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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황 Nov 19. 2021

사 먹는 게 더 싸다고?

시니컬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

"또 외식하니?"

"해 먹어라, 건강 해친다."

"돈 아껴라, 젊을 때 모아놔야 한다."


수도 없이 들어오던 잔소리입니다. 젊은 시절 부모님의 이 잔소리를 묵살시키는 대응방안으로 저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요즘은 사 먹는 게 오히려 싸요. 바깥 밥도 건강에 나쁘지 않구요."


사뭇 진지하게, 웃음기 빼고 던져야 효과가 좋은 멘트입니다. 마치 내가 다 비교해봤다는, 이건 객관적 사실이라는 표정으로 말입니다.


어찌 보면 제가 던진 다 아는 듯한(?) 대답이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 밥을 해 먹으려 해도 재료값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집 근처에 합리적인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즐비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시 학생이었던 저는 입맛이 그리 고급이지도 않았습니다. 아니, 고급 음식을 몰랐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 논리는 틀렸습니다. 사 먹는 게 더 비쌉니다. 해 먹는 게 절약 맞습니다. 부모님도 긴말하기 싫어서, 더 이상의 논쟁을 원치 않아서 말을 아끼셨다는 걸 이제야 압니다.


집에서 밥을 차려 먹는다는 건 재료값과 노동하는 시간, 그리고 다 처리하지 못하는 식재료 등의 비용이 소모됩니다. 반대로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은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한 끼 7천원. 그 금액이 전부이지요. 얼핏 보면 집에서 요리하는 게 비용적 측면에서 커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밖에서 사 먹으면 자연스레 맛있는 음식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음식들은 주로 가격대가 높습니다. 커피는 어떻고요? 한 잔에 3천원 정도는 예상해야 하고, 스타벅스라도 먹을라 치면 5천원은 필요해집니다. 대략 최소로 잡으면 한 끼에 1만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다양한 메뉴를 돌아가며 먹는건 포기한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밥을 차리는데 한 시간이 걸린다 치면, 시급이 1만원 짜리인 식사 준비시간이 되겠네요. 재료값까지 고려해보면 아마도 시급이 그보다 낮아질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시 밖에서 사 먹는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최저시급보다 낮은 가치를 두고 내 시간을 쓰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 1시간을 아껴서 5천원을 생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생산적인 시간을 투자하여 소모되는 5천원을 절약하는게 아니라는 것이죠. 비생산적인 시간을 투자하여 소모될 식사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는 사 먹는 식사보다 차려먹는 식사가 단연 절약하는 식사입니다.


게다가 집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습니다. 나가서 다양한 음식을 즐긴다면, 한 끼 식사 비용이 한참은 올라갈 것입니다. 스파게티를 사 먹을 때와 해 먹을 때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짐작이 가겠네요. 재료비는 넉넉잡아 5천원 미만일 것이고, 시중에 스파게티 1인분 가격은 2만원에 육박하니까요.


혼자일 때를 기준으로 해도 이런데, 식구가 있다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집니다. 식사를 차리는데 드는 시간은 1인분을 차리던, 3인분을 차리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굳이 비용으로 환산해보면, 한 시간을 투자하여 식사를 차리는 이의 시급은 3만원이 됩니다.


결혼을 하고, 나이를 먹고 보니 알겠습니다. 부모님이 절약하라며 밥은 해 먹으라 했던 이유, 건강을 챙기라며 밥을 해 먹으라던 이유,


그리고 나도 이제 꼰대구나 하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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