한다. 이 단어는 원래, 벽난로 혹은 벽난로가 있는 방을 의미했는데, 방이라는 의미의 비중이 커졌다. 때문에 이 단어는 종종 라틴어로 둥근 아치 천정이 있는 방을 의미하는 camera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카메라camera는 눈앞의 피사체를 빛으로 기록하는 기계장치를 의미하지만, 원래는 빛이 작동하는 어두운 사각형의 방camera을 의미했다. 아날로그식 카메라가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계장치 내부의 어두운 공간이 바로camera인 것이다. 어떤 사물의 일부가 그 사물전체를 지칭하는 이름이 된 셈이다. 이렇게 굴뚝chimney, 방chamber, 카메라camera는 모두 정방형 혹은 직사각형의 기하학적인 공간과 관계가 있는 말이다.
방을 의미하는 영어단어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아트리움atrium이라는 단어 역시 특별히 만들어진 공간을 의미한다. 로마시대 건축물의 중심이 되는 공간에 위로 천정을 뚫어서 햇빛이 비치는 곳을 지칭하는데 사용된 말이다. 현대에도 햇빛이 들어오는 건물의 중심공간을 의미한다. 로마의 판테온Pantheon에도 역시 이렇게 천정에 뚫린 공간이 있다. 마치 눈처럼 뚫려 있어서 그것은 oculus라고 부른다.
음식이나, 식기류와 같은 도구를 보관하기 위해 따로 마련한 공간은 팬트리pantry(food pantry)라고 부른다. 건축과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팬트리pantry라는 말은 그냥 팬트리라고 사용하는 것 같다. 보통은 주방과 식당이 있는 곳 사이에 위치한다. 굳이 번역을 한다면, 수납방 혹은 음식 저장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햇빛이 비치지 않는 지하의 방은 cellar 이라고 한다. 보통 음식의 저장고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와인셀러wine cellar와 같이 와인을 저장하는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cellar라는 말도 흔히 쓰이게 된 것 같다. 셀러cellar는 세포를 의미하는 셀cell과 관계가 있다. Cell은 세포라는 말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수도원monastery이나 수녀원nunnery에서 수도사monks, 수녀nuns들이 사용하던 작은 방을 의미한다. 명상과 수도를 위해서는 굳이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cell의 작다는 의미는, 생물학에서 생체조직의 기초를 의미하는 세포라는 의미에도 포함되어 있다.
전기배터리electric battery를 의미하기 위해 cell이란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828년으로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Cell은 수도원의 작은 방에서, 생물의 세포라는 의미를 거쳐서, 지금은 아마도 휴대전화를 지칭하는데 가장 많이 쓰이고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는 Celluar Phone이라고 한다. 휴대전화의 통신을 위해 지역 곳곳에 무선국을 설치하는데, 그것이 마치 세포식으로cellular 세워져서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고 한다.
쉘터shelter라는 말은 꼭 방은 아니다. 누군가가 외부의 위험이나 위협에서 안전을 찾기 위해 거주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쉘터shelter는 방패를 의미하는 shield와 관계가 있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화가 중에 한 사람인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은 한국에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ing>는 아마도 가장 널리 알려진 그의 작품일 것이다. 트레이시 슈발리에Tracy Chevalier가 소설로 쓰기도 했고, 2003년 스칼렛 요한슨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베르메르의 그림은 화려한 색감과 사진같은 정교함으로 유명하다. 르네상스에서부터 서양회화는 그 놀라운 정교함과 사실성이 대단했기 때문에, 베르메르의 그림 역시도 단순히 그렇게 정교한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베르메르의 그림에는 다른 그림과는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몇몇 미술연구가와 화가, 그리고 한 발명가는 베르메르가 특별한 장치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린 것으로 추측했는데,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에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타리 <팀스 베르메르Tim’s Vermeer>가 공개되었다. 베르메르의 그림은 엑스레이로 살펴봐도 밑그림, 혹은 윤곽선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마치 기름종이를 대고 그리는 것처럼, 윤곽선 없이 채색이 시작되었고 채색하는 단계부터 이미 정교함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주의깊게 관찰한 사람들은 그가 일종의 카메라의 옵스큐라camera obscura을 이용해서 대상을 그렸을 것으로 추측한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카메라의 원리가 되는 대상이 작은 구멍을 통과하면서 거꾸로 상이 맺히는 어두운 공간을 의미한다. 상이 맺히는 것을 보면서 그림을 그린다면 훨씬 더 정확하게 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의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인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카메라 루시다camera lucida>라는 제목으로 사진에 대한 자신의 에세이를 책으로 펴낸적 있다. 국내에는 <밝은 방>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하지만 카메라 루시다는 카메라 옵스큐라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를 그릴 때 사용된다. 루시다lucida라는 말이 밝은 빛을 의미하는 것처럼, 카메라 루시다는 어두운 공간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여하간에, 베르메르는 바로 이 카메라 루시다 혹은 카메라 옵스큐라와 비슷한 장치를 이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다큐멘타리를 주도한 팀은 베르메르가 그렸던 방식을 유추하여 베르메르의 그림 그리기에 도전한다.
예술가는 기술을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인가?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속임수cheat라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현대미술일수록 예술과 기술의 경계는 점점 허물어진다.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제프 쿤스Jeff Koons가 스테인레스를 어떻게 구부릴 수 있을 것이며,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가 방부제 없이 죽은 상어를 유리관 속에 보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에 하녀로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 베르메르의 아틀리에atelier를 청소하는데, 유독 유리창에 쌓인 먼지를 닦지 않는다. 베르메르가 이유를 묻자, 빛이 달라질 것이 염려되었다는 대답을 한다. 베르메르는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리스 신화에는 키메라Chimera라는 괴물이 등장한다. 역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티폰과 에키드나의 딸이다. 보통 키메라는 두 종류 이상의 괴물이 합쳐져 있는 형상으로 등장한다. 덕분에 현대 의학에서 키메라는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종류의 세포를 갖고 있는 생물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물론, 카메라나 굴뚝과는 관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