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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외롭지 않아서 모두가 외로운

알고리즘영단어:charming, glamour, halo, glow

by 현현

charm은 노래를 하거나recite 마술을 부리는 것을 의미한다. 아름다운 노래에 홀리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이성을 압도하는 매력을 품고 있다. 그래서, charm은 매력을 느끼게 한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동시에 charm은 누군가에게 마법을 걸거나, 주문으로 저주를 거는 것과 관계되어 있다. 뭔가에 홀리고, 뭔가에 반하는 것은 마법에 걸린 것과 비슷하다.


차밍charming의 형태로 사용하면 매력적이라는 뜻이 된다. 매력은 뭔가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힘으로 풀이한다. 합리나 이성의 정 반대편에는 마법과 주술 그리고 미신이 있다. charm은 명사로 부적을 의미하기도 한다. 부적에 해당하는 영어단어는 amulet, talisman등도 있다. 동양에서 부적은 주로 종이위에 글씨를 쓰는 것으로 하지만, 서구의 부적은 보석류 등으로 목걸이나 반지 등의 형태로 사용된다. 동양이건 서양이건 부적은 모두 나쁜 기운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좋은 기운을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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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관심과 사랑을 이끄는 힘. 매력魅力이라는 힘은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한자어로 살펴보면 왜 그런지 수긍이 간다. 매魅라는 글자에 귀신鬼이 들어있다.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면,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관심과 열정을 주체하기 어렵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생기는 관심과, 열정, 사랑, 애정은 옛날부터도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었다. 매력은 심지어 자본이 되기도 한다.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주술적인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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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거는 것은 영어로 spell이라는 동사를 사용하기도 한다. 스펠은 흔히 영어의 스펠링spelling을 말한다고 할 때의 그 스펠과 같은 단어다. 이름의 철자를 말하는 것과 주문을 거는 것이 같은 동사에서 기원하는 것은 다소 의외처럼 보인다. 하지만, 흔히 이름은 가장 짧은 주문이기도 하다. 주문과 이름의 기능은 비슷하다. 이름에는 부르는 사람의 소망이 담겨져 있지 않은가? 좋은 뜻을 담을 수도 있고, 나쁜 뜻을 담아 욕swear을 하거나 저주curse를 보낼수도 있다. 그 이름대로 이루어지기를 우리는 부를 때마다 기원한다.


spellbound는 그러한 마법에 걸린 것을 의미한다. 1945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그레고리 펙과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스펠바운드spellbound>라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평행선을 두려워하는 범인과 사랑에 빠지는 미녀 정신분석가를 소재로 한 스릴러라고 할 수 있겠다. 오래전의 영화임에도 배우들의 음성은 최근에 녹음된 것처럼 선명하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등장하는 세익스피어의 문장은 <쥴리우스 시저>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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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결점은...별에 있지 않고,
우리들 자신에게 있는 것이지
Our fault. . . is not in our stars,
but in ourselves. . .


마법을 걸기 위해 주문을 외우는 소리는 종종 투박한 노래처럼 들리기도 한다. 종종 영화에 등장하는 불경의 주문이나 흑마술에서 주문을 외우는 것은 약간은 랩 같기도 하고 또 살짝 노래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charm이라는 말은 노래와, 시를 의미하는 카르멘carmen 과 어원적으로 관계가 있다.


오페라 <카르멘Carmen>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프랑스의 오페라 작가 비제Georges Bizet의 오페라 제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이기도 하다. 카르멘은 노래, 시, 혹은 주문이나 심지어 신탁oracle이라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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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의미하는carmen, 마법의 힘을 의미하는 charm 모두 노래를 의미하는canere와 관계가 있는 말이다. 공통으로 나타나는 can-은 노래 혹은 마법과 관련한 다른 단어에서도 나타난다. 교회에서 부르는 찬송가는 chant라고 한다. 마법을 걸거나 주문을 거는 것은 enchant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사이렌들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홀리게 만들었다. 노래에는 신묘한 매력과 위험한 마력이 깃들어 있다.


프랑스어로 노래를 샹송chanson이라고 부르고, 이탈리아의 칸타타 cantata 역시 핵심은 노래can-와 관계가 깊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의 매력charming은 종종 불가항력적이다.


매력이 귀신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charming도 초현실적인 것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두 단어를 살펴보면, 동서양 모두 공통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이성의 언어로만 설명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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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미권에서 매력적이다라는 말은 charming에서 glamour로 바뀌고 있다. 단순히 개인간의 관심과 사랑을 뿜어내는 매력뿐만 아니라, 공적인 위치에서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매력을 glamour라고 표현한다. 글래머라는 단어 역시 어원적으로 마법, 주문을 걸다는 뜻을 갖고 있다. 주문을 외우는 데에는 일종의 규칙이 필요했기에, 글래머는 문법을 의미하는 grammar와도 관계가 있는 말이다.


시각미디어의 첨단이 되어버린 SNS는 글래머를 뽐내는 가장 완벽한 플랫폼이다. 정치가에서 스포츠스타, 가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셀럽celebrities들이 SNS를 통해 글래머를 뿜어낸다. 글래머glamour라는 말에는 glow라는 단어가 관계되어 있다. 빛을 뿜어낸다glow는 말이다.


둥근형태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은 halo라고 한다. 르네상스 시대 종교화에 등장하는 성인들의 뒤로는 늘 후광halo이 있었다. 지금은 글래머glamour가 가득한 사람에게 후광이 비치는 것 같다. 누군가의 뒤에서 빛이 나는 것. 그것은 과학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현대 대도시에서, 성스러운 종교의 후광은 사라지고, 차가운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의 후광만 남았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침묵의 소리>에 등장하는 가로등의 후광은 우울한 도시의 밤과 문명사회의 황량함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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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한 꿈속에서 난 혼자 걷고 있었지.

포석이 깔린 좁은 골목길.

후광이 드리워진 가로등 불빛 아래서

난 추위와 냉기를 막으려 옷깃을 올려 세웠어.

내 동공을 칼날처럼 찌르는 날카로운 네온의 불빛

그 빛이 밤을 가르며 침묵의 소리를 깨뜨렸어.


오직 순수한 빛의 세계 속에서, 나는 보았지.

만 명,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계속 말은 하고 있지만, 사실 누구에게도 말을 하고 있지 않았고,

계속 듣고는 있지만, 사실 누구의 말도 듣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을,

그리고 아무도 불러 주지 않을 노랫말을 쓰는 사람들을.

감히 그 침묵의 소리를 깨뜨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


...

In restless dreams, I walked alone

Narrow streets of cobblestone

‘Neath the halo of a street lamp

I turned my collar to the cold and damp

When my eyes were stabbed by the flash of a neon light

That split the night

And touched the sound of silence


And in the naked light, I saw

Ten thousand people, mabybe more

People talking without speaking

People hearing without listening

People writing songs that voices never shared

And no one dared

Disturb the sound of sile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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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에 발표된 노래 <침묵의 소리 Sound of Silence>는 영화 <졸업The Graduate>의 사운드 트랙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노래가 담고 있는 가사는 매우 문명비판적이다. 가사에 등장하는 “끊임없이 말을 하지만 사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뭔가를 계속 듣고 있지만 사실 아무것도 듣고 있지 않는 사람들”은 24시간 스마트폰과 메신저와 SNS에 중독되어 살아가는 지금의 현대인들의 초상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셰리 터클은 <Alone Together>이라는 책에서 이런 현대인의 모습을 속속들이 분석한 바 있다. 한국어 제목은 <외로워지는 사람들>이었다. 아무도 외로운 사람이 없는 시대, 사실은 모두가 외로운 시대에 관한 책이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원곡은 아름다운 운율과 낭랑하고 섬세한 음성 때문에 가사의 처절한 문명비판의 메시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가사의 내용은 매우 음울하고 묵시록적임에도 정작 노래는 너무 아름다웠던 까닭이다. 아마도 가사의 내용에 충실하게 부합하는 분위기로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Disturbed가 아닐까 싶다. 노래의 가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노래의 분위기에 충실하게 담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u9Dg-g7t2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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